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투데이에너지 이상석 기자] 호주가 향후 주요 수출 자원으로 떠오른 그린수소 시장 진출을 본격화하는 가운데, 이를 뒷받침할 인증 제도의 실효성과 국제 정합성에 대한 논란이 일고 있다.
모나시대학교 토목환경공학과 연구진은 최근 국제 학술지 '저널 오브 클리너 프로덕션'에 게재한 논문을 통해 호주의 주요 전력시장인 NEM(국가 전력시장)이 그린수소의 진정한 ‘친환경성’을 보장하는 데 얼마나 효과적인지를 분석했다. 이번 연구는 국제 수소 인증제도의 핵심인 이른바 ‘3대 원칙(Three Pillars)’을 중심으로 생애주기평가(LCA, Life Cycle Assessment) 방식을 적용해 이들의 실제 적용 가능성을 평가했다.
3대 원칙은 수소 생산에 사용되는 재생에너지가 기존 공급이 아닌 새로이 추가된 청정전원이어야 한다는 추가성, 수소 생산 시점과 재생에너지 공급 시점이 실시간으로 일치해야 한다는 시간일치성, 수소 생산에 사용되는 전력은 같은 지역의 전력망에서 공급돼야 한다는 지역일치성 등이다.
연구에 따르면, 이들 기준은 이론적으로 탄소배출을 줄이는 데 유효하나, 실제 적용 시에는 기술적·경제적 도전과제를 수반하며, 오히려 전체 시스템 차원에서의 온실가스 감축 효과를 저해할 수 있다는 비판이 나왔다.
연구진은 특히 시간 일치 기준에 대해, “그리드 기반 배출을 줄이는 데는 효과가 있지만, 이를 엄격히 따를 경우 수소 생산시설에 높은 유연성과 추가 인프라 투자가 요구돼 비용 증가와 함께 ‘내재 배출’까지 확대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내재 배출은 주로 수입산 장비나 설비 구축에 따른 간접 배출을 의미하며, 현재 대부분의 인증제도에서는 이 항목이 제외돼 있는 상황이다.
한편 시간일치보다 덜 엄격한 기준인 연간일치 방식은 단기적으로 산업 확산에는 유리하나, 탄소배출 절감 측면에서는 효과가 미미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긍정적인 측면으로는, 호주 정부가 최근 도입을 추진 중인 원산지 보증 제도에서 지역일치 기준을 배제한 것은 타당하다는 분석이 제시됐다. 연구진은 “NEM 내 지역 간 전력 공유가 전체 재생에너지 활용도를 높이고 시스템 탄력성을 향상시키는 만큼, 지역 일치 강제는 오히려 전체 감축 효과를 저해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연구를 이끈 그레이엄 팔머 박사는 “정부는 환경적 엄격성과 신생 산업의 성장 지원이라는 두 가지 목표 사이에서 균형을 모색해야 하는 현실적 도전에 직면해 있다”며 “일부 인증 기준은 의도와 달리 전체 시스템 차원에서 감축 노력에 역효과를 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번 연구는 3대 원칙 중 ‘추가성’ 원칙은 제외하고 분석을 진행했으며, 이에 대해 연구진은 “신규 재생에너지 투자를 유도했는지 여부는 생애주기 모델링보다 정책 및 시장 설계의 영역에서 다뤄져야 할 사안”이라고 덧붙였다.
이번 결과는 호주뿐만 아니라 글로벌 그린수소 수출을 준비하는 국가들이 인증 체계 수립 시 과학적·시스템적 접근을 병행해야 한다는 점을 시사하며, 향후 국제 수소시장 형성과 표준화 논의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