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에너지 박명종 기자] 국내 전력기기 업계가 북미 시장에서 생산능력 확대에 본격 나서고 있다.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와 전기차 보급 확산으로 전력 수요가 폭증하면서 관련 인프라 시장이 '슈퍼 사이클'에 진입했다는 판단에서다.

효성중공업 미국 테네시 멤피스 초고압변압기 공장 전경 / 효성중공업 제공.
효성중공업 미국 테네시 멤피스 초고압변압기 공장 전경 / 효성중공업 제공.

28일 업계에 따르면 HD현대일렉트릭은 지난 1월 1850억원을 투자해 미국 앨라배마주에 초고압 변압기 생산공장 증설에 착수했다. 회사 관계자는 "글로벌 경쟁사들의 증설 동향을 주시하며 대응 전략을 수립 중"이라며 추가 투자 가능성을 시사했다.

효성중공업도 미국 테네시주 멤피스에서 변압기 공장을 증설 중이다. 현재 공사는 내년 완료를 목표로 진행되고 있으며, 향후 추가 증설 여부도 검토하고 있다. LS일렉트릭은 북미 자회사 MCM엔지니어링을 통해 배전기기 생산라인 확대를 계획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현지 전력기기 업체 인수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제품군이나 전략은 다르지만 '미국에 공장을 세워야 수주도 확보할 수 있다'는 데는 이견이 없는 분위기다.

이 같은 증설 러시는 급증하는 수요를 선점하려는 전략적 판단에 따른 것이다. AI 연산을 뒷받침할 대형 데이터센터와 전기차 급증으로 송전망 수요가 폭증하고 있다. 여기에 미국 연방정부의 전력 인프라 교체 투자까지 본격화되면서 초고압·고용량 변압기와 개폐기 등 핵심 장비의 글로벌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는 상황이다.

업계는 선제적으로 현지 생산 기반을 강화하지 않을 경우 납기 지연과 수주 기회 상실 등 경쟁력 저하 우려가 크다고 보고 있다.

실제로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대형 변압기의 대미 수출액은 3억8600만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121.6% 증가했다.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은 최근 보고서에서 "향후 2년간 최소 200GW 이상 송배전망 증설이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업계 관계자는 "북미 전력기기 수요가 급격히 늘어나면서 시장 선점을 위한 현지 생산 확대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다"며 "이 같은 흐름에 대응하기 위해 기업들도 증설 등 다양한 시나리오를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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