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투데이에너지 이상석 기자]
최근 세계 에너지 시장에서 ‘화이트수소’로 불리는 천연수소가 조용한 주목을 받고 있다. 탄소 배출 없이 지하에서 자연적으로 생성돼 축적된 천연수소는 기존 수소 생산 방식이 안고 있는 환경적·경제적 한계를 넘을 수 있는 ‘게임 체인저’로 기대된다. 지금까지 수소경제는 그린수소, 블루수소 중심으로 논의돼 왔지만 대규모 전기 또는 탄소 포집 기술이 필요한 이들 방식은 상용화까지 높은 비용과 복잡한 인프라가 요구돼왔다.
천연수소는 이러한 문제를 우회할 수 있는 귀한 자원이다. 호주, 프랑스, 미국 등 일부 국가에서는 이미 천연수소 분포 탐사와 시범 채굴이 시작됐고, 아프리카 말리에서는 이미 수 년 전부터 자연 분출되는 수소를 소규모 에너지원으로 활용하고 있다. 최근에는 유럽연합도 천연수소의 전략적 중요성을 인식하고 조사에 나섰으며, 글로벌 에너지 기업들도 본격적인 투자 가능성을 검토 중이다.
화이트 수소는 생산 과정에서 탄소 배출이 없으며 지속적인 채굴 기술 개발로 매우 저렴한 수준까지 낮출 잠재력이 있다. 지구 내부로부터 지속적으로 생성돼 고갈 위험이 적으며 연소 시 높은 열을 발생시켜 연료 전지 효율도 높다.
그러나 기대만큼 해결해야 할 과제도 많다. 천연수소의 존재는 과학적으로 확인되고 있지만 경제적으로 의미 있는 규모로 상업화 가능한 매장량 검증이 필요하다. 채굴 과정에서 지반 침하나 지하수 오염 같은 환경 리스크도 배제할 수 없으며 화이트수소가 에너지 시장에 본격 편입되기 위해서는 규제 정비, 기술 표준화, 국제적인 수소 인증 체계 등이 뒤따라야 한다.
우리나라도 주목해야 할 필요성이 크다. 국내는 천연수소 자원의 존재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희박하다고 평가되지만, 해외 자원개발이나 기술 협력을 통해 초기부터 글로벌 공급망에 참여할 수 있는 전략을 세워야 한다. 탄소중립 목표를 앞당기기 위해서라도 그린수소와 블루수소만큼이나 화이트수소를 미래 에너지 전략의 일부로 고려해야 할 시점이다. 화이트수소는 아직 미지의 영역이지만 미리 준비해야 그 과실을 수확할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