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투데이에너지 장재진 주필] 최근 이재명 대통령의 “전기요금이 오를 수밖에 없다”는 발언이 큰 주목을 받고 있다. 대통령실은 당장의 추가 인상 계획은 없다고 선을 그었지만,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재생에너지로의 대전환 과정에서 전기요금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분석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서민 가계와 산업 경쟁력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전기요금이 왜 오를 수밖에 없는지, 그 배경을 다각도로 분석했다.
대규모 재생에너지 설비 투자 비용, 전기요금 원가에 반영
정부가 발표한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전기본)에 따르면, 한국의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은 2023년 8.4%에서 2038년 29.2%까지 확대될 예정이다. 이를 위해 재생에너지 발전 설비 용량은 2023년 30GW에서 2038년 121.9GW로 4배 이상 증가해야 한다. 이러한 대규모 확충에는 막대한 투자가 수반된다.
특히 정부가 보급에 역점을 두는 해상풍력의 경우, 1GW 단지 건설에 약 6조~7조 원이 소요된. 2030년까지 목표한 14GW 규모의 해상풍력 설비를 도입하려면 약 100조 원에 달하는 투자가 필요할 것으로 추산된다. 이처럼 수백 조 원이 넘는 공공 및 민간 재원이 재생에너지 설비 확충에 투입될 전망이며, 이러한 투자 비용은 전기요금 원가에 반영될 수밖에 없다.
여전히 높은 재생에너지 발전 단가...해상풍력 경우 6배 이상 높은 수준
장기적으로는 기술 발전과 투자 확대로 재생에너지 전기 단가가 일반 전기 단가보다 낮아지는 '그리드 패리티(Grid Parity)'에 도달할 것이라는 기대가 있다. 그러나 현재는 재생에너지의 발전 단가가 다른 발전원보다 높은 상황이다.
한국전력의 자료에 따르면, 2024년 상반기 기준 한전의 평균 전력 구입 단가는 1kWh당 134.8원이었다. 하지만 신재생에너지 공급인정서(REC) 비용까지 고려하면 태양광은 1kWh당 200원대, REC 가중치가 가장 높은 해상풍력은 1kWh당 400원대에 달한다. 이는 원전 발전 단가(1kWh당 66.4원)와 비교하면 해상풍력의 경우 6배 이상 높은 수준이다. 높은 산지 비율 등 한국의 자연환경 특성상 재생에너지 보급에 불리한 점이 많아 이러한 높은 발전 단가는 당분간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전력 계통 인프라 구축 40조원 투입예상...전기료 인상 또 다른 요인
재생에너지 확대는 단순히 발전 설비를 늘리는 것을 넘어, 불안정한 재생에너지 전력을 안정적으로 공급하기 위한 대규모 송·변전망과 에너지저장시스템(ESS) 구축 투자를 필수적으로 동반한다. 이재명 정부가 추진하는 '에너지 고속도로' 개념도 이러한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한국전력은 제11차 송·변전 계획을 통해 2038년까지 송·변전 설비에 72조 8000억 원을 투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또한, 재생에너지 비중 증가에 따라 '전기 저수지' 역할을 하는 ESS에도 대규모 투자가 요구되며, 2038년까지 총 23GW 규모의 ESS 설비가 필요하고, 이에 약 40조 원이 투입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 역시 전기료 인상의 또 다른 요인으로 작용한다.
한전의 심각한 재무 위기...건전성 확보 필수적, 전기료 추가 인상 압력
전력 시스템의 중추를 담당하는 한국전력의 재정난은 전기료 인상의 가장 직접적인 원인 중 하나로 꼽힌다. 한국전력의 2025년 6월 말 연결 기준 총 부채는 206조 2000억 원에 달하며, 부채 비율은 472%에 이른다. 이는 2021년부터 2023년까지 국제 에너지 가격이 급등했음에도 원가 이하로 전기를 공급하여 발생한 누적 영업적자 43조 원의 결과이다.
2025년 상반기 한전이 5조 9000억 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지만, 같은 기간 이자 비용으로만 약 2조 2000억 원을 지출하는 등 여전히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상태라는 지적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재생에너지 대전환 목표 달성을 위해서는 한전의 재무 건전성 확보가 필수적이며, 이는 결국 전기요금 추가 인상 압력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종합적으로 볼 때, 대한민국이 2035년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달성하고 탄소중립 사회로 나아가기 위한 재생에너지 전환은 시대적 과제이자 필수적인 변화이다. 이 과정에서 막대한 투자와 운영 비용이 발생하며, 이는 전기요금 인상으로 연결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정부가 국민에게 이러한 상황을 투명하게 알리고 이해와 동의를 구하는 것이 중요해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