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투데이에너지 윤철순 기자] 이재명 대통령이 김정관 전 두산에너빌리티 사장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하면서 에너지 정책의 방향성을 두고 환경단체는 물론 에너지 업계 안팎에서 "이례적"이라는 평가와 함께 재검토 요구가 잇따르고 있다.
김 후보자 발탁은 단순한 장관 인사 이상의 함의를 담고 있다는 게 중론이다. 산업부 수장으로 원전 수출과 소형모듈원자로(SMR) 개발에 앞장선 기업인이 지명된 점은 이재명 정부의 에너지 정책이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기조와 선을 긋겠다는 신호로도 읽힌다.
그러나 김 후보자가 몸담았던 두산에너빌리티가 원전 산업의 핵심 기업이라는 점에서 시민사회는 물론 재생에너지 업계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지명 즉각 철회...핵발전 중심 에너지 회귀 중단해야”
탈핵시민행동 등 10개 환경단체는 지난달 30일 논평을 통해 “김 후보자는 두산에너빌리티의 대표로 소형모듈원자로 등 원전 산업을 이끌어온 인물로, 에너지 전환과 탄소 중립을 위한 (이재명 정부의) 정책 방향과 부합하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며 “이 대통령은 김 후보자 지명을 즉각 철회하고 핵발전 중심의 에너지 회귀를 중단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같은 날 환경운동연합도 “김 후보자는 체코 원전 수출에 깊이 관여한 인물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으로서 부적절한 인사”라며 “재생에너지 확대와 탈핵 전환을 추진할 수 있는 인물로 (다시) 지명하라”고 요구했다.
이 같은 반발은 특정 진영 논리를 넘어 원전 산업과의 '이해충돌' 가능성, 더불어 에너지 전환 정책의 일관성 부족을 근본적으로 문제 삼는 흐름과 맞닿아 있다.
"국가 정책, 특정 기업에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어"
윤종오 진보당 의원은 1일 의원총회에서 "김 후보자는 원전 산업의 핵심 기업 두산에너빌리티 사장을 지내며 원전 사업 확대를 주도한 인물인데 그가 장관이 되어 원전 정책 수립과 예산 집행, 해외 수주 협상에 관여한다면 국가 정책이 특정 기업에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의혹을 피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런 문제 제기는 울산 지역에서도 확산되고 있다. 울산은 경주 월성 원전단지와 인접하고 주변에 16기의 원전이 위치한 대표적인 원전 밀집 지역이다.
울산지역 54개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탈핵울산시민공동행동’은 "정부가 핵발전 중심의 에너지 정책으로 회귀하려는 의지를 보이는 것 아니냐"며 지명 철회를 촉구했다.
실제 김 후보자는 두산에너빌리티 재직 당시 체코 원전 수출을 주도한 인물로 평가된다.
이와 관련해 환경운동연합은 "체코 원전 사업은 높은 현지화율 보장과 경쟁사보다 낮은 금액을 제시한 ‘저가 수주’ 논란으로 인해 수익성이 의심받고 있다"며 김 후보자의 경력 자체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정반대 방향 인사”...에너지 업계, “실행력 의문”
에너지 전문가들과 업계 관계자들 사이에서도 우려는 존재한다. 한 에너지기업 관계자는 “기업들이 관료 출신을 뽑는 이유는 정부·국회에 ‘대관 업무’ 때문인데, 원전 관련 기업 민원을 다루던 후보자가 에너지 전반을 균형 있게 다룰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실제 이재명 정부가 산업부에는 원전 전문가인 김 후보자를, 환경부에는 대표적 재생에너지 정책가인 김성환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각각 기용하면서 정책 방향성이 모순적으로 보인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에너지 정책 전문가는 “환경부는 재생에너지 확대로, 산업부는 원전 수출로 방향을 틀면 결국 정책 충돌이 불가피하다”며 “에너지 전환에 필요한 부처 간 조율 없이는 실행력 자체가 떨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 같은 혼란 속에 대통령실은 확대 해석을 경계하고 있다. 대통령실은 “이번 인사는 원전이나 에너지 정책 방향과는 무관한 인사”라며 “김 후보자는 이 대통령의 에너지믹스 구상을 잘 구현할 적임자”라고 설명했다.
김 후보자, "지적 있을 수 있는 만큼 처신 잘할 것"
김 후보자 본인도 "기업의 이익과 나라의 이익은 같이 간다고 생각한다"며 "그런 지적이 있을 수 있는 만큼 처신을 잘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재명 대통령이 대선 후보 시절 강조한 ‘재생에너지 중심의 에너지 전환’ 기조와 김 후보자의 경력이 충돌한다는 점은 분명하다. 이와함께 민주당이 전통적으로 견지해 온 탈원전 노선과도 부합하지 않는다.
환경운동연합은 “진정한 기후정의는 재생에너지 중심의 에너지 전환에서 시작된다”며 “핵발전 진흥에 앞장섰던 김 후보자로는 결코 정의로운 에너지전환을 만들어갈 수 없다”고 강조했다.
김 후보자의 지명을 둘러싼 논란은 단순한 인사 검증 차원을 넘어 이재명 정부의 실질적인 에너지 철학과 실행력에 대한 첫 시험대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에너지 믹스'라는 실용주의 노선이 방향성을 잃지 않기 위해선 명확한 전략과 제도 개선, 부처 간 조율이라는 과제를 안고 가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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