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수소는 미래지만, 천연가스는 당장의 현실이다. 
그린수소는 미래지만, 천연가스는 당장의 현실이다. 

 

[투데이에너지 김은국 기자]  호주 빅토리아주가 자국 최초로 상업 규모의 그린수소(green hydrogen) 생산시설을 공식 승인했다.

해당 프로젝트는 에너지스 오스트레일리아(Energys Australia)와 코어가스(Coregas Pty Ltd)가 공동 추진하며, 멜버른 남쪽 해안 산업지대인 헤이스팅스(Hastings)에 1메가와트(1MW)급 양성자 교환막(Proton Exchange Membrane, PEM) 기반 전해조를 설치해 하루 425kg의 그린수소를 생산한다. 

이번 프로젝트는 수소경제 전환의 실질적 이행이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그간 호주 수소 프로젝트 대부분이 기술 실증(demonstration) 위주였던 반면, 헤이스팅스 플랜트는 초기부터 시장 수요 기반(market-driven) 모델로 설계됐다.

■ 상업성·확장성 모두 고려…‘디젤 대체’가 핵심 타깃

해당 시설은 전력망 내 잉여 재생에너지(surplus renewable electricity) 를 활용해 수소를 생산하며, 주로 △플릿 운영사 △대형 화물 및 중장비 운송 △산업용 열처리 △해양 연료 등 전기화가 어려운 부문(hard-to-abate sectors) 을 수소 연료 수요처로 설정했다.

생산된 수소는 코어가스(Coregas)가 압축·액화·유통을 전담하며, 에너지스는 자체 수소 시스템에 통합해 초기 수요를 견인할 계획이다. 수소는 인프라 대체가 아닌 보완성에 기반한 현장 맞춤형 솔루션으로 접근하며, 특히 기존 디젤과 유사한 에너지 밀도 및 유연성을 갖춘 연료로 각광받고 있다.

또한 이번 프로젝트는 기술 검증 플랫폼으로서의 가치도 크다. 미국의 플러그파워(Plug Power) 가 전해조 기술 또는 시스템 통합 측면에서 참여할 가능성이 제기되며, 글로벌 장비 기업의 실증무대로도 활용될 것으로 전망된다.

■ 빅토리아주의 수소 전략, 정책이 ‘촉매’ 역할

이번 플랜트는 단순 민간투자가 아닌 정책-시장-기술의 삼각 구조 위에서 설계됐다.

빅토리아주 정부는 ‘재생수소 상용화 경로기금(Renewable Hydrogen Commercialisation Pathways Fund)’을 통해 100만 호주달러(AU$) 를 투자해 초기 리스크를 분산했고, 별도의 수소투자 프로그램(Hydrogen Investment Program) 과 재생에너지 정책을 통해 전력 인프라·물류 시스템과의 연계성을 강화하고 있다.

특히 Hastings는 △멜버른과 인접한 물류 거점 △산업시설·항만 기반 접근성 △향후 수출 연계 가능성 등을 고려한 전략적 입지 선택으로 평가된다. 향후 확장 시 아시아권 수소 수출 관문으로서의 역할도 기대된다.

■ 실수요 기반의 수소 상업화 '선도 모델'

이번 프로젝트는 △중소 규모이지만 실수요 기반의 공급망을 갖췄다는 점 △산업·운송 등 디젤 대체용 수소에 집중하고 있다는 점 △정책적 지원이 상업화 단계로까지 이어졌다는 점에서, 향후 상업형 그린수소 사업의 모델 케이스가 될 가능성이 높다.

특히 이 프로젝트의 운영 데이터는 2050 탄소중립(Net Zero 2050) 을 추진하는 호주의 로드맵에 핵심 입력값으로 활용될 예정이다. 수소 경제의 본격화를 앞두고 있는 한국 역시, Hastings 사례를 참고해 소규모 지역기반 상업 플랜트 모델 구축과 운송·산업용 수소수요 창출 전략을 구체화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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