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에너지 박명종 기자] 자동차모빌리티산업연합회(KAIA)가 30일 정부의 2035년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 중 무공해차 보급 목표가 과도하다며 현실적 수준으로 조정해 달라는 공동건의문을 제출했다.
강남훈 회장을 비롯한 11개 자동차 관련 단체로 구성된 KAIA는 이날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와 정부, 국회에 건의서를 전달하고 "정부가 제시한 무공해차 보급 시나리오는 사실상 내연기관 판매를 금지하는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정부는 지난 24일 공개 토론회에서 2035년까지 무공해차를 840만~980만대 이상 보급하는 시나리오를 발표했다. 이는 NDC 감축 목표에 따라 등록 비중 30~35% 이상에 해당하는 수준이다.
KAIA는 건의서에서 840만대 시나리오는 2035년 무공해차 신차 판매 비중이 90% 이상이어야 하고, 980만대 이상 시나리오는 2034년부터 사실상 내연기관차 판매가 중단되어야 가능한 수준이라고 분석했다.
연합회는 "내연기관 중심의 산업생태계가 향후 10년 내에 완전한 전동화로 전환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며 "급격한 전환은 국내 자동차 부품산업 생태계 전반의 생존 문제를 초래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특히 현재 부품기업의 95.6%가 중소·중견기업인 상황에서, 대미 관세 부과와 각국의 보호무역주의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부품업계가 추가 타격을 받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KAIA는 또한 급격한 전동화 전환이 중국 전기차 산업으로의 의존성 증가와 국내 시장 잠식을 초래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실제로 승용 전기차의 수입차 비중은 2015년 16%에서 2025년 1~8월 39%로 증가했으며, 이 중 중국산 비중은 같은 기간 0%에서 30.1%로 급증했다. 전기버스의 경우 수입차가 모두 중국산으로, 2025년 1~8월 기준 34%를 차지하고 있다.
내연기관차의 수입차 비중이 20% 내외인 것과 비교하면, 전기차 시장에서는 수입차 비중이 40~50% 수준으로 훨씬 높은 상황이다.
건의서는 주요 국가와 글로벌 기업들이 최근 전기차 보급 속도를 조절하고 있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미국은 무공해차 판매의무규제 철폐와 평균연비(CAFE) 과징금 삭제를 추진하고 있으며, EU는 CO2 규제 완화와 2035년 내연기관 판매금지 재검토를 진행 중이다. 영국도 올해 4월 무공해차 의무판매제 완화 개정안을 발표했다.
독일 자동차협회와 금속노조는 지난 9월 공동성명을 통해 "2035년 100% 전동화 전환은 불가능하다"며 하이브리드차(HEV), 플러그인하이브리드차(PHEV), 탄소중립 연료 등 다양한 기술 대안을 통한 실용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볼보와 스텔란티스는 2030년 무공해차 전환 계획을 철회했으며, 벤츠·BMW·토요타·혼다·GM·포드 등도 전동화 일정을 조정하고 있다.
KAIA는 전동화 전환에 대한 정부의 정책 방향성에는 공감하지만, 국내 산업생태계가 감당할 수 있는 현실적인 보급 목표 수립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연합회는 그간의 보급 추이, 정부의 보조금 예산 확보, 업계의 판매 계획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현실적으로 달성 가능한 보급 목표는 550~650만대 수준이라고 제시했다.
아울러 수요가 없는 상태에서의 과도한 공급 규제는 투자 회수 지연, 패널티 부담으로 인한 전동화 투자 위축 등을 초래할 수 있어 특단의 수요 창출 정책이 선행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KAIA는 수송부문의 다양한 감축 수단 발굴과 기술중립을 고려한 온실가스 감축 목표 설정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PHEV, HEV 등 전동화 전환 과정에서 CO2 감축과 부품생태계 전환에 도움이 되는 동력원의 역할을 재평가하고, 탄소중립 연료를 사용한 내연기관차 병행 등 기술중립적이고 실용적인 접근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또한 첨단 지능형교통시스템, 자율주행차 기술 발전 등을 고려한 교통·물류 부문의 다양한 감축 수단을 발굴해 무공해차 감축 부담을 분산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강남훈 회장은 "친환경차 보급 목표는 단순한 숫자가 아닌 내연기관 중심의 국내 산업생태계에 근본적 변화를 주는 중요한 이슈"라며 "목표 설정 과정에서 자동차산업계와의 심도 있는 논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그는 또한 "자동차산업 생태계의 효율적인 전동화 전환을 통해 국내에서 생산된 전기차가 보급될 수 있도록 생산촉진세제 도입 등 특단의 정책적 지원이 선행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자동차모빌리티산업연합회는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KAMA), 한국자동차산업협동조합(KAICA), 자동차부품산업진흥재단(KAP), 한국자동차연구원(KATECH), 한국자동차공학회(KSAE), 수소융합얼라이언스, 한국자율주행산업협회, 한국전기차산업협회, 현대기아협력회, 한국지엠협신회, KGM협동회 등 11개 단체로 구성된 연합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