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투데이에너지 장재진 주필]
새 정부 출범 이후 공공기관 개혁 바람이 일고 있다. 특히 업무 중복과 비효율성 문제를 해결하고 급증하는 공공기관 부채를 감축하기 위한 통폐합 논의가 본격화되고 있어 관련 업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공공기관 통폐합 논의는 이재명 대통령의 대선 공약 중 하나인 '4대 개혁'의 일환으로, 행정개혁의 핵심 과제로 추진되고 있다.
윤석열 정부 출범 직전인 2021년 584조 4000억원이던 공공기관 부채는 지난해 741조 5000억원으로 크게 증가했으며, 부채비율 또한 154.8%에서 180.6%로 상승했다. 이러한 재정 부담은 확장 재정을 추진하는 새 정부에 큰 압박으로 작용하고 있다.
공공기관 통폐합 논의는 정권 교체 후 첫 경영평가 결과 발표와 맞물려 더욱 뜨거운 감자로 떠오르고 있다. 지난 20일 기획재정부는 2024년도 공기업·준정부기관 경영실적 평가 결과를 발표했으며, 이 평가는 예산 배정, 인사 조치, 성과급 지급 등 기관 운영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특히 이번 평가는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처음으로 시행되는 만큼, 새 정부의 공공기관 운영 기조를 가늠할 분수령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평가 결과, 탁월(S) 등급 기관은 없었다. 우수(A) 15곳, 미흡(D) 9곳, 아주 미흡(E) 4곳 등 전반적으로 전년과 유사한 수준을 유지했다
이에 따라 정부는 유사·중복 기능을 가진 공공기관을 통폐합하여 효율성을 높이고 생산성을 제고하겠다는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미 지방 공공기관에서는 이러한 통폐합이 진행되어 부산에서는 부산국제교류재단과 부산영어방송재단이 부산글로벌도시재단으로 통합되는 등 32개 기관이 통폐합됐으며, 이를 통해 연간 54억 9000만 원의 예산 절감 효과를 거둘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주요 통폐합 대상으로 거론되는 곳은 발전 공기업과 고속철도 운영사 및 물관리기관 등이다.
■ 전력그룹사 발전 공기업
전국에 산재한 남동·중부·서부·남부·동서 등 5개 화력발전 공기업을 2개사로 통폐합하고, 신재생에너지 발전 전문 공기업을 신설하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 이는 이재명 대통령의 2040년까지 석탄화력발전소 전면 폐지 공약과 맞물려 더욱 힘을 얻고 있다.
■ 고속철도 운영사
KTX 운영사인 한국철도공사(코레일)와 SRT 운영사인 에스알(SR)의 통합 운영도 검토 대상이다. 이는 철도노조의 오랜 요구 사항이기도 하다.
■ 물 관리 기관
환경부 산하 한국수자원공사와 산업통상자원부 산하 한국수력원자력이 각각 관리하는 댐을 한 기관으로 통합 관리하는 방안도 재논의될 수 있다.
■ 일부 기관장 '경고' 조치 받아
특히 윤석대 한국수자원공사 사장, 김동철 한국전력공사 사장 등 일부 기관장은 중대재해 발생 및 경영관리 부진을 이유로 '경고' 조치를 받았다.
국정기획위원회는 공공기관 관리 구조 자체에 대한 손질도 예고하고 있다. 현재 기획재정부 산하에 있는 공공기관운영위원회(공운위)의 기능을 총리실 산하로 이관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며, 관련 법안도 발의된 상태이다. 이는 공공기관 인사에 대한 정권의 영향력을 강화하려는 조치라는 시각도 있다.
앞으로 대규모 공공기관 통폐합은 물론, 조직 간 기능 조정 및 일부 기관 폐지까지 검토될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구조조정은 공공기관의 효율성을 높이고 재정 건전성을 확보하는 데 기여할 수 있지만, 동시에 노동자 반발과 정치화 논란, 실질적인 효율성 확보 등 여러 과제를 안고 있다.
통폐합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인력 감축 및 고용 불안정 문제로 인해 노동자들의 반발이 예상된다.
경영평가와 통폐합 논의가 정치적 도구로 활용될 경우, 공공기관의 독립성과 전문성이 훼손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한 에너지 공공기관 관계자는 "정권 따라 기준이 바뀐다면 누구도 소신 있게 일할 수 없다"며 "정치의 도구가 된 경영평가는 조직을 무기력하게 만들 뿐"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 단순한 통폐합을 넘어, 기관 간의 시너지를 창출하고 실질적인 업무 효율성을 높이는 방안에 대한 심도 깊은 고민이 필요하다.
새 정부의 공공기관 통폐합 추진은 재정 건전성 확보와 효율성 제고라는 명분 아래 강력하게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정치적 논란, 노동자 반발, 그리고 실질적인 성과 창출의 어려움 등 다양한 과제들을 해결해야 할 것이다.
공공기관 개혁이 단기적인 성과에만 치우치지 않고, 장기적인 관점에서 공공 서비스의 질을 높이고 국가 발전에 기여할 수 있도록 신중하고 합리적인 접근이 요구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