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환 환경부 장관이 8일 국회에서 열린 기후위기특별위원회에서 무소속 김종민 의원 질문에 답하고 있다. /국회 인터넷의사중계
김성환 환경부 장관이 8일 국회에서 열린 기후위기특별위원회에서 무소속 김종민 의원 질문에 답하고 있다. /국회 인터넷의사중계

[투데이에너지 윤철순 기자] 정부가 발전 부문의 탄소배출권 유상할당 비율을 2030년까지 50%로 단계 상향하겠다고 밝히면서, 전기요금 인상이 불가피해질 것이란 우려가 산업계 전반으로 확산될 조짐이다. 유상할당에 따른 발전 원가 상승이 제조업 전반의 비용 부담으로 직결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환경부는 8일 국회 기후위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제4차 배출권 계획기간(2026~2030년) 운영방향을 보고하며 “발전 부문의 탈탄소와 재생에너지 전환을 촉진하도록 유상할당 비중을 현재 10%에서 2030년까지 50%까지 단계적으로 상향하겠다”고 밝혔다.

김성환 환경부 장관은 모두발언에서 “그동안 과잉 무상할당으로 낮아진 배출권가격을 정상화하고 2030 온실가스감축목표(NDC)를 달성할 수 있도록 할당계획을 수립하겠다”며“기업들의 온실가스 감축 투자를 활성화하고, 증가한 유상할당 수입금을 기업 등에 지원해 산업의 탈탄소 경쟁력 강화에도 기여하겠다”고 강조했다.

유상할당 수익 6년 후 20배↑ 예상
배출권 유상할당 비율을 높일 경우 정부의 세수 격인 수익금도 대폭 늘어난다. 환경부에 따르면 유상할당 수익은 2024년 약 2000억원에서 2030년에는 최대 4조2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정부는 해당 수익금을 탈탄소 기술 개발, 재생에너지 인프라 구축, 기업 지원 등에 투입할 계획이다.

그러나 문제는 전기요금 전가 가능성이다. 발전업체들이 유상으로 구매한 배출권 비용을 전력 도매단가에 반영하게 되면, 결국 소비자와 산업계가 그 부담을 떠안게 된다.

에너지경제연구원 신동현 연구위원이 지난 4월 발표한 ‘배출권거래제의 전기요금 인상 효과’ 보고서에 따르면, 발전부문 유상할당 비율이 현행 10%에서 25~50%로 인상될 경우 철강·자동차·석유화학 등 에너지다소비 업종별로 연간 1000억~5000억원에 달하는 추가 원가 부담이 발생할 수 있다.

환경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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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배출권 가격이 톤당 3만원으로 오르고 유상할당 비율이 50%에 도달할 경우에는 제조업 전기요금이 연간 5조원 증가할 것이란 분석도 제기됐다.

이는 곧 전력다소비 업종의 경쟁력 약화와 소비자 요금 인상 압박으로 이어질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 산업계는 이 같은 변화가 예고 없이 가파르게 진행될 경우, 감축 기술이나 재생에너지 대체 수단이 부족한 중소기업부터 타격을 받을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제조업 전기요금 연 5조 증가 전망
환경부는 이런 우려를 인지하고 있다. 이에 발전 외 산업부문에 대해서는 감축기술 상용화 시기 등을 감안해 유상할당 비율을 10%에서 15%로만 상향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는 발전업계에 비해 산업계의 대응 여력이 제한적이라는 현실을 반영한 조치다.

배출권 무상할당 비중 축소는 배출권 가격 상승으로도 이어진다. 환경부는 현재 톤당 약 9350원 수준인 배출권 가격이 2030년에는 4만원~6만1000원까지 상승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는 실질적인 탄소 감축을 유도하겠다는 정책적 의도지만, 에너지 안보와 산업 안정성 간 균형 조정이 관건이 될 전망이다.

실제 배출권 대상업체도 3차 계획기간 대비 약 90곳 늘어난 774개 업체로 확대된다. 연평균 온실가스 배출량이 일정 기준 이상(사업장 2만5000톤, 기업 12만5000톤)을 넘는 곳은 모두 의무적으로 거래제에 참여해야 한다.

정부는 장기적으로 발전 부문에 100% 유상할당 적용도 검토하고 있다. 이에 대해 산업계는 “감축 유도는 필요하지만 현실적 부담 분담과 탄소중립 로드맵 간의 정합성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정부의 탈탄소 로드맵이 탄력을 받는 가운데, 유상할당 확대가 전기요금, 산업 경쟁력, 소비자 물가에 미칠 영향은 더욱 면밀한 검토와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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