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투데이에너지 김은국 기자] 글로벌 LNG 해운시장이 2027년을 기점으로 변곡점에 들어설 전망이다. 대규모 신조 발주와 신규 천연가스 수출 프로젝트가 동시에 본격화되면서 조선업계와 해운업계 모두에 중대한 전환점이 될 것으로 분석된다.
영국 해운 분석기관 드류리(Drewry)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2025~2027년 사이에는 대규모 신조선 인도가 집중되면서 선복 가동률이 한계에 이르지만, 2027년 이후부터는 예정된 대형 LNG 설비의 최종투자결정(FID)과 맞물려 수급 균형이 재편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만 해도 89척의 LNG 운반선이 인도되며 역대 최대 규모를 기록할 전망이다. 이어 2026~2027년에도 각각 94척, 92척이 추가 인도될 예정이다. 그러나 2027년까지의 인도 물량이 소화된 이후에는 신규 발주와 선단 교체 수요가 맞물리며 시장의 새로운 성장 국면이 열릴 것으로 전망된다.
드류리는 2030년까지 계획 중인 대형 LNG 프로젝트들의 FID 확보 상황에 따라 150~180척의 신규 운반선 수요가 추가로 필요하다고 내다봤다. 특히 IMO 환경 규제 강화, 연료 교체 수요 확산 등이 맞물리면서 선박 발주 러시(LNG carrier rush)가 본격화될 가능성이 크다.
실제 시장에서는 이러한 흐름이 이미 나타나고 있다. 2025년 들어 7월 한 달에만 8척의 LNG선 해체가 이루어지며, 이는 역대 최대치를 기록한 바 있다. 노후 선박의 대체 수요가 확대되면서 2028년경 해체 물량이 정점을 찍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주요 글로벌 LNG 개발업체들은 발 빠르게 대응하고 있다. 삼총도(DFE·TDFE) 엔진을 장착한 차세대 LNG선 발주 움직임이 활발히 진행 중이며, 실제로 최근 발주된 LNG선 모델들은 2027년 이후 운항에 최적화된 사양을 탑재하고 있다. 신조선의 75% 이상은 이미 이중연료 엔진, 강화된 탄소 규제 대응 장치 등을 장착한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미국 벤처글로벌(Venture Global)과 한국의 한화오션·HD현대중공업 등은 12척 규모의 신조선 발주 협상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는 이러한 움직임이 향후 5년간 조선·해운업계를 견인하는 핵심 동력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 용어 설명 :
· Drewry(드류리) = 세계적으로 권위를 인정받는 해운·물류 전문 리서치 기관, 1970년대 설립 이후 글로벌 해운시장 분석과 컨설팅 서비스를 제공해 왔다. 영국 해운 분석기관드류리는 해운 운임지수, 선박 발주 동향, 에너지·벌크·컨테이너 등 전 분야에 걸친 해운산업 데이터를 종합적으로 다루며, 각국 정부와 선사, 조선사, 금융기관 등이 의사결정을 내릴 때 참고하는 핵심 자료를 발간한다. 특히 LNG 운반선, 컨테이너선, 탱커 시장에 대한 중장기 수요 전망과 운임 분석에서 높은 신뢰도를 확보하고 있으며, 정기적으로 발표하는 보고서는 글로벌 조선·해운업계의 투자 방향과 전략 수립에 중요한 지표로 활용되고 있다.
· 삼총도 엔진 = LNG 운반선 추진체계를 상징적으로 묶어 부르는 업계 속칭. 이는 △증기터빈(ST, Steam Turbine) △듀얼 퓨얼 디젤-일렉트릭(DFE, Dual Fuel Diesel Electric) △트라이 퓨얼 디젤-일렉트릭(TDFE, Tri Fuel Diesel Electric) 등 세 가지 방식이 2000년대 이후 LNG선의 주력 추진 엔진으로 활용되면서 붙여진 이름이다. 과거 LNG 운반선은 주로 증기터빈 엔진을 탑재했으나, 연료 효율과 환경성의 한계가 드러나면서 DFE 방식이 새롭게 부상했고, 이후 TDFE로 발전하면서 선박 운항의 경제성과 유연성을 크게 높였다. 이 세 가지 체계가 동시에 시장에서 활용되자 업계에서는 이를 ‘삼총도 엔진’으로 부르며 LNG선 시장의 전환기를 대표하는 기술군으로 인식해 왔다. 현재는 차세대 엔진인 ME-GI와 X-DF가 시장의 주도권을 이어받고 있지만, 삼총도 엔진은 한 시대를 풍미하며 글로벌 LNG 해운시장의 성장기를 이끈 대표적 동력 시스템으로 평가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