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투데이에너지 김은국 기자] 미국 트럼프 행정부가 알래스카 북부의 국유지 내 ‘국가석유유보존지(NPR-A, National Petroleum Reserve-Alaska)’에 대한 석유·가스 개발 규제를 전면 해제하며 에너지 정책 기조를 대대적으로 되돌리고 있다.
지난 7월 29일(현지시간) 미국 내무부(Department of the Interior, DOI)는 바이든 행정부가 2024년 7월부터 2025년 1월 사이에 발효한 석유·가스 개발 제한 관련 문서 3건을 공식 폐기했다고 발표했다. 이번 조치로 3년간 유지되던 일부 보호구역의 개발 제한은 사실상 무력화됐다.
■ "최대 82% 시추 허용"… 북극권 환경 보호 구역 축소
폐기 대상에는 △특별 보호구역 지정 사전 정보 요청서 △지역 최대 보호 방안 보고서 △토지관리국(Bureau of Land Management, BLM)의 환경 관리 지침 메모가 포함됐다.
트럼프 행정부는 이번 조치를 통해 석유·가스 개발을 경제 활성화 및 에너지 안보 강화의 핵심 동력으로 삼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내무부는 “바이든 행정부가 에너지 접근을 과도하게 제한해왔다”며 “석유·가스 산업이 미국 경제와 일자리 창출에 핵심적”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NPR-A 전체 2,300만 에이커(약 9만3000㎢) 중 최대 82% 지역이 시추 허용 구역으로 전환될 전망이다.
■ 에너지·환경 갈등 본격화…국내외 반발 가능성
이번 결정은 북극권 개발을 둘러싼 미국 내 정치적 갈등을 재점화할 것으로 보인다. 바이든 행정부는 지난 2023년 ‘특별 보호구역’ 지정 확대를 추진하며 알래스카 생태계 보존을 강조해왔다. 그러나 트럼프 행정부는 “규제가 과도해 미국의 에너지 독립을 저해한다”며 반발해왔다.
트럼프 행정부는 ‘Big Beautiful Bill Act’를 통과시켜 2026년까지 알래스카 쿡인렛(Cook Inlet) 등에서 정기적 석유·가스 임대 판매를 의무화했다. 이는 북극권과 알래스카 연안에서 장기적인 자원 개발을 법적으로 보장하는 조치로, 미국의 화석연료 개발 확대에 명확한 시그널을 던진 것으로 평가된다.
■ 용어 설명 :
· NPR-A, National Petroleum Reserve-Alaska(국가석유유보존지) = 미국 알래스카 북쪽, 북극해와 접한 약 2300만 에이커(약 9만3000㎢) 규모의 연방정부 소유 땅으로, 막대한 양의 석유와 천연가스가 매장된 지역이다. 이곳은 원래 에너지 위기 등 국가 비상사태에 대비해 자원 비축 목적으로 지정되었으며, 혹한의 북극 툰드라와 다양한 야생동물 서식지로도 유명하다. 최근 트럼프 행정부는 NPR-A에 대한 석유·가스 개발 규제를 전면 해제하며, 전체 면적의 80% 이상에서 시추와 개발을 허용하는 등 에너지 개발 정책을 대폭 전환했다. 이에 따라 미국은 대규모 원유와 가스 생산을 추진하고 있으나, 철새, 순록, 회색곰 등 북극권 생태계와 알래스카 원주민 공동체에 미칠 영향 때문에 환경단체와 현지 주민의 반발도 커지고 있다. 이 지역에서는 최근 50만 배럴/일 규모의 추가 원유 생산이 가능할 것으로 추정되며, 미 정부는 북극 항로 선점과 에너지 수출 확대, 지역 발전을 기대하고 있다.
· Big Beautiful Bill Act(공식 명칭: One Big Beautiful Bill Act, OBBBA) = 트럼프 행정부 2기에서 2025년 7월 4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서명으로 발효된 미국의 대규모 예산 조정 법안. 이 법안은 감세, 국방·국경 강화, 복지 및 산업정책, 에너지 산업 진흥 등 트럼프의 핵심 정책 공약을 망라하고 있다. 특히 에너지 부문에서는 알래스카 쿡인렛(Cook Inlet) 등 연방 소유지에서의 정기적 석유·가스 임대 판매를 2026년까지 의무화하는 조항이 포함되어 있다. 이에 따라 바이든 행정부 시기 도입됐던 청정에너지 세액공제 체계를 조기 종료하고, 화석연료 지원 및 해외 자본·기술 개입 제한 같은 보수적 에너지 공급 정책을 대폭 확대했다. 그 밖에 세율 인하 기조 영구화, 복지예산 감축, 국방 및 국경 단속 예산 증액, 미국 내 제조업 및 공급망 자립 강화, 송금세 신설, 대학 기부금 과세 인상 등 수백 개 조항이 폐키지로 포함되었으며, 전체 법안은 미국의 재정·산업·에너지 정책 구조를 하향식으로 재편하는 효과를 가져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