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업계 "비현실적" vs 시민단체 "산업 생존의 열쇠" 삽화
자동차업계 "비현실적" vs 시민단체 "산업 생존의 열쇠" 삽화

[투데이에너지 박명종 기자] 정부가 2035년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 달성을 위해 내연차 판매 제한을 검토하겠다고 밝힌 가운데, 자동차업계와 시민단체 간 격렬한 입장 차이가 드러나고 있다.

자동차업계의 우려와 대안 제시

자동차모빌리티산업연합회(KAIA)는 9월 30일 소속 11개 단체와 공동으로 정부의 무공해차 보급목표가 비현실적이라는 내용의 건의서를 제출했다. 연합회는 2035 NDC의 무공해차 보급 시나리오(840만~980만대 이상)가 사실상 2035년 이전에 내연차 판매를 금지하는 수준이라고 분석했다.

KAIA는 급격한 전동화 전환이 내연기관 중심의 부품업계에 구조조정과 인력감축을 초래하고, 중국 전기차 산업에 대한 의존도를 높일 것이라고 우려했다. 실제로 국내 부품기업의 95.6%가 중소·중견기업이며, 2024년 매출액은 전년 대비 4.1% 감소했다. 

전기차 시장에서 수입차 비중은 40% 수준으로, 내연차의 수입차 비중 20%보다 두 배 높다. 특히 중국산 전기차 비중은 2015년 0%에서 2025년 1~8월 30.1%로 급증했다. 전기버스의 경우 수입차가 모두 중국산이며, 2025년 1~8월 기준 34%를 차지하고 있다.

KAIA 강남훈 회장은 "자동차산업생태계의 효율적인 전동화 전환을 위해서는 현실적인 보급목표 수립과 생산촉진세제 도입 등 특단의 정책적 지원이 선행되어야 한다"며, 현실적 보급목표를 550~650만대 수준으로 제시했다.

연합회는 또한 PHEV, HEV 등 다양한 동력원의 역할 재평가와 탄소중립 연료 병행 등 기술중립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미국의 무공해차판매의무규제 철폐, EU의 CO2 규제 완화 논의, 독일 자동차협회의 '2035년 100% 전동화 불가능' 성명 등 글로벌 추세도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시민단체의 반박: "자멸의 길"

그러나 시민단체 연합은 자동차업계의 주장이 오히려 국내 미래차 산업을 후퇴시키는 모순된 논리라고 반박했다. 2030년까지 국내 전기·수소차 보급 목표는 450만대이나 2025년 8월 기준 85만대에 그쳤다는 점을 지적하며, 업계의 미래차 전략 실패를 비판했다.

시민단체는 2024년 세계 전기차 시장점유율에서 BYD(27.6%), 테슬라(12.2%)가 1, 2위를 차지한 반면, 현대기아차는 3%로 10위에 머물렀다고 강조했다. "속도조절을 주장하며 전환의 흐름을 거스른다면 국내 자동차 산업이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없다"는 것이다.

전기차 전환은 배터리·반도체·전력망·충전 인프라 등 다양한 산업 생태계를 포함한 구조적 전환이며, 한국의 세계 최고 수준 배터리 기술을 활용할 기회라는 점도 강조했다. 

시민단체는 2018년 대비 2024년 수송부문 온실가스 감축률이 1.3%에 불과해 매우 심각한 수준이라며, "2030년 무공해차 450만대 공급 목표는 산업계와 논의를 거쳐 결정된 현실적 목표였다"고 지적했다. NDC는 선택이 아닌 원칙의 문제이며, 달성가능한 수준만 하겠다는 것은 감축 의지가 없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국회예산정책처의 탄소세 시나리오

국회예산정책처는 '기후위기 대응 조세정책 현황과 과제' 보고서를 통해 수송부문 탄소세 도입 시나리오를 제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2018~2024년 약 9390만 톤의 온실가스를 감축했으나, 2030 NDC 목표 달성을 위해서는 1억 2700만 톤의 추가 감축이 필요하다. 특히 수송부문은 3360만 톤(전체의 26%)을 감축해야 하지만, 2018년 이후 감축 실적은 1.7%에 그쳐 매우 저조했다.

현행 교통·에너지·환경세의 탄소 가격 기능이 미흡하고, 휘발유 대비 경유 세율 비율(51.6%)이 OECD 평균(60~80%)보다 낮다. 전기차 연간 판매량은 2021년 10만대에서 2024년 14.7만대로 소폭 증가했으나, 2025년 6월 기준 전기·수소차는 전체 자동차 등록대수의 3.1%에 불과하다.

예정처는 현행 유류세 중 기후대응기금 배분 7%에 탄소배출량 연동 세율을 적용하는 시나리오를 제시했다. 초기 탄소 가격을 톤당 1만6500원으로 시작해 2035년까지 6만7200원으로 점진적으로 인상할 경우, 2026~2035년 수송부문 배출량이 기준선 대비 4.8% 추가 감축되고 세수는 총 13조 7000억원 증가할 것으로 분석했다.

탄소 가격을 톤당 100달러까지 인상하면 배출량은 10.5% 추가 감축되고, 세수는 약 29조 6000억원 증가하는 효과가 예상됐다.

전망

2035 내연차 퇴출 논쟁은 산업 경쟁력과 기후위기 대응이라는 두 가치 사이의 균형점을 찾는 과정이다. 정부는 산업계의 현실적 어려움과 기후위기 대응의 시급성을 동시에 고려한 정책 설계가 필요하며, 충전 인프라 확충과 생산촉진세제 등 실질적 지원책 마련이 시급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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