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O 산하 해양환경보호위원회(MEPC) 제83차 회의 현장. / IMO 제공
IMO 산하 해양환경보호위원회(MEPC) 제83차 회의 현장. / IMO 제공

[투데이에너지 윤철순 기자] 국제해사기구(IMO)가 국제 해운업의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첫 제도적 틀을 마련했지만, 실질적인 감축 효과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2023년 IMO 176개 회원국이 합의한 ‘2050 탄소중립’ 목표를 달성하기엔 여전히 부족하다는 비판이 나온다.

기후위기 대응 비영리법인인 기후솔루션은 12일 IMO가 해양오염방지협약(MARPOL) 부속서를 개정해 ‘선박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중기조치 규제안’을 포함한 ‘넷제로 프레임워크(Net-Zero Framework)’를 공식 승인한데 대해 이 같은 입장을 밝혔다.

IMO는 지난 7일부터 11일(현지시간)까지 영국 런던에서 개최된 제83차 해양환경보호위원회(MEPC 83)에서 관련 규제를 채택했다. 이에 따라 오는 2027년부터는 5000톤 이상 선박을 대상으로 탄소세 개념을 포함한 새로운 온실가스 감축 규제가 적용된다.

이번 규제안은 선박이 사용하는 연료의 온실가스 집약도(GFI: Greenhouse Gas Fuel Intensity)를 기준으로 감축 목표를 설정하고, 이를 달성하지 못할 경우 ‘보완 단위(RU: Remedial Unit)’를 구매해야 한다.

반대로 감축 목표를 초과 달성한 경우엔 ‘초과 단위(SU: Surplus Unit)’를 인정받아 이를 거래할 수 있도록 해, 온실가스 저감 노력을 유도하는 인센티브 구조를 담고 있다.

이런 조치는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의 약 3%를 차지하는 해운 부문에 대해 최초로 제도적 감축 틀을 마련한 의미 있는 진전으로 평가된다. 그동안 해운업은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 체계에서 ‘국제 벙커링’으로 분류돼 각국의 국가감축목표(NDC)에는 포함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기후솔루션은 이 제도가 실질적인 감축 효과를 거두기엔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유럽의 교통·환경 싱크탱크인 T&E의 분석에 따르면, 이번 규제안이 완전히 이행된다 하더라도 2030년까지의 온실가스 감축률은 최대 10%에 불과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IMO가 2023년에 제시한 ‘2030년까지 20~30% 감축’ 목표에도 크게 못 미치는 수치다.

기후솔루션은 “단지 제도를 마련했다는 사실만으로는 긍정적인 평가를 내릴 수 없다”며 “이번 규제안이 실제로는 ‘무늬만 녹색 전환’에 머물 우려가 크다”고 경고했다.

특히 오는 10월로 예정된 넷제로 프레임워크의 최종 채택 과정에서 탄소세 수준의 실효성, 특정 항로 및 연료에 대한 예외 조항 등이 조정될 가능성이 있는 만큼 구조적 후퇴 없이 강력한 정책 설계가 필수적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한국의 역할도 주목된다. 기후솔루션은 “한국은 2023년 해양수산부를 통해 ‘2030년까지 2008년 대비 60% 감축’이라는 자체 목표를 수립한 바 있다”며 “이는 IMO 목표보다 훨씬 높은 수준으로, 해운 탈탄소화에서 한국의 선도적 역할이 요구된다”고 밝혔다.

이어 “한국은 세계 1~2위의 조선업 강국이자 해운 강국으로, 국제 해운 산업에서 핵심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며 “정부는 비화석연료 선박을 위한 ‘녹색해운항로’ 확대와 조선산업의 친환경 전환을 위한 지원을 강화하고, 해운사들의 탄소세 부담을 줄이기 위한 선제적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기후솔루션은 끝으로 “탄소중립을 향한 항로는 이제 막 열렸다. 그러나 실질적인 감축 효과를 이끌어내지 못한다면 이번 제도 역시 ‘무늬만 녹색’이라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며 “선언에 그치지 않는 실행력과 구조적 후퇴 없는 정책 추진이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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