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빛원전 전경/한국수력원자력 자료
한빛원전 전경/한국수력원자력 자료

[투데이에너지 장재진 주필] 최근 이재명 대통령이 신규 원전 건설 백지화 등 원자력 산업에 대한 부정적 입장을 표명하면서, 국가의 미래 에너지 정책 방향이 중대한 기로에 섰다.

이에 한국원자력학회는 즉각 '대통령께 드리는 호소문'을 발표하며 강한 우려를 표명하고 "인공지능(AI) 등 첨단 산업의 기반이 될 전력 인프라를 재생에너지로만 채우겠다는 구상은 국가 경쟁력을 흔들 수 있는 위험한 생각"이라며 정책의 재숙고를 강력히 요청했다.

이번 사안은 단순한 에너지원 선택의 문제를 넘어, 국가의 산업 경쟁력, 탄소 중립 목표 달성, 그리고 미래 사회를 위한 지속 가능한 전력 인프라 구축이라는 복합적인 쟁점을 내포하고 있다.

신규 원전 백지화 정책과 원자력학계의 우려

이재명 대통령의 에너지 정책 기조는 '탈(脫)원전' 기조를 강화하고 재생에너지 확대를 통한 탄소 중립 목표 달성에 무게를 두는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한국원자력학회는 이 정책에 대해 두 가지 핵심적인 우려를 제기했다.

첫째, 첨단 산업의 안정적 전력 확보 문제이다. 학회는 AI와 같은 첨단 산업은 막대한 전력을 필요로 하며, 이는 대규모·안정적 전력 공급이 필수적임을 강조했다. 재생에너지의 경우 간헐성이라는 본질적인 한계가 있어, 이러한 첨단 산업의 전력 수요를 전적으로 감당하기에는 현실적인 어려움이 크다는 지적이다. 전력 공급의 불안정성은 국가 핵심 산업의 경쟁력 저하로 직결될 수 있다는 점에서 학계의 우려는 깊다.

둘째, 재생에너지 확대 정책의 현실 직시 요구다. 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이 시대적 흐름임을 인정하면서도, 그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기술적·경제적·사회적 한계를 간과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이다. 특히 에너지 전환 비용의 증가, 전력망의 불안정성, 넓은 설치 면적 확보 등 재생에너지 확대에 따르는 난관을 고려할 때, 획일적인 정책 추진보다는 현실에 기반한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첨예한 에너지 정책 핵심 쟁점 수면 위로 떠올라 

새 정부의 에너지 정책과 원자력학계의 반발은 ▲전력 공급의 안정성과 유연성 ▲국가 경제 및 산업 경쟁력 ▲탄소 중립 목표 달성 등 핵심 쟁점들을 수면 위로 끌어올리고 있다.

원자력학회에 따르면 원자력은 대규모 전력을 24시간 내내 안정적으로 공급하는 기저 부하 전원으로서의 강점이 크다. 특히 전력 소비량이 급증하는 AI 데이터센터 등 첨단 산업의 수요를 충족시키기에 용이하다는 평가다.

재생에너지는 친환경적이며 탄소 배출이 없다는 장점에도 불구하고, 일조량이나 풍량 등 자연환경의 영향을 크게 받는 '간헐성'은 고질적인 문제다. 이를 보완하기 위한 에너지저장장치(ESS)나 스마트 그리드 기술이 필수적이지만, 막대한 구축 비용과 기술적 난제는 여전히 숙제다.

안정적이고 합리적인 가격의 전력 공급은 국가 핵심 산업의 경쟁력을 좌우하는 핵심 요소다. 원자력학회는 전력 공급의 불안정성이 가속화될 경우 첨단 산업 유치 및 성장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고 경고한다.

반대로 재생에너지 중심의 전환은 새로운 산업 생태계를 조성하고 관련 기술 개발을 통해 장기적인 성장 동력을 확보할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대한민국은 2050 탄소 중립 목표를 법제화하고 있으며, 재생에너지 확대는 이 목표 달성의 주요 수단이다. 다만, 원자력 발전 역시 발전 과정에서 온실가스를 배출하지 않으므로, 탄소 중립에 기여할 수 있는 무탄소 전원이라는 주장이 학계에서는 꾸준히 제기되어 왔다. 에너지 믹스에서 원전 비중 축소가 전체적인 탄소 감축 목표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 대한 면밀한 분석이 필요한 이유다.

이와  함께 국민 수용성 및 안전성 문제도 쟁점이다. 원자력 발전은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 처리 문제와 후쿠시마 원전 사고 등으로 대표되는 안전성 논란으로 인해 사회적 갈등 요인이 되어왔다. 신규 원전 건설 백지화는 이러한 국민적 우려와 요구를 반영한 정책으로 해석될 수 있다.

반면, 한국의 높은 원전 기술력과 운영 경험을 고려할 때, 원전 산업 생태계의 위축은 장기적으로 국가의 기술력 손실로 이어질 수 있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향후 에너지 정책의 방향은?

이번 논란을 통해 향후 대한민국 에너지 정책은 ▲에너지 믹스의 재조정 및 균형 ▲재생에너지 기술 및 인프라 투자 확대 ▲차세대 에너지원 탐색 및 육성 등 방향으로 전개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정 에너지원에 치우치기보다는, 안정적 전력 공급, 탄소 중립 목표, 경제성, 기술 발전 가능성, 그리고 국민 수용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최적의 에너지 믹스'를 찾기 위한 논의가 가속화될 전망이다. 재생에너지 비중 확대는 지속되겠지만, 그 과정에서 전력 수급 안정성을 확보하기 위한 보완책 마련이 정책의 핵심 과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재생에너지의 간헐성을 극복하고 안정적인 전력망을 구축하기 위한 연구개발(R&D) 투자가 더욱 활발해질 것이다. 특히 차세대 ESS, AI 기반 스마트 그리드, 초고압직류송전(HVDC) 등 전력 인프라 고도화에 막대한 자원과 노력이 투입될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수소 에너지, 소형모듈원자로(SMR)와 같은 차세대 에너지원에 대한 연구와 실증 사업이 더욱 중요하게 다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SMR은 기존 대형 원전의 단점을 보완하며 유연성과 안전성을 높인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어, 향후 정부 정책에 미칠 영향이 주목된다.

에너지 정책은 국민 생활과 국가 경제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는 만큼,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의 목소리를 경청하고 합리적인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내는 과정이 필수적이다. 또한, 급변하는 국내외 기술 발전 및 환경 변화에 발맞춰 정책을 유연하게 조정할 수 있는 기제가 마련돼야 한다고 본다.

이재명 대통령의 신규 원전 백지화 선언은 에너지 전환 시대의 복잡한 현실을 다시 한번 일깨워준다. 안정적인 전력 확보와 환경 보호라는 두 가지 목표를 동시에 달성하기 위한 지혜로운 해법 마련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진 시점이다.

지속 가능한 에너지 미래를 위한 깊이 있는 논의와 사회적 합의가 이어지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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