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투데이에너지 김은국 기자]
러시아가 멕시코에 LNG 공급 및 기술 이전을 제안하며 에너지 지정학의 새로운 균열 조짐이 감지되고 있다.
러시아 에너지부 장관 세르게이 치빌레프(Sergei Tsivilev)는 최근 “멕시코와의 협력이 이미 시작되었으며, 러시아는 우수한 LNG 기술을 보유하고 있고 이를 제공할 준비가 되어 있다”고 밝혔다고 주멕시코 러시아대사관이 전했다.
이 제안은 미국 가스 수입 의존도가 72%에 달하는 멕시코의 취약한 에너지 구조와 맞물려 주목받고 있다. 현재 멕시코는 천연가스 대부분을 미국으로부터 파이프라인을 통해 수입, 주로 발전과 산업용으로 사용하고 있다.
그러나 미국 내 가격 변동성과 지정학적 긴장, 북미 내 기후·전력망 리스크가 증가하면서 LNG 기반 수입 다변화가 시급한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 전략비축 확대·자국 유전 재가동…멕시코, 공급망 다변화 '전면전'
멕시코 정부는 이미 에너지 안보 강화를 위한 조치들을 속속 시행 중이다. 2025~2026년까지 전략 가스 저장 용량을 현재 대비 2배로 확대하는 계획을 올해 초 공식화했으며, 이는 예기치 못한 공급 차질이나 지정학적 충격에 대비하기 위한 사전 조치로 해석된다.
이와 함께 국영석유회사 페멕스(Petróleos Mexicanos, Pemex)는 3만 개 유정(wells) 가운데 폐쇄된 1/3가량을 재가동해 하루 생산량을 180만 배럴(mmbbl/d)까지 끌어올릴 계획을 5월 발표했다. 이는 수입 의존도를 낮추기 위한 자국 내 공급 기반 강화 전략의 일환으로 보인다.
하지만 자체 생산만으로 수요를 감당하기엔 한계가 있는 만큼, LNG 수입선의 다변화는 단기·중기 에너지 정책의 핵심 축이 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평가다.
■ 美 독점 벗어나려는 멕시코…러시아와의 LNG 협력, 현실성은?
러시아의 LNG 공급 제안은 에너지 기술 이전 및 중장기 계약을 포함한 전략적 협력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서방과 러시아 간 갈등이 고조되는 가운데, 멕시코가 러시아의 제안을 수용할 경우 미국과의 외교적 긴장 요인이 될 수도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멕시코가 자국 안보 및 지정학적 중립성을 강조하면서 美-러 간 에너지 중간지대 또는 다자간 협력의 시험무대가 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기술, 가격, 운송 조건 등 현실적 요소 외에도 정치적 외교적 리스크를 감수할 것인지 여부가 관건이다.
궁극적으로 멕시코의 행보는 전통적 북미 에너지 블록에서 벗어나 '에너지 비동맹 전략'을 택할지 여부를 가늠하는 신호탄이 될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