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에너지 박명종 기자] 2013년 설립된 스탠다드에너지 주식회사는 에너지저장장치(Energy Storage System, ESS)에 최적화된 바나듐 이온 배터리를 세계 최초로 개발하여 상용화한 혁신기업이다. 카이스트(KAIST)와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연구진이 주축이 되어 설립된 이 배터리 전문 기업은, 기존 리튬계 배터리의 한계를 뛰어넘는 차세대 배터리 기술로 전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리튬계 배터리를 비롯한 기존의 배터리 기술은 화재의 위험성이 있거나 전기 저장 효율이 낮은 등 ESS에 적용하기에는 부적합한 특성을 가지고 있어, ESS의 광범위한 확산에 어려움이 있었다. 특히 국내외적으로 다수의 ESS 화재 사고가 발생했음에도 정확한 발화원인을 밝힌 사례가 적어 근본적인 해결책을 찾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스탠다드에너지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배터리 개발 단계부터 화재안전성, 고출력, 고효율, 장수명 등 ESS에 필요한 특성을 명확히 규정하고, 이를 충족할 수 있는 새로운 개념의 바나듐 이온 배터리(VIB)를 개발했다. 에너지 저장에 가장 특화된 원소인 바나듐과 발화 위험이 전혀없는 수계 전해액을 사용하여 기존 이차전지 기술의 단점을 완전히 극복한 것이다.
스탠다드에너지의 바나듐 이온 배터리는 ESS에 필요한 핵심 특성들을 충족하는 배터리로 평가받고 있다. 97% 이상의 높은 에너지효율을 바탕으로 기존 이차전지 대비 고출력 사용이 가능하며, 50,000회 이상의 충방전 테스트를 통과해 최소 20년 이상 운용 가능한 장수명을 자랑한다.
특히 수계 전해액 사용으로 발화 위험성이 전혀 없어 도심지나 인구밀집지역에 안심하고 설치할 수 있으며, ESS 시스템 기준으로 1시간에 1회 100% 충전 및 100% 방전이 가능할 정도로 높은 출력 성능을 보여준다. 이는 3,000회 정도의 충방전 시 눈에 띄는 성능 저하가 나타나는 기존 배터리 대비 10배 이상의 수명에 해당하는 혁신적 성과다.

