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투데이에너지 김은국 기자] 대만이 올해 5월 마지막 원자력 발전소를 폐쇄하면서, 전력 공급 구조에서 사실상 해외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100%에 이르게 됐다. 이로 인해 에너지 인프라가 국가 안보의 가장 취약한 고리로 부각되고 있다.
■ 안보 위협으로 부상한 전력망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Center for Strategic and International Studies)가 진행한 모의전(Wargame)에 따르면, 중국이 대만을 해상에서 봉쇄할 경우 대만의 연료 재고는 LNG 10일, 석탄 7주, 석유 20주 만에 고갈될 것으로 분석됐다. 이는 발전량이 평시 대비 20% 수준으로 급감하는 시나리오로, 국가 전력망 붕괴에 준하는 타격이다.
중국은 이미 군사 전략의 일환으로 대만 해상 봉쇄 가능성을 검토해 왔으며, 에너지 수입로 차단은 직접적인 군사 충돌 없이도 대만의 산업과 사회 전반을 마비시킬 수 있는 수단으로 평가된다.
■ 경제·산업적 파급력은 치명적
대만은 2300만 명 인구를 가진 고밀도 국가(세계 18위 인구밀도)로, 안정적 전력 공급이 필수다. 특히 전 세계 반도체 생산량의 18%, 최첨단(advanced node) 칩 생산의 92%를 담당하고 있어, 전력망 불안은 곧 글로벌 공급망 충격으로 이어질 수 있다.
반도체 제조는 24시간 연속 가동이 필수인 초고전력 집약 산업이다. 대만 전력망이 불안정해질 경우, 세계 IT·자동차·방산 등 전방 산업 전반이 연쇄 타격을 입게 된다.
■ 3중 위기: 화석연료 의존·청정에너지 부진·수요 증가
대만은 현재 발전 연료의 대부분을 LNG와 석탄에서 조달하고 있다. 원자력 발전 공백을 메우기 위해 재생에너지 확대를 추진했지만, 설치 용량·발전 효율 모두 목표에 크게 미치지 못하고 있다. 여기에 산업용·가정용 전력 수요 증가가 겹치며, 전력 예비율은 구조적으로 낮아졌다. 이는 에너지 안보를 위협할 뿐만 아니라, 가격 변동성 확대와 수입 의존도 심화로 이어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대만이 에너지 안보를 강화하기 위해 △LNG 저장시설 확충 △전력망 분산화 및 스마트화 △재생에너지 효율 개선 △전력 수요 관리 강화 등의 종합 대책을 시급히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특히 지정학적 리스크가 높은 지역 특성을 감안해, 단기·중기·장기 시나리오별 위기 대응 전략을 병행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