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에너지 김은국 기자] 인도 국영 천연가스 기업 GAIL(게일)이 세계 최대 에너지 트레이딩 기업 중 하나인 Vitol(비톨)과 연간 100만 톤 규모의 LNG 장기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이번 계약은 2023년 1월 체결된 기본계약서(Heads of Agreement)의 내용을 구체화한 것으로, 2025년부터 2035년까지 10년간 공급이 이뤄질 예정이다.
이는 급격히 증가하는 인도의 LNG 수요를 선제적으로 확보하려는 전략적 조치로, 인도 정부의 에너지 믹스 전환과도 맞물려 GAIL의 수입 포트폴리오 안정성과 다양성 확보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 인도, ‘천연가스 국가’로 전환 박차…2030년까지 비중 15% 목표
인도는 현재 세계 4위의 LNG 수입국으로, 정부는 2030년까지 에너지믹스 내 천연가스 비중을 현재의 약 6%에서 15%까지 끌어올릴 계획이다.
이러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인도는 LNG 도입 확대뿐 아니라 재기화 인프라 확충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실제로 재기화(기체 전환) 용량은 2014년 2100만 톤에서 현재 약 4200만 톤으로 두 배가량 늘어난 상태다.
GAIL 역시 이러한 국가 전략에 맞춰, 안정적인 LNG 소싱을 위해 Vitol과의 장기계약은 물론, 다양한 공급처와 협력 네트워크를 강화하고 있다.
■ GAIL, 아르헨티나 YPF 등과도 대규모 MOU…공급망 다변화 본격화
GAIL은 Vitol과의 계약 외에도 올해 초 아르헨티나 국영 석유기업 YPF와 연간 1000만 톤 규모의 LNG 도입을 위한 MOU(양해각서)를 체결하는 등 글로벌 조달 포트폴리오를 강화하고 있다. 전통적인 중동·미국 중심 LNG 공급 구조에서 벗어나, 중남미와 아프리카 등 비전통 시장과의 협력을 늘려 공급 다변화 및 리스크 분산을 노린 전략으로 풀이된다.
에너지 안보뿐만 아니라 시장 급등 시 가격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옵션형 계약 구조 확보도 주요 포인트다. 이에 따라 GAIL은 트레이더와의 계약, 산유국 MOU 병행이라는 '투트랙 전략'을 통해 글로벌 LNG 시장에서 입지를 넓히고 있다.
■ 용어 설명 :
· GAIL(Gas Authority of India Limited) = 인도 최대의 천연가스 공급 및 파이프라인 운영 회사로, 산업체, 발전소, 도시가스 등에 천연가스를 공급하고 있다. GAIL은 천연가스 및 LNG 사업에서 핵심 역할을 하며, 인도 정부의 탈석탄 정책과 천연가스 소비 확대 기조에 맞춰 에너지 안보 강화에 주력하고 있다.
GAIL은 미국 Cheniere Energy 등과의 장기 계약을 통해 미국산 LNG를 대규모로 도입하고 있으며, Sabine Pass LNG 및 Cove Point 프로젝트와 각각 연간 350만 톤, 230만 톤을 20년 동안 수입하는 등 글로벌 에너지 시장에서도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이외에도 미국, 알래스카 등의 LNG 프로젝트 지분 인수와 장기 공급 협상을 추진하며 에너지 공급 다변화와 국가적 에너지 수요 대응에 앞장서고 있다.
· Vitol = 네덜란드 로테르담에 본사를 둔 세계 최대의 독립 에너지 트레이딩 기업으로, 원유와 석유제품, 가스, LNG, 전력 등 다양한 에너지 자원을 전 세계적으로 매매한다. 1966년에 설립된 비톨은 석유 트레이딩 분야에서 글로벌 시장 점유율이 가장 높은 기업 중 하나이며, 연간 수익이 수천억 달러에 달할 만큼 막대한 거래 규모를 보유하고 있다. 비톨은 에너지 트레이딩과 더불어 원유 저장, 운송, 정유, 신재생에너지 투자 등 다양한 분야로 사업을 확장하고 있으며, 40여 개국에 지사를 두고 글로벌 에너지 시장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Vitol'이라는 이름은 창립자 중 한 명인 Henk Viëtor의 성과 또 다른 공동창립자인 Jacques Detiger의 이름이 합쳐져 만들어졌다. 즉, 'Viëtor'에서 "Vi"와, Detiger에서 "tol"을 조합해 Vitol이라는 사명이 만들어진 것으로 알려져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