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흠 충남지사가 내포신도시아파트연합회원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 충청남도 제공
김태흠 충남지사가 내포신도시아파트연합회원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 충청남도 제공

[투데이에너지 윤철순 기자] 인터넷과 SNS 등을 통한 ‘난방비 폭탄’ 인증 릴레이가 지속되는 가운데, 일부 광역·기초단체장들이 집단에너지 공급사를 직접 찾아가거나 공개적으로 난방 요금 인하를 요구해 논란이 일고 있다.

김태흠 충남지사는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내포신도시 공동주택 난방요금 전국 최고‘와 관련, 공급사를 향해 요금 인하를 촉구하며 관련 부서에 신속 조치를 지시했다. 이에 대해 일부 전문가들은 '월권'이라고 주장한다.

김 지사는 지난 11일 도청 접견실에서 내포신도시아파트연합회 임원과 입주자 대표들을 만나 “빠른 시일 내에 난방요금이 인하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일부에선 이를 ’정치적 레토릭‘으로 해석하며 집단에너지사업자들의 합법적인 요금 부과 권한을 넘어선 발언일 수 있다고 지적한다.

집단에너지사업자들은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에너지공단의 지침에 따라 지역난방 요금을 산정한다. 해당 요금은 주택용과 난방용, 냉방용 등 다양한 사용 목적에 따라 총괄원가와 적정투자보수 등을 고려해 결정되고 이 과정에서 에너지공단의 검토를 받는다.

요금 산정 시 상한제와 하한제가 적용되기도 하며, 이는 사업자와 소비자 간의 공정한 거래를 보장하는 장치로 기능한다.

따라서 김 지사의 발언은 사실상 집단에너지사업자들의 자율적인 요금 산정 과정에 대한 정치적 개입으로 볼 여지가 있다. 요금 인하를 촉구하는 건 쉽게 말할 수 있지만, 이는 요금 인하의 합법성과 효율성을 담보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부족한 상태에서 나온 발언이라 논란이 될 수 있다.

김 지사는 내포신도시 지역난방 요금이 전국 최고라는 언론 보도가 최근 잇따르면서 요금 인하를 주장했지만, 지역난방 사업자들은 자칫 경영의 지속가능성이 위협받을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한다.

이보다 앞선 지난달 초엔 이권재 오산시장이 주민 민원을 들고 오산시 집단에너지공급사인 DS파워를 직접 찾아 열 요금 산정방식을 공유해 줄 것을 요청하기도 했다. 이 역시 김 지사의 스텐스와 같은 맥락이다.

총괄원가와 적정투자보수가 중요한 기준이 되는 열요금 산정에 대해 도지사가 직접적으로 요금 인하를 언급하는 건 법적 테두리를 넘어서는 행위로 비칠 수 있다. 특히, 인허가와 규제 권한을 쥐고 있는 정부의 눈치를 봐야 하는 기업 입장에선 자치단체장 발언일지라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김 지사는 이 지역 '내리 3선 당선 경력'의 국회의원 출신 도지사다.

내포신도시 내 충남도청사 전경. / 충청남도 제공
내포신도시 내 충남도청사 전경. / 충청남도 제공

업계, “경영 불안정성 초래 우려”

또 산업부의 요금 산정 기준에 따라 연료비와 고정비 변동을 반영, 요금이 주기적으로 조정되기 때문에 김 지사 발언은 행정적 권한을 넘어서는 정치적 제스처로 해석될 수 있다. 표를 의식한 정치적 ’언론 플레이‘ 가능성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일례로, 내포신도시 지역 주민 서명운동과 건의문 전달을 받으면서 김 지사는 “주민 의견을 반영할 수 있는 체계”를 마련하겠다고 했으나, 이런 요구사항이 실제로 실현될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다는 분석이다.

현재 내포신도시 지역난방 요금은 1메가칼로리(M㎈)당 123.55원으로 전국 평균인 116.62원보다 다소 높은 편이다. 그러나 이는 적정 원가와 투자 보수를 반영한 결과이기 때문에 현행 요금이 실제 과도하다고 단정할 순 없다.

지역냉난방 열요금산정기준에 따르면, 난방 요금은 연료비 변동과 회수된 요금 차이를 조정하는 과정에서 결정된다. 한국지역난방공사를 기준으로 요금 산정이 이뤄지지만, 일부 민간사업자들은 자기자본보수율이나 연료 조달 방식 등에 따라 기준 요금을 낮출 수 있기 때문에 과도한 요금 인하가 현실적으로 가능할지는 의문이다.

특히 산업부가 추진 중인 열요금 제도 개선이 사업자들에게 중요한 변화를 가져올 수 있음을 감안할 때, 김 지사 발언은 정책적으로 미묘한 시점에서 나온 것으로 평가된다.

이와 관련해, 집단에너지업계는 “요금 인하가 과도한 열요금 격차와 수용성 저하를 초래할 수 있다”며 “자산에 대한 적정투자보수율을 보장하지 못하면 사업자의 경영 불안정성을 초래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여러 상황을 종합해 볼 때, 김 지사의 발언은 정치적 메시지일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길었던 지난 겨울 한파로 인한 ’난방비 폭탄‘ 인증 릴레이가 인터넷과 SNS를 중심으로 확산되는 등 난방 요금 관련 불만이 고조되자 지역민들의 불만을 잠재우기 위해 나선 것 아니냐는 의문이다.

내포신도시 지역난방 요금 인하 문제는 단순한 주민 불만에 그치지 않는다. 법적 테두리와 산업의 경영적 관점이 복합적으로 얽혀 있는 문제다. 김 지사의 발언이 실제 요금 인하로 이어지려면, 합법적 절차와 업계 협의가 뒤따라야 한다. 정치적 접근이 아닌 실질적인 해결책이 요구되는 사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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