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투데이에너지 장재진 주필] 최근 대전 국가정보자원관리원 내 무정전 전원 장치(UPS)에서 발생한 배터리 화재는 에너지저장장치(ESS)의 안전성에 대한 우려를 다시금 고조시켰다.
2017년부터 국내에서는 리튬이온 배터리 기반 ESS에서 총 21건 이상의 화재가 발생했으며, 5년여간 54차례의 화재가 보고될 정도로 ESS 화재는 지속적인 문제로 지적돼 왔다.
화재보험협회 재난안전연구팀 최명영 책임연구원의 보고서에 따르면 특히 발화 원인 중 '알 수 없음'(미상)이 21건으로 가장 많았고, 과부하나 누전 등 전기적 요인 17건, 과열 등 기계적 요인 10건 등이 뒤를 이었기에, 화재의 원인 규명과 근본적인 안전성 확보는 ESS 산업 발전에 있어 필수적인 과제가 되었다. 이러한 사건들은 재생에너지를 효율적으로 활용하게 만드는 ESS 산업이 위축될 수 있다는 경각심을 주었다.
안전 강화 위한 기술적 반전 모색
이러한 화재 발생 이후 정부와 산업계는 ESS 안전 강화를 위한 다각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배터리 자체의 안전성 향상뿐만 아니라 시스템 전체의 화재 예방 및 진압 기술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화재에 덜 취약한 리튬인산철(LFP) 배터리의 적용이 확산되고 있으며, 고밀도 에너지 저장과 동시에 열 폭주를 지연하거나 방지하는 기술이 연구되고 있다.
KDI 등 전문연구기관에 따르면 배터리의 온도를 효율적으로 제어하는 것은 화재 예방에 핵심적인 요소다. 미국의 테슬라, 플루언스, 중국의 CATL, EVE 등 글로벌 ESS 시장의 선두 기업들은 가격경쟁력 있는 리튬인산철 전지에 수냉식(Water-cooling) 냉각 방식을 적용하여 안전성을 높이고 있다. 국내에서도 수냉식 및 화재확산 방지 기술을 적용한 ESS 패키징 기술 개발이 2024년부터 2026년까지 진행될 예정이다.
화재 발생 시 초기 진압 실패 사례를 거울삼아 소화 약제 및 소화 방법의 정밀한 개발과 적용이 요구되고 있다. 리튬이온 배터리 화재 진압의 어려움을 고려하여 ESS가 설치된 공간에는 개별적인 소화 구획 설정과 함께 폭압 방출 시스템 등의 건축적 대책 마련도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다.
배터리의 상태를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고 인공지능(AI)을 활용하여 이상 징후를 사전에 감지하고 예측하는 시스템 개발도 활발하다고 전해진다. 이는 화재 발생 가능성을 줄이고, 사고 발생 시 신속한 대응을 가능하게 한다.
ESS 기술의 미래 전망과 과제
ESS는 변동성 높은 재생에너지의 간헐성을 보완하고 전력망 안정화를 위한 필수적인 기술로서 그 중요성은 변함이 없다. 다만, 대전 배터리 화재와 같은 사건을 통해 얻은 교훈을 바탕으로 '안전성'을 최우선 가치로 삼아 기술 개발 및 제도 개선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글로벌 ESS 시장은 지속적으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되지만, 각국 정부와 관련 기관들은 안전 기준을 대폭 강화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ESS 사고 원인 조사 결과 발표 및 안전강화 대책이 여러 차례 수립되며 관리 의무 대상과 소방 기준이 신설되는 등 안전 관리 제도가 강화되고 있다.
차세대 배터리 기술의 약진으로 리튬이온 배터리를 넘어 전고체 배터리, 흐름 전지(Flow battery) 등 더욱 안전하고 장수명이며 친환경적인 차세대 ESS 기술 개발이 활발히 진행될 전망이다. 특히, 저가격 고용량을 실현할 나트륨이온 전지 기술은 핵심 소재 및 셀 기술 개발이 진행 중이며, 이는 공급망 안정화에도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ESS는 단순한 에너지 저장을 넘어 분산에너지 시스템, 스마트 그리드, 마이크로그리드 등 미래 전력 시스템을 구성하는 핵심 인프라로서 더욱 발전할 것으로 보인다. 안정적인 전력 공급을 위한 전력망 연계 기술, 그리고 AI 기반 에너지 관리 시스템(EMS)의 역할도 더욱 중요해질 것이다.
대전 배터리 화재는 ESS 산업에 큰 과제를 던졌지만, 동시에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는 기술 혁신의 길을 묻는 계기가 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