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과 부인 김혜경 여사가 지난 17일 서울 은평구 연서시장을 방문했다./ 대통령실 제공
이재명 대통령과 부인 김혜경 여사가 지난 17일 서울 은평구 연서시장을 방문했다./ 대통령실 제공

[투데이에너지 윤철순 기자] 이재명 정부가 경기 침체 극복을 위한 핵심 민생정책으로 추진 중인 ‘전 국민 민생회복 소비쿠폰’ 지급이, 정작 수백만 재외국민을 배제하면서 ‘국민 기만’이란 비판에 직면했다.

주민등록번호가 있고, 일정 기간 국내에 체류했음에도 건강보험 가입자격이 없다는 이유로 지급 대상에서 제외돼 역차별 논란이 커지는 모양새다.

행정안전부는 “국내 거주 중인 전 국민”이라는 기준을 내세우며 재외국민에게는 ‘건강보험 자격’을 별도로 요구했다.

그러나 내국인은 주민등록번호만 있으면 자격 요건을 충족하는 것과 달리, 재외국민에게는 ‘건강보험 가입 이력’이나 ‘피부양자 자격’ 등을 추가로 요구하는 이중 잣대가 적용돼 형평성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국내에 체류 중인 한 재외국민은 “국내 거주 내국인은 건강보험 가입 여부를 따지지 않으면서 재외국민에게만 건강보험 자격을 요구하는 건 명백한 차별”이라며 “이럴 거면 왜 '전국민 지급'이라고 홍보했느냐. 정권 철학이 의심된다”고 성토했다.

이의신청만 6만건 넘어...42%가 ‘해외 체류’ 귀국자
국민권익위원회에 따르면, 소비쿠폰 지급 대상에서 누락된 국민들이 제출한 이의신청은 3주 만에 6만4302건에 달했다.

지난달 21일부터 이달 10일까지 국민신문고 이의신청 전용 창구를 통해 접수된 건수는 5만8873건이며, 기타 경로를 통한 5429건을 더한 수치다.

이의신청 사유 1위는 ‘해외 체류 후 귀국’으로 2만4907건(42.31%)을 차지했다. 이어 ▲출생(1만636건) ▲비수도권·인구감소지역 이사(4975건) ▲재외국민·외국인(4689건) 등의 순이었다. 

특히 재외국민에 대한 이의신청 건수는 단일 항목으로는 매우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실제 한 민원인은 “주민등록번호도 있고, 국민인데 왜 건강보험을 기준으로 국민을 가르느냐”며 “선거 때는 투표하라며 호들갑을 떨더니 이럴 때는 외면한다. 이게 진짜 ‘국민주권 정부’가 맞느냐”고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행정안전부 제공
행정안전부 제공

내국인은 주민번호만, 재외국민은 ‘건보 자격’까지?
행정안전부는 “국내 거주 중인 국민이 지급 대상이며, 건강보험 자격은 재외국민과 외국인에게만 요구되는 조건”이라며 “내국인은 건강보험 가입 여부와 관계없이 주민등록번호만 있으면 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 같은 방침에 대해 일선 공무원조차 “대통령이 ‘전국민 지급’을 강조해왔는데, 왜 재외국민만 이런 불이익을 당해야 하느냐”며 “설명할 명분이 없다”고 토로했다.

“국민을 선거에만 이용하고 평상시엔 외면한다”는 여론도 확산 중이다. 일각에선 이 대통령의 소신과 철학이 실무 단계에서 무력화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 해당 정책의 기본 설계는 과거 윤석열 정부 당시 코로나 시기 지급 방식과 동일하다는 게 행안부 측 입장이다.

혼선과 배제의 정책...‘소외된 국민’이 250만명?
현재 건강보험 미가입 재외국민 수는 약 250만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들 중 적지 않은 사람들이 일정 기간 국내에 머물지만 건강보험 가입을 하지 않은 이들이며, 다수가 유학생, 한인 동포, 일시 귀국자 등이다.

이들에 대한 지급 여부는 지자체별로도 기준이 달라 어떤 곳은 지급하고 어떤 곳은 거절하는 등 일선 공무원들조차 혼란을 겪고 있다.

심지어 일부 지자체는 건강보험 ‘가입 여부’가 아니라 ‘자격유무’만 확인해 지급한 사례도 있어 형평성 논란을 더욱 키우고 있다.

김민재 행정안전부 장관 직무대행이 지난 6월23일 오전 정부세종청사에서 '민생회복 소비쿠폰 범정부 TF' 1차 회의를 주재하며 모두 발언을 하고 있다./ 행정안전부 제공
김민재 행정안전부 장관 직무대행이 지난 6월23일 오전 정부세종청사에서 '민생회복 소비쿠폰 범정부 TF' 1차 회의를 주재하며 모두 발언을 하고 있다./ 행정안전부 제공

출생·이사·외국인도 포함 대상...“기준 모호성 해소 시급”
한편 이번 1차 소비쿠폰은 기본 15만원 지급에 더해 비수도권 3만원, 농어촌 인구감소지역 5만원을 추가 지급하는 구조로 거주지 변경에 따라 이의신청도 이어지고 있다. 예컨대 서울에서 인천 강화군으로 이사한 경우 5만원 추가를 신청할 수 있다.

또 출생 기준일(6월18일) 이후 출생한 영아도 9월12일까지 이의신청을 통해 받을 수 있고, 외국인도 건강보험 자격자거나 내국인과 주민등록표를 공유한 경우 지급 대상이 된다.

하지만 정작 재외국민은 같은 국민임에도 건강보험을 이유로 배제되는 모순이 여전히 해소되지 않고 있다.

“이중 기준 없애야”...진정한 ‘전국민’은 어디에
전 국민 지급이라는 대선 공약과 정책 이름과는 달리, 사실상 '국내 건강보험 시스템에 등록된 사람들만의 선별 지급'이라는 실체가 드러나면서 논란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현장에선 “정권이 바뀌었는데도 정책 시스템은 예전 그대로다. 결국 철학 없는 관료주의가 문제”라는 냉소가 팽배하다.

정부는 남은 기간 동안 9월12일까지 이의신청을 받고 있으며, 사용기한은 11월30일까지다. 하지만 정책 설계부터 기준 재정립까지, 지금이라도 ‘국민주권’이란 이름에 걸맞은 정정과 해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계속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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