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투데이에너지 김은국 기자] 일본이 기록적 폭염에 따른 전력 수요 급증으로 심각한 전력 위기에 직면하면서, 미국산 LNG 긴급 확보에 나섰다.
이번 조치는 기존 한국행으로 예정되어 있던 Texas산 LNG 수송선을 일본으로 돌리는 형태로, 동북아 지역 에너지 공급체계의 불안정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일본 내 LNG 비축량은 빠르면 오는 7월 27일 기준으로 10.393테라와트시(TWh)까지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일본의 평균 일간 전력 소비량을 기준으로 약 4일치에 해당하는 수준으로, 심각한 공급 부족 우려를 반영하고 있다.
폭염에 따른 냉방 수요 급증, 그리고 일부 지역에서의 전력망 과부하 가능성도 일본 정부의 대응을 긴급하게 만들고 있다.
■ 한일 간 스와프 협정도 발동…동북아 에너지 공동대응 시사
이번 긴급 확보에는 일본과 한국 간의 LNG 스와프(Swap) 협정도 활용됐다. 해당 협정은 평시 비축량을 유지하되, 수요 급증 시 상호 물량을 교환함으로써 공급 안정성을 확보하는 메커니즘이다. 한국은 여름철 초과 재고 여력이 일부 있었던 것으로 파악되며, 일본 측이 이를 활용해 긴급 수급 안정에 나선 것이다.
스와프는 단기적으로는 물리적 수송을 수반하지 않고, 수급 물량을 ‘계약 기준’으로 맞바꾸는 방식이 대부분이다. 향후 한국도 비슷한 위기상황에 직면할 경우 일본으로부터 동일한 수준의 물량을 보전받는 구조다. 이는 국제 에너지 시장의 높은 불확실성 속에서 동아시아 국가 간 전략적 연대를 보여주는 사례로 주목된다.
■ Texas LNG, 동북아 공급 균형 흔드는 변수로 부상
이번에 전환된 물량은 미국 루이지애나 및 텍사스 연안에서 생산된 LNG로, 주로 플래커민스 LNG(Plaquemines LNG) 및 사빈 패스 LNG(Sabine Pass LNG)와 같은 주요 수출기지에서 출항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과 일본은 모두 미국산 LNG 장기계약 비중이 높은 국가로, 해당 수송선 전환은 아시아 내 수급 균형에 직접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미국 에너지정보청(EIA, U.S. Energy Information Administration)이 발간한 '단기 에너지전망(STEO, Short-Term Energy Outlook)'에 따르면, 2025년 미국의 LNG 수출은 월평균 1300Bcf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동북아 수요가 집중되는 하절기에는 유럽과의 수출 경쟁이 심화되면서 가격 변동성도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
■ "에너지 스와프와 공급망 유연성이 경쟁력 좌우할 것"
일본의 이번 LNG 긴급 확보 조치는 에너지 수입국 간 ‘협력과 대응 체계’의 중요성을 재확인시킨 계기로 분석된다. 특히 한일 간 스와프 협정은 단기 위기 대응뿐만 아니라 장기적 에너지 안보 측면에서 의미 있는 실험이 될 수 있다.
향후 동북아 국가들은 LNG 기반 발전 비중이 높은 에너지 구조를 유지하는 한, 미국산 LNG 수급 및 상호 비축 협력 메커니즘 구축에 더욱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기후위기 시대의 여름은 더 뜨거워지고 있으며, 에너지 수급 전략은 갈수록 정교한 대응이 요구되는 국면에 접어들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