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투데이에너지 윤철순 기자]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포함된 신규 원전 2기 및 소형모듈원자로(SMR) 건설 계획을 “예정대로 추진해야 한다”고 공개적으로 밝히며 이재명 대통령의 탈원전 회귀 지양 기조에 사실상 정면으로 반기를 든 모양새다.
대통령과 에너지정책 총괄부처인 기후에너지환경부(환경부에서 개편 예정) 장관 모두 신규 원전 건설에 부정적 입장을 보인 가운데, 산업부 수장이 전면에 나서 전력수요 대응을 위한 원전 필요론을 공식화하면서 정권 내 에너지 정책 불협화음이 노골화되고 있단 분석이 나온다.
김 장관은 지난 16일 세종시 기자간담회에서 “2035년 전력수요와 에너지 믹스를 고려하면 원전이 필요하다는 결론이 날 것”이라며 “공론화 과정을 거치더라도 결국은 건설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는 지난 11일 대통령이 직접 “실현 가능성이 없다”며 사실상 부정적 입장을 내놓은 것과 정면으로 배치되는 발언이다.

정책 일관성 흔들...정부 에너지 수장 간 '엇박자' 심화
이번 발언은 산업부의 에너지 주도권 이탈에 대한 유감 표명과 맞물리며 사실상 기후에너지환경부로의 기능 이관에 대한 정책적 반발 성격도 내포하고 있다.
김 장관은 에너지 기능을 산업부에서 분리한 데 대해 “안타깝고 아쉽다”고 표현, “에너지 파트가 환경을 이끌어갔으면 좋겠다”며 신설되는 기후에너지환경부의 방향성에 사실상 조언을 던졌다.
그는 “에너지 부문이 환경을 주도하고, 산업과 유기적으로 이어져야 한다”면서 부처 간 기능 분리에 따른 부작용 가능성에 대해서도 “슬기롭게 해내야 할 미션”이라고 언급했다.
반면, 김성환 환경부 장관(예정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은 “국민 공론을 듣고 판단해야 한다”며 신규 원전 재검토 가능성을 시사한 바 있고, 대통령 또한 “SMR 기술 개발조차 안 됐다”, “15년 걸려 전력 대응에 비효율적”이라고 말한 만큼 정부 에너지 정책의 방향성과 일관성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원전은 전기요금·공급 안정 위해 필수”...정책 충돌 불가피
김정관 장관은 이날 간담회에서 “전기요금 안정과 공급 측면에서 원전은 반드시 필요하다”며 재생에너지 중심 전력 정책만으로는 대응이 어렵다는 현실론을 거듭 강조했다.
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는 2.8GW 규모의 신규 원전 2기와 한국형 SMR 1기의 2037~2038년 도입 계획이 포함돼 있다. 김 장관은 “신규 원전은 당장 필요한 것이 아니라, 향후 급증하는 전력 수요에 대응하기 위한 준비”라고 설명했다.
이는 AI·데이터센터 확대와 24시간 안정적 전력수요가 증가하는 산업환경에서 원전을 제외한 공급 포트폴리오는 한계에 부딪힐 수 있다는 우려에서 비롯된 것으로 해석된다.
정책 일관성 차원에서 에너지 수출(산업부)과 원전 건설·운영(기후에너지환경부)이 분리될 경우 발생할 수 있는 이원화 문제에 대해서도 그는 “국내 건설과 해외 수출은 다르게 볼 수 있다”면서 수출 부문은 통상 연계성이 큰 산업부에서 맡는 것이 타당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정부가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에너지 전환을 핵심 국정과제로 내세우고, 기후에너지환경부 출범을 준비 중인 상황에서 산업부 수장이 사실상 정책 방향에 공개적으로 이견을 드러낸 상황은 매우 이례적이다.
‘에너지 주무 부처’의 교체기에 나타난 내부 혼선과 관점 차이는 향후 12차 전력수급기본계획 수립과 국가 에너지 정책 수립 전반에 걸쳐 정책 충돌과 혼란을 야기할 수 있다는 우려를 증폭시키고 있다.
정권 차원의 명확한 정책 정렬과 이견 조율 없이는 에너지 정책의 신뢰성과 지속가능성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는 경고가 내부에서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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