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군의 공격으로 사망한 야히야 신와르 하마스 최고 정치 지도자/출처 VOA(미국의 소리)
이스라엘 군의 공격으로 사망한 야히야 신와르 하마스 최고 정치 지도자/출처 VOA(미국의 소리)

 

[투데이에너지 김은국 기자]

팔레스타인 가자지구(Gaza Strip)를 둘러싼 분쟁이 지속되는 가운데, 이 지역의 천연가스 자원 또한 국제적 갈등의 중심에 서고 있다. 1999년 영국가스(British Gas)가 가자지구 연안의 가자마린(Gaza Marine) 지역에서 약 311억 입방미터(31.1Bcm) 규모의 천연가스 매장량을 확인한 이후, 해당 자원의 소유권과 개발을 둘러싼 논쟁이 이어져 왔다.

가자마린 천연가스전은 팔레스타인 자치정부(PA)가 25년간 개발 및 생산권을 부여한 지역이지만, 지금까지 팔레스타인 경제에 실질적인 혜택은 돌아오지 않았다. 역대 이스라엘 총리들은 수차례 가스전 개발을 승인하기도 했지만, 개발 수익이 무장 세력으로 흘러들어갈 위험이 있다는 이유로 철회해왔다. 현재 가자마린 가스전은 기술적으로 개발이 가능하지만, 정치적·군사적 이유로 인해 여전히 미개발 상태로 남아 있다.

특히 2023년 10월, 하마스(Hamas)의 이스라엘 공격으로 촉발된 전쟁이 1년 반 이상 지속되면서, 가자지구 대부분이 이스라엘군의 폭격으로 초토화되었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가자지구 해안의 가자마린 천연가스전은 이스라엘의 군사 공격에서 제외된 몇 안 되는 지역 중 하나였다. 이는 천연가스 자원의 중요성을 시사하는 대목으로 해석된다.

가자지구 연안이 포함된 레반트 분지(Levantine Basin)는 이스라엘, 팔레스타인, 레바논, 시리아, 키프로스 등 여러 국가의 해상 경계를 포괄하는 지역으로, 122조 입방피트(122Tcf)에 달하는 초대형 천연가스 매장량이 추정된다.

이스라엘은 이미 레반트 분지 내에서 타마르(Tamar)와 레비아단(Leviathan) 가스전을 개발해 자국 내 에너지 자립을 이뤘고, 이집트와 유럽 등으로 가스를 수출하며 강력한 에너지 공급국으로 자리 잡았다. 반면, 팔레스타인은 가자마린 가스전을 개발할 기술력과 경제적 자원이 부족해 자원 독립의 기회를 얻지 못하고 있다.

현재 가자마린 가스전의 개발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간의 정치적 합의 여부에 따라 결정될 가능성이 크다.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 지역 내 천연가스 개발이 무장 세력의 재정적 기반이 될 것을 우려하고 있으며, 팔레스타인은 이를 경제적 자립을 위한 핵심 자원으로 인식하고 있다.

향후 가자마린 가스전 개발이 실현된다면, 팔레스타인의 에너지 주권 확보와 경제 발전에 중요한 계기가 될 수 있다. 그러나 현재의 정치적·군사적 상황을 고려할 때, 단기간 내 가스전 개발이 이뤄질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가자지구의 천연가스를 둘러싼 주권 경쟁은 단순한 에너지 문제가 아닌 중동 지역의 지정학적 갈등과 직결된 사안으로, 향후 이 지역의 정세 변화에 따라 그 향방이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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