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호현 신임 산업통사원부 제2차관./ 대통령실 제공
이호현 신임 산업통사원부 제2차관./ 대통령실 제공

[투데이에너지 윤철순 기자] 이재명 정부가 ‘기후에너지부’ 신설을 추진하고 있는 가운데, 에너지 정책 주도권을 둘러싼 산업통상자원부의 위상과 기능 재편이 중대 분수령을 맞고 있다. 

산업부 잔류냐, 기후에너지부 이관이냐를 둘러싼 전초전 양상이 감지되는 가운데, 산업부의 에너지 정책 일관성과 실무 중심성을 강조하는 인사가 이어지면서 정책 체계 개편의 향방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정부는 지난달 29일 기획재정부 정책기획관을 지낸 김정관 전 두산에너빌리티 사장을 산업부 장관으로 지명하고, 전날 이호현 에너지정책실장을 산업부 2차관으로 임명했다. 이 차관은 취임과 함께 에너지 정책의 실무적 무게 중심을 산업부에 다시금 실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호현 2차관은 취임사에서 “전기 시대에 걸맞은 에너지 가격체계, 시장구조, 제도 및 거버넌스를 구축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전력망도 에너지고속도로와 분산형 전력망으로 새롭게 재구축(레이아웃)해야 한다”고 밝혔다.

또 “에너지 안보를 지키면서 경제적이고 깨끗한 에너지를 공급하기 위한 우리의 노력들이 산업 전반의 경쟁력을 높임과 동시에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이어지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차관은 산업부 내 에너지정책 주요 보직을 두루 거친 ‘실행형 관료’로, 전력·가스·신재생에너지 전 분야에 정통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실제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 수립과 한전 적자 대응, 체코 원전 수주, 알래스카 LNG 현장 점검 등 굵직한 정책을 실무선에서 주도했다.

에너지 업계 관계자는 “이 차관은 특정 이념보다 데이터와 현실 기반의 합리성을 중시하는 관료”라며 “실무진과 산업계의 신뢰가 두텁다”고 평가했다.

이번 인사는 ‘에너지고속도로 구축’, ‘RE100 산단 조성’, ‘에너지 신산업 창출’ 등 대통령의 에너지 공약과 맞물려 에너지정책의 안정적 추진을 위한 선택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이 차관은 “본격적인 전기 시대로 접어든 지금 우리는 에너지고속도로 구축, RE100(재생에너지 100%) 산단 조성, 에너지신산업 창출이라는 중대한 과제를 마주하고 있다”며 “변화에 적기에 대응하지 못한다면 글로벌 에너지 패권 경쟁에서 뒤처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달 29일 김정관 전 두산에너빌리티 사장을 신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으로 지명했다./ 대통령실 제공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달 29일 김정관 전 두산에너빌리티 사장을 신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으로 지명했다./ 대통령실 제공

“산업부 기능, 역할 완전 배제 어려울 것”
한편 이재명 정부는 탄소중립, 재생에너지 확산, 기후위기 대응을 전담하는 ‘기후에너지부’ 신설을 추진 중이다. 이에 따라 에너지 정책 기능 일부가 산업부에서 이관될 가능성이 제기되며 정책 연속성과 부처 간 역할 조정 문제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산업부는 전통적으로 에너지 수급과 산업 경쟁력을 함께 고려해 온 부처로 기후에너지부가 신설되더라도 산업부의 기능과 역할을 완전히 배제하긴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번 이 차관의 발탁은 이같은 정책 전환기 속에서 산업부 내부의 전문성과 정책 조정력을 지키려는 선택이라는 분석도 있다. 실제로 그는 과거 대통령실과 외교 현장, 중소벤처기업부 파견 경험 등을 통해 다부처 협업과 조정에도 능한 ‘전략형 관료’로 분류된다.

에너지정책 개편과 관련해 한 여권 관계자는 “이 차관은 에너지 정책의 기술·재정·정치적 갈등을 모두 경험한 인물”이라며 “향후 정부의 에너지 체계 전환에서 중요 연결고리 역할을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이재명 정부의 산업·에너지 정책이 갈등보다 조정을, 급진보다 실행을 택했음을 보여주는 상징”이라고 평가했다.

정부의 기후·에너지 정책은 향후 부처 간 기능 배분과 권한 조정, 신설 부처의 정책 조율 역량이 관건이 될 전망이다. 김 장관과 이 차관 체제하의 산업부가 에너지 전환기 속에서 어느 정도까지 주도권을 이어갈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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