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투데이에너지 김은국 기자] 중국 민간 석유기업들이 국영기업과 함께 이라크 석유 개발 프로젝트에 대규모 투자를 이어가며 현지 입지를 빠르게 넓히고 있다.
2030년까지 중국 민간기업의 이라크 내 총 원유 생산량이 하루 50만 배럴에 이를 것으로 전망되면서, 중국은 사실상 이라크 석유 산업의 ‘핵심 파트너’로 부상하고 있다.
■ 국영-민간 합작으로 이라크 석유 개발 속도전…서방 기업 공백 대체
중국은 기존 국영 석유기업인 중국석유천연가스공사(CNPC, China National Petroleum Corporation)가 이라크 최대 규모 유전 운영권을 보유하며 국가 차원에서 영향력을 행사해왔다. 여기에 민간 석유기업들까지 수십억 달러 규모 투자를 늘리며 이라크 진출을 확대하고 있다.
CNPC는 지난해 세계 최대 유전 중 하나인 웨스트 쿠르나 1(West Qurna 1) 유전을 인수했으며, 오는 2035년까지 하루 120만 배럴로 생산량을 확대할 계획이다. 현재 CNPC가 운영하는 유전에서 나오는 원유는 이라크 전체 생산량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중국 민간기업들은 상대적으로 리스크를 감수하면서도 서방 대기업이 빠져나간 유전 지분을 확보해왔고, 이라크 정부는 안정적 투자 파트너를 찾는 과정에서 중국 민간 자본을 환영하는 분위기다.
■ 2030년까지 민간 기업 생산량 50만 배럴 전망…중국 ‘원유 안정망’ 구축
중국 민간기업들은 이라크 내 생산량을 2030년까지 하루 50만 배럴로 늘릴 계획이다. 이는 중국이 글로벌 원유 공급망을 다변화하고 중동 내 에너지 안보를 강화하려는 전략과 맞물린다.
이라크는 현재 하루 약 400만 배럴을 생산하고 있으며, 2030년대 초반까지 이를 하루 600만 배럴 이상으로 확대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어 중국과의 이해관계가 일치하고 있다.
■ 서방 기업 ‘복귀 움직임’…이라크 유전 개발 경쟁 심화
한때 보안 리스크와 정치적 불안정성으로 이라크를 떠났던 서방 메이저 기업들도 복귀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라크 석유부는 최근 엑손모빌(ExxonMobil), 셰브론(Chevron)과 신규 유전 개발에 관한 논의를 진행했다.
그러나 서방 기업들이 과거와 같은 영향력을 되찾기 위해서는 안정적인 투자 환경 확보가 필수적인 만큼, 현재는 중국 국영·민간 기업들이 주도권을 쥐고 있는 상황이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 용어 설명 :
· CNPC(China National Petroleum Corporation, 중국석유천연가스공사) = 중국의 국영 석유 및 천연가스 회사로서 세계에서 가장 큰 통합 에너지 기업 중 하나다. 1988년에 설립된 CNPC는 중국 내 주요 유전과 가스전 개발을 비롯해 정유, 석유화학, 석유제품 판매, 그리고 해외 에너지 탐사 개발 사업까지 다각적으로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CNPC는 중국 에너지 산업의 중추적 역할을 수행하며, 2019년 포춘 글로벌 500 기업 순위에서 매출 기준 세계 4위에 오르는 등 글로벌 에너지 시장에서 강력한 입지를 확보하고 있다. 이 기업은 중국 정부의 강력한 지원을 받으며 국내외 에너지 자원 확보를 통해 국가 에너지 안보 강화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
· West Qurna 1(웨스트 쿠르나 1) = 이라크 남부에 위치한 세계 최대급 유전 중 하나로, 전 세계 원유 매장량에서 상위권을 차지한다. 이 유전은 생산 능력이 매우 높아 이라크 경제의 핵심 에너지 자원으로 꼽힌다. 다양한 국제 석유기업들이 개발에 참여하며, 안정적인 생산과 수출을 위해 지속적인 기술 투자와 시설 개선이 이루어지고 있다. 산유량 증대를 위한 프로젝트들이 진행 중이며, 이 지역의 에너지 산업과 세계 원유 시장에서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다. CNPC를 비롯한 여러 국영 및 국제 석유기업이 웨스트 쿠르나 1 유전 개발에 참여하면서 이라크의 에너지 산업 발전에 이바지하고 있다.
· ExxonMobil = 1999년 엑슨과 모빌의 합병으로 탄생한 미국의 글로벌 석유 회사로, 텍사스 주 어빙에 본사를 두고 있다. 세계 최대의 통합 에너지 기업 중 하나로, 원유 및 천연가스 탐사·생산, 정유·석유화학 제품 생산 및 유통, 저탄소 솔루션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엑슨모빌은 Exxon, Mobil, Esso 등의 브랜드로 제품을 판매하며, 최근에는 탄소 포집 및 저장(CCS), 수소, LNG 등 친환경 에너지 사업에도 적극 투자하고 있다. 2025년 2분기에는 최고 분기 생산량을 달성하며 견조한 실적을 기록했고, 고수익 자산 중심의 전략적 투자를 통해 지속 성장을 도모하고 있다.
· Chevron = 미국을 대표하는 글로벌 에너지 기업으로, 1879년에 설립되어 오랜 역사를 갖고 있다. 캘리포니아 주 샌라몬에 본사를 두며, 원유 및 천연가스 탐사·생산, 정유, 석유화학, 윤활유, 전력 및 신재생에너지 개발 등 다양한 사업 분야를 영위한다. 셰브론은 에너지 산업 내 혁신 기술 도입과 환경 친화적 경영에 주력하며, 미국 퍼미안 분지, 가이아나 등 주요 유전에서 대규모 자원 개발을 진행 중이다. 또한 수소, 바이오 연료, 탄소 감축 기술 등 미래 에너지 사업 확대에 적극적이며, 글로벌 에너지 시장 내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