세계가 인정한 기술력, 글로벌 수상 행렬
스탠다드에너지의 바나듐 이온 배터리 기술은 이미 세계적으로도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핵심기술로서 그 가능성을 인정받고 있다. 2021년 세계경제포럼(WEF)의 ‘테크놀로지 파이오니어 2021’에 선정되었으며, 2023년에는 같은 포럼의 글로벌 이노베이터로도 선정되었다. 특히 주목할 만한 성과는 2025년 3월 미국 시사주간지 TIME이 발표한 ‘2025년 세계 최고의 그린테크 기업’에 한국 기업 중 유일하게 선정된 것이다. 평가 대상이 된 약 8,000여 개 기업 가운데 상위 250개 기업에 포함되는 쾌거를 이뤘다. 또한 스탠다드에너지가 개발한 빌트인 방식의 타일형 ESS인 ‘에너지타일’이 CES 2025 혁신상을 수상하는 등 연이은 성과를 거두고 있다.
체계적인 상용화 과정과 시장 진입
스탠다드에너지는 2019년 세계 최초로 바나듐 이온 배터리를 개발한 후, 체계적인 상용화 과정을 거쳐 시장에 진입했다. 2022년 산업통상자원부 규제샌드박스를 통해 서울 강남구에 바나듐 이온 배터리 ESS를 연계한 전기차 충전소를 설치하여 초급속 전기차 충전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안전성과 성능을 실증했다. 이를 바탕으로 2023년에는 바나듐 이온 배터리에 대한 산업 표준이 제정되었고, 한국전기설비기준(KEC)에 등재되는 등 제도화가 완료되었다. 2024년에는 제품 인증을 획득하여 현재 파이온일렉트릭(전남 나주) 등 다수 고객사에 VIB ESS가 설치되어 가동 중이며, 롯데건설을 비롯한 여러 파트너사들과 공급 관련 계약을 체결하고 있다.
미래 전력시장의 패러다임을 바꿀 ESS
혁신전력산업의 급격한 변화가 진행되는 가운데, ESS는 미래 전력망의 핵심 장치로 대두되고 있다.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재생에너지 확산, AI 산업 발달에 따른 데이터 센터 확대, 전기차 보급확대와 연계된 초급속 충전 인프라 확충 등으로 전력 수요가 급격히 증가하고 있는 상황이다. 정부는 이러한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2023년 1월 발표한 제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서 2036년까지 약 125GWh의 ESS 설치목표를 제시했다.
하지만 현재까지 발생한 50여 건의 ESS 화재로 인해 국내 ESS 신규 설치는 미미한 상황이다. 스탠다드에너지의 바나듐 이온 배터리는 이러한 시장의 요구를 충족할 수 있는 유일한 해결책으로 평가받고 있다. 재생에너지 발전의 불안정성을 보완하는 ‘피크저감’ 용도는 물론, AI 데이터센터, 전기차 초급속 충전, 그리드 포밍, 전동차회생제동 등 기존 배터리 기술로는 충족하기 어려운 단주기 고출력 ESS 용도까지 모두 해결할 수 있다.
다양한 형태의 ESS 솔루션 제공
바나듐 이온 배터리는 최소 셀 단위로 생산되어 다양한 형태로 유연하게 ESS를 구성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스탠다드에너지는 이미 컨테이너 형태의 야외용 ESS와 소규모 실내용 ESS 모델을 선보였으며, 특히 혁신적인 ‘에너지타일’ 제품을 통해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고 있다.
에너지타일은 건축 마감재로 사용되는 타일 그 자체가 배터리가 되는 빌트인 방식으로, 통상적인 컨테이너 형태의 대용량 ESS가 도심 내 설치 시 발생하는 공간 손실 문제를 해결한다. 공간적 손실을 최소화하면서 대용량의 ESS를 유연하게 설치할 수 있어 도심 내 ESS 보급 확산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2025년 양산체제 구축으로 본격 시장 공략
스탠다드에너지는 2025년을 바나듐 이온 배터리의 본격적인 시장 확산 원년으로 설정하고 다양한 방향에서 사업을 확대해 나가고 있다. 특히 올해 구축할 예정인 양산라인 ‘브이라인(V-line)’을 통해 현재 바나듐 이온 배터리에 관심을 보이는 고객들에게 원활한 공급이 가능한 기틀을 마련할 계획이다.
브이라인 1개 라인만 구축되어도 바나듐 이온 배터리 생산량이 현재 대비 9배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생산 규모 확충을 바탕으로 2025년 중 국내외 다양한 현장에 바나듐 이온 배터리 ESS를 설치할 계획이며, 하반기에는 해외설치를 통한 수출 테스트도 진행할 예정이다.

도심 전체를 발전소로 만드는 혁신적 비전
스탠다드에너지는 안전성과 높은 성능을 바탕으로 도심 내 ESS 시장을 공략하여 전력산업에 근본적인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고 전망한다. ESS가 도심의 건물 내부에 설치될 수 있다면 도시 전체가 거대한 발전소로 변모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서울에 있는 10만 개 건물 중 2,000개 대형건물에 500kWh의 중소형 ESS를 설치하고 이를 계통과 연계하여 관리하면, ESS 네트워크 총량은 1GWh가 된다. 바나듐 이온 배터리의 높은 출력 특성을 활용하면 2GW급 출력을 낼 수 있는데, 이는 원자력 발전소 1기 규모에 해당한다. 즉, 도시 전체가 별도의 발전소를 짓지 않고서도 안전하고 거대한 발전소가 될 수 있다는 의미다.
스탠다드에너지는 지속적인 R&D 투자를 통해 차세대 바나듐 이온 배터리를 위한 신기술 확보에도 노력하고 있다. 현재 보유한 바나듐 이온 배터리 관련 특허는 300개를 넘어선다.

김부기 대표이사는 KAIST에서 기계공학 학사, 석사, 박사 학위를 취득하고 동 대학 기계공학과 연구조교수와 기계기술연구소 연수연구원을 역임한 배터리 기술 전문가다. 그의 리더십 하에 스탠다드에너지는 소프트뱅크벤처스를 비롯한 주요 투자자들로부터 총 650억 원의 시리즈B 투자를 유치하는 등 탄탄한 재무 기반을 구축했다. 스탠다드에너지의 회사명은 미국의 전설적인 에너지 기업 스탠다드오일에서 영감을 받았다. 19세기 후반 석유화학산업이 태동하던 시기에 새로운 표준을 제시하며 폭발적인 시장 성장을 견인했던 스탠다드오일처럼, 전력 시장에서 혁신을 이루겠다는 포부를 담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