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투데이에너지 윤철순 기자] 국내 마지막 석탄화력발전소인 강원도 ‘삼척블루파워’가 회계처리 문제로 시민단체로부터 고발당했다.
기후위기 대응 비영리법인 기후솔루션은 18일 “삼척블루파워가 회수 가능성이 불확실한 2000억원 규모의 정산금을 자산으로 처리해 자산 규모를 부풀렸다”며 금융감독원에 허위공시 혐의로 신고, 접수했다고 밝혔