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기문 전 UN사무총장이 15일 오후 한국에너지공단 대강당에서 ‘기후위기 대응과 지속가능한 발전’을 주제로 특별 강연을 진행했다. / 윤철순 기자
반기문 전 UN사무총장이 15일 오후 한국에너지공단 대강당에서 ‘기후위기 대응과 지속가능한 발전’을 주제로 특별 강연을 진행했다. / 윤철순 기자

[투데이에너지 윤철순 기자] 반기문 전 유엔(UN)사무총장이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파리기후협정 탈퇴를 강하게 비판했다. 15일 오후 울산에 위치한 한국에너지공단(에너지공단) 초청 특별 강연을 통해서다.

반 전 총장은 이날 오후 에너지공단이 본사 대강당에서 개최한 ‘기후위기 대응과 지속 가능한 발전’ 주제 초청 특별 강연에서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이) 기후변화를 장난처럼 취급한 것”이라고 힐난했다.

반 전 총장은 미국이 세계 두 번째로 많은 온실가스 배출국임에도 국제사회에 모범을 보여야 할 위치에서 오히려 협정에서 탈퇴한 건 큰 문제라고 지적하며 “미국이 8년간 두 차례 탈퇴해 국제사회에 부정적 영향을 줬다. 이 공백이 향후 큰 피해를 초래 할 것”이라 경고했다.

이어 “기후위기는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문제다. 강력하고 즉각적인 국제적 협력과 행동이 필요하다”면서 “기후변화 협정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라는 메시지를 전하며 국제사회의 책임 있는 행동을 촉구했다.

2015년 파리기후변화협약을 이끌어 낸 반기문 전 UN총장이 기후위기 대응 전도사를 자처하며 ‘지속 가능한 미래’를 위해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반 전 총장은 이날 지구 평균기온이 1.55도 상승한 현 상황을 ‘글로벌 보일링(Global Boiling) 상태로 표현하며 “이는 단순한 온난화를 넘어 지구가 ’끓고 있다‘는 심각한 경고”라고 밝혔다.

그는 2100년까지 현 상태가 지속되면 6차대멸종(Mass Extinction) 가능성이 있으며, 이는 인간을 포함한 동식물 대다수가 사라질 위기를 의미한다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기후위기 극복을 위해서는 국제사회의 협력이 필수적이며 기후변화 협정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라고 강조했다.

반기문 전 UN사무총장이 15일 오후 한국에너지공단 대강당에서 ‘기후위기 대응과 지속가능한 발전’을 주제로 특별 강연을 진행했다. / 윤철순 기자
반기문 전 UN사무총장이 15일 오후 한국에너지공단 대강당에서 ‘기후위기 대응과 지속가능한 발전’을 주제로 특별 강연을 진행했다. / 윤철순 기자

“기후위기, 선택 아닌 생존 문제”

한편 이날 강연엔 울산 지역 중·고등학생과 주민, 공단 임직원 등 300여명이 참석했다. 반 전 총장의 특별 강연은 기후 변화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하고 실천적 대응 방안을 함께 모색하는 자리로 마련됐다.

반 전 총장은 이날 기후위기를 “선택의 문제가 아닌 생존의 문제”라고 규정했다. 그는 “기후 변화는 정부나 기업만의 책임이 아닌, 우리 모두가 함께 풀어나가야 할 과제”라며 개인과 지역 사회의 역할을 당부했다.

반 전 총장은 또 “미래세대는 우리가 지금 어떻게 행동하느냐에 따라 결정적인 영향을 받을 것”이라며 “따라서 우리 세대가 기후 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특히 파리협정 당시 전 세계를 설득했던 경험을 언급하며 “국제 사회가 합의에 이른 것은 시작일 뿐, 진짜 변화는 각자의 삶 속에서 실천될 때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반 전 총장의 강연 메시지는 간결했지만, 단호했다. 그러나 방식은 부드러웠다.

강연 후 이어진 질의응답 시간에서는 학생들과 지역 주민들이 반 전 총장과 자유롭게 의견을 나눴다. 누군가는 탄소중립을 위한 교육의 중요성을, 또 다른 이는 지역 단위에서 실현 가능한 실천 방안을 제시하며 현실적인 대화를 이어갔다.

이 과정을 통해 기후 문제는 더 이상 먼 미래의 얘기가 아니라, 우리 일상과 직접 연결된 문제라는 인식이 공유됐다.

이상훈 에너지공단 이사장은 “이번 특강은 미래세대와 지역 사회가 기후 변화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행동의 필요성에 공감하는 뜻깊은 시간이었다”며 “공단은 앞으로도 시민과 함께하는 기후 행동을 꾸준히 확대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이어 “공단은 앞으로도 기후행동에 대한 인식 제고와 실천을 이끌어가기 위해 다양한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번 특강은 단순한 강연을 넘어 기후 변화 대응에 있어 국제적 리더십과 지역 사회의 실천이 어떻게 연결될 수 있는지를 보여준 사례로 평가된다. 참석자들을 통해 기후위기 대응의 무게 중심이 ‘글로벌’에서 ‘로컬’로 이동하고 있음을 확인하는 계기였다.

반 전 총장은 현재 ‘보다 나은 미래를 위한 반기문재단’을 설립해 기후변화와 지속가능한발전 등을 주제로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에너지공단의 이번 기후명사 초청 특강은 반 전 총장의 기후변화에 대한 통찰과 풍부한 경험을 지역사회, 미래세대와 공유하는 기회가 됐다는 평가다.

이번 특강은 기후위기 대응과 지속 가능한 발전에 대한 지역사회와 미래세대의 관심을 불러일으킨 행사로, 향후 기후변화 문제 해결을 위한 구체적인 실천 방안을 모색하는 데 중요한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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