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투데이에너지 김은국 기자] 세계 벌크선(벌커) 해운시장이 신조 발주 증가세에도 불구하고 해체 시황 부진으로 인해 선대(船隊) 증가 전망이 하향 조정됐다. 신조선 인도가 이어지는 가운데, 해체 물량이 기대에 못 미친 것이 주요 원인으로 분석된다.
영국 해운 분석사 하우 로빈슨 파트너스(Howe Robinson Partners)에 따르면, 2025년 상반기 전 세계 조선소의 벌크선 인도량(1만dwt 이상)은 278척, 1830만dwt로 집계됐다. 이는 2023년 상반기 248척(1870만dwt), 2024년 상반기 271척(1890만dwt)과 비교해 증가세를 보였다.
반면, 벌크선 해체 시장은 올해 상반기에도 부진을 면치 못했다. 미국 무역대표부(USTR)의 중국 조선업 견제 조치, 일본 건조 노동력 부족, 철강 가격 하락, 선사 수익성 개선 등이 해체 감소의 배경으로 작용했다. 실제 올해 상반기 해체된 벌크선 규모는 총 38척, 240만dwt로 전년 동기(235만dwt)와 큰 차이가 없었다.
하우 로빈슨 파트너스는 올해 벌크선 선대 증가율 전망을 1.5%로, 기존 2.5% 예상치보다 낮췄다. 이는 지난해 1.7%보다도 낮은 수준이다. 연간 전망 역시 기존 2.5%에서 2.8%로 소폭 조정했지만, 이는 여전히 낮은 해체량이 주요 배경으로 꼽힌다.
화물별로는 철광석의 수요 성장률이 2025년 0.7%에 그칠 것으로 예상돼, 2023년 4.6%, 2024년 3.0% 대비 크게 둔화될 전망이다. 석탄은 인도네시아, 호주 등 주요 수출국의 물동량 감소로 1.3% 증가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
반면 곡물 수송은 북미와 남미의 수출 호조로 4.2% 성장할 전망이며, 바우크사이트(bauxite)는 2024년 1.7% 성장에 이어 2025년 18% 증가가 예상돼 벌커 시장 내 원자재 부문에서 유일하게 두 자릿수 성장세를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신조 발주가 이어지고 있지만 해체량이 늘지 않으면 선복 과잉 위험이 커질 수 있다”며 “특히 철광석과 석탄의 수요 둔화가 장기화될 경우 시장 변동성이 확대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 용어 설명 :
· 벌크선 = 화물을 포장하지 않고 그대로 대량으로 운송할 수 있도록 설계된 화물선으로, 철광석, 석탄, 곡물, 시멘트 등과 같은 산적화물을 주로 실어나른다. 벌크선은 컨테이너선과 달리 넓고 깊은 화물창에 한 번에 대량의 화물을 적재하며, 화물의 종류와 목적지에 따라 불규칙한 항로로 운항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역은 벨트 컨베이어나 슈트 등을 통해 직접 이루어지며, 구조상 화물칸 내부 칸막이 없이 단순하게 만들어지는 것이 특징이다.
이러한 대량 운송의 효율성 덕분에 벌크선은 운송 비용을 절감할 수 있지만, 화물이 포장되지 않아 손상 위험이 높고, 선박 내부 청소와 관리가 어렵다는 단점도 있다. 대형화가 지속되는 가운데, 벌크선은 세계 해운 시장에서 전체 선복량의 약 30%를 차지하며 글로벌 물류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