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1월 31일에 촬영, 3D 프린팅된 천연가스 파이프가 전시된 EU와 러시아 국기에 배치되어 있다.  /  로이터
2022년 1월 31일에 촬영, 3D 프린팅된 천연가스 파이프가 전시된 EU와 러시아 국기에 배치되어 있다. / 로이터

[투데이에너지 박명종 기자] 유럽연합(EU) 회원국들이 2027년 말까지 러시아로부터의 모든 가스 수입을 단계적으로 중단하기로 합의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에너지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노력해온 EU가 완전한 탈(脫)러시아 에너지를 선언한 것이다.

EU 27개국 에너지 장관들은 20일(현지시간) 룩셈부르크에서 회의를 갖고 러시아산 파이프라인 가스와 액화천연가스(LNG) 수입을 단계적으로 폐지하는 유럽위원회의 계획을 승인했다. 이번 결정은 EU 의회의 최종 승인을 거쳐 발효될 예정이다.

EU 순환 의장국인 덴마크의 라르스 아가르드 에너지 장관은 이를 "유럽을 에너지 독립으로 만드는 중요한 조치"라고 평가했다. 그는 "최근 몇 년간 러시아 가스와 석유를 유럽에서 철수시키기 위해 열심히 노력했지만 아직 완전히 달성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번 조치에 따르면 신규 계약을 통한 러시아산 가스 수입은 2026년 1월 1일부터 금지된다. 기존 계약은 전환 기간이 주어져 단기 계약의 경우 내년 6월 17일까지, 장기 계약은 2028년 1월 1일까지 수입이 허용된다.

외교 소식통에 따르면 크렘린과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며 여전히 파이프라인을 통해 러시아산 가스를 수입하는 헝가리와 슬로바키아를 제외한 모든 회원국이 이번 조치를 지지했다.

헝가리 외교부의 페테르 시야르토 고위대표는 "이 규제의 실질적 영향은 헝가리의 안전한 에너지 공급이 중단될 것"이라며 반발했다. 헝가리 정부는 내륙국이라는 지리적 제약으로 인해 러시아산 가스 수입이 불가피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번 무역 제한 조치는 15개국의 가중 과반수 지지만 필요해 통과됐다. 제재 조치는 27개국 만장일치가 필요한 반면, 무역 제한은 상대적으로 낮은 문턱을 요구한다.

한편 유럽위원회는 러시아의 군사 자금줄을 차단하기 위한 새로운 제재 패키지의 일환으로 LNG 수입 금지 시점을 1년 앞당겨 2027년 1월로 하는 방안을 동시에 추진하고 있다. 다만 이는 만장일치 승인이 필요해 실현 여부는 불투명하다.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파이프라인을 통한 러시아산 가스 수입은 급격히 감소했으나, 여러 유럽 국가들은 해상 운송을 통한 LNG 구매를 늘렸다. 브뤼셀에 따르면 2025년에도 러시아산 가스는 EU 수입의 약 13%를 차지하며, 연간 가치는 150억 유로(약 23조원) 이상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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