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북유럽 수소 파이프라인 /IEA 제공
서북유럽 수소 파이프라인 /IEA 제공

[투데이에너지 장재진 기자]

수소경제가 미래 에너지 시스템의 핵심 축으로 부상하면서, 수소 생산 및 활용 기술 개발과 함께 이를 효율적으로 유통시킬 인프라 구축 경쟁이 전 세계적으로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특히 대규모 수소를 안정적이고 경제적으로 운송하기 위한 파이프라인 네트워크, 즉 '수소 고속도로' 건설이 각국의 주요 에너지 정책으로 떠오르고 있는 것.

이는 수소경제가 단순한 생산과 소비를 넘어선 통합적인 공급망 구축이 필수적임을 방증한다.

수소 배관망은 기존 천연가스 배관을 개조하거나 신규 배관을 설치하는 방식으로 추진되며, 수소 운송의 효율성과 대용량 처리 능력을 극대화할 수 있다는 점에서 가장 현실적인 대규모 운송 방안으로 평가받는다.

이러한 전략적 중요성을 바탕으로 한국, 유럽, 중동 등 주요 에너지 전환 선도 국가 및 지역에서 야심 찬 배관망 구축 프로젝트를 속속 발표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경상북도가 울진 원자력수소 국가산업단지, 포항 수소특화단지 등 주요 수소 생산 및 소비 거점을 잇는 1000km 규모의 '수소에너지 고속도로'를 추진하며 지역 내 청정수소 공급망을 구축하려 한다. 국토교통부 또한 수소도시 조성 사업과 연계하여 광역 연계 배관망을 확대하며 2040년까지 국가 수소 유통 인프라 확충을 계획하고 있다.

유럽은 대규모의 '유럽 하이드로젠 백본(EHB)' 구축을 통해 역내 수소 교역 활성화를 목표로 한다. 2040년까지 약 4만km의 배관망을 계획 중인 EHB는 기존 천연가스 인프라를 적극 활용하며 구축 속도를 높이고 있다. 특히 스페인은 풍부한 태양광·풍력 자원을 기반으로 한 녹색수소 생산 잠재력을 바탕으로 2600km의 국가 수소망을 구축, 이를 'H2Med' 프로젝트를 통해 프랑스, 독일 등 북서유럽과 연결하며 유럽의 핵심 수소 공급 관문 역할을 자임하고 있다. 2030년 운영 개시를 목표로 하는 스페인의 계획은 유럽 내 수소 인프라 경쟁을 가속화하는 신호탄으로 해석된다.

중동 지역 역시 기존 화석연료 중심 경제에서 벗어나 수소 생산 및 수출 허브로의 전환을 추진하며 대규모 배관망 구축에 나섰다. 아랍에미리트(UAE)는 2040년까지 2200km의 수소 배관망 설치 계획을 발표했으며, 오만은 2030년까지 300~400km 규모의 '그린수소 고속도로' 건설을 추진한다. 특히 오만은 수소뿐만 아니라 탄소 포집·저장(CCS)을 위한 CO₂ 운송망까지 통합적으로 구축하며 국가 단위의 '탄소중립 에너지 망' 형성을 지향하고 있다. 

이처럼 전 세계 주요 국가들은 수소 생산 능력 확보와 함께 이를 효율적으로 유통시킬 대규모 파이프라인 네트워크 구축을 통해 다가올 수소경제 시대의 물류 및 공급망 패권을 선점하려 하고 있다.

이처럼 수소 배관망은 단순한 인프라를 넘어 국가 경제와 에너지 안보를 좌우하는 핵심 자산이 될 전망이며 향후 국제 수소 교역 시장의 판도를 결정짓는 중요한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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