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100은 더 이상 선택이 아니라, 글로벌 기업 거래에서 ‘기본값’으로 자리잡고 있다. /이미지 편집
RE100은 더 이상 선택이 아니라, 글로벌 기업 거래에서 ‘기본값’으로 자리잡고 있다. /이미지 편집

 

[투데이에너지 김은국 기자]

전 세계적으로 기후변화 대응과 지속가능성 경영이 기업의 생존 전략으로 부상하면서, ‘RE100(Renewable Energy 100%)’ 캠페인의 위상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RE100은 기업이 사용하는 전력의 100%를 태양광, 풍력 등 재생에너지로 전환하겠다는 글로벌 이니셔티브다. 단순한 친환경 이미지 제고를 넘어, 공급망 거래 요건이자 금융기관의 평가 기준으로 자리잡으며 실질적인 ‘시장 룰’이 되고 있다.

■ 글로벌 기업들, RE100을 ‘계약 조건’으로 명시

RE100 캠페인을 주도하는 국제 비영리단체 ‘더 클라이밋 그룹(The Climate Group)’에 따르면, 2025년 현재 전 세계 400여 개 이상의 대기업이 RE100에 가입했으며, 이들 기업은 산업·소비재·정보통신·자동차·유통 등 다양한 분야에 걸쳐 있다.

구글,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유니레버, BMW 등은 이미 전력 소비의 100% 이상을 재생에너지로 전환했거나 달성을 앞두고 있다. 특히 애플은 협력업체에도 RE100 동참을 요구하고 있으며, 이는 전 세계 제조·부품 공급망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 국내 기업, 선언 많지만 실질 이행은 아직 초기

국내에서는 삼성전자, 현대차, LG화학, SK하이닉스 등 대기업을 중심으로 RE100 선언이 확산되고 있다. 아직까지 실질적 이행률은 낮은 수준이다. 가장 큰 이유는 국내 재생에너지 비중이 전체 발전의 9%대(2024년 기준)에 불과하고, PPA 체계도 걸음마 단계이기 때문이다.

한국에너지공단에 따르면, RE100 이행 수단으로 가장 많이 활용된 방식은 REC(재생에너지 공급 인증서) 구매였으며, 이어 자체 발전설비 구축과 전력구매계약(PPA)이 뒤를 잇는다. 하지만 REC는 공급량이 제한돼 가격이 불안정하고, 직접설비는 부지와 초기비용 문제로 현실적 제약이 크다.

■ PPA 기반 금융 연계, 국내도 첫 발 내딛어

최근에는 민간 주도형 PPA 시장도 확산 조짐을 보이고 있다. SK이노베이션 E&S와 JB금융지주, 이너젠이 협력해 태양광 발전사업자와의 PPA 계약을 기반으로 대출 상품을 개발하는 등, 금융권과의 실질 연계가 시작됐다.

전북은행과 광주은행이 출시한 ‘RE100 전용 대출’은, 민간 기업과의 전력구매계약을 자산으로 인정해 대출을 가능케 한 국내 첫 사례다. 이는 PPA 시장 활성화를 위한 자금 기반이 마련됐다는 점에서 RE100 실현의 새로운 전기를 예고하고 있다.

■ 제도·인프라 여전히 ‘병목 지점’

RE100 이행 가속화를 위해선 제도적 뒷받침과 계통 인프라 확충이 시급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특히 재생에너지 계통접속 지연, 송전망 포화, 전력시장 불확실성 등은 기업의 재생에너지 도입 의지를 꺾는 요인이다.

일부 기업들은 여전히 ‘그린워싱’(Greenwashing, 위장 친환경)을 우려해 실제 사용 전력의 탄소배출 추적이 가능한 솔루션을 요구하고 있다. 이에 따라 ‘시간 기반 REC(Time-based REC)’이나 ‘디지털 에너지 트래킹 시스템’ 같은 정밀한 모니터링 체계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 RE100은 산업계의 미래 생존 전략

RE100은 단순한 환경 캠페인을 넘어 기업의 조달, 수출, 투자, 브랜드 전략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산업 규범’이 되고 있다. 특히 글로벌 고객사와 거래하는 국내 중소·중견기업들은 협력사 차원의 RE100 대응 전략도 수립할 필요가 있다.

한국이 RE100 후발주자라는 현실을 감안하면, 빠른 제도 정비와 민간 주도형 생태계 구축이 시급하다. 에너지 공급, 금융 연계, 정책 유인까지 삼박자가 맞아야만 RE100의 실천이 가능하고, 탄소중립 시대의 공급망 경쟁에서 뒤처지지 않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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