
[투데이에너지 윤철순 기자] 한국전력공사가 재생에너지 발전량 예측에 필요한 기상정보를 자체 확보하지 못해 매년 1억원 규모의 해외 민간 데이터에 의존하고 있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재생에너지 확대와 탄소중립 실현을 내세우는 정부의 에너지 정책이 기초 데이터 인프라 부족에 발목이 잡히고 있다는 분석이다.
정혜경 진보당 의원실이 기상청과 한전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한전은 2022년부터 현재까지 총 5건에 걸쳐 외국 위성 기상데이터 업체와 계약을 체결했으며, 2025년 한 해에만 약 1억원을 투입할 계획이다.
계약 대상은 루트웰(Rutwell), 영컴퍼니(Young Company) 등 해외 위성정보 유통 민간업체로 이들은 30분 간격, 2km 해상도로 일사량·태양고도·대기투명도 등의 발전예측 핵심 데이터를 공급하고 있다.
문제는 한전이 이 같은 고비용 외산 데이터를 ‘국내 위성정보는 신뢰도가 낮다’는 이유로 선택했다는 점이다. 실제로 한전 측은 “기상청의 천리안2A 위성 자료는 해상도와 신뢰도가 떨어져 실제 발전량 예측에 활용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자국 위성이 있음에도 외산 정보에 의존하는 이례적 구조가 고착화되고 있는 셈이다.
“해외는 실시간 고해상도 데이터 무료 공개”...한국만 ‘수입 의존’
해외 주요국은 이미 자국 위성을 활용한 고해상도 예보 시스템을 운영 중이다. 미국의 경우, 국립재생에너지연구소(NREL)가 GOES 위성을 활용해 15분 간격의 일사량 예보를 누구나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공개 플랫폼(Solar Forecast Arbiter)으로 제공하고 있다.
독일과 호주도 각각 유럽위성(MSG), 일본의 히마와리 위성을 기반으로 재생에너지 수급에 실질적으로 연계되는 고급 기상 예보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
반면 한국 기상청은 2021년부터 천리안2A 위성 자료를 기반으로 일사량 실황정보를 생산하고 있지만, 예보 기능은 아직 “실증단계”에 머물고 있다.
인공지능 기반 초단기 예보 시스템(+6시간)은 2026년부터 시범 운영에 들어갈 예정으로, 현재까지는 실질적인 발전량 예측 활용이 불가능한 상황이다.

이런 격차로 인해 국내 에너지 공기업은 기상정보의 핵심을 민간 외국업체에 의존하는 구조에 놓여 있다.
문제는 단순한 비용 낭비에 그치지 않는다. 외국 기업이 제공하는 데이터가 중단되거나 조작될 경우, 국가 전력망 안정성에 심각한 영향을 줄 수 있는 ‘정보 주권’ 리스크를 떠안게 된다.
외산 의존 장기화 땐 ‘에너지 독립’도 요원...정책 실패 드러나
전문가들은 재생에너지 기반의 전력망 확대가 본격화되는 시점에서, 고정밀 기상정보는 발전량 예측·전력수급계획·ESS 운영 등 전체 전력계통 운영의 핵심이 될 수밖에 없다고 강조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 한국은 위성을 띄워놓고도 발전 예측에 활용 가능한 시스템을 갖추지 못한 상황이다.
정혜경 의원은 이에 대해 “기상정보는 단순한 날씨 데이터가 아니라, 재생에너지 사회로 가기 위한 가장 기본적인 공공 인프라”라며 “위성을 띄워놓고도 해외 정보를 수입하는 상황은 명백한 정책 실패”라고 질타했다.
이어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은 아직도 10.6% 수준이다. 탄소중립을 실현하기 위해, 국내 기상정보로 재생에너지 발전량을 안정적으로 예측할 수 있는 기반부터 갖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제 기상 데이터 인프라 없이 신재생에너지를 무리하게 확대할 경우, 발전량 예측 오류로 인한 전력 수급 불안정, 전력 거래시장 왜곡, 계통 불안정 등의 시스템 리스크가 커질 수밖에 없다.
외산 데이터에 장기적으로 의존할 경우 데이터 독점 문제, 가격 상승, 정치적 리스크 등 복합적 위협에 노출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기후위기 대응과 에너지전환의 핵심 열쇠가 될 ‘기상정보 주권’ 확보 없이, 탄소중립을 외치는 구호는 공허할 수밖에 없다. 정부와 한전은 ‘탄소중립’이라는 거대 담론 이전에 현장 기반 데이터 인프라부터 점검하고 재정비해야 할 때라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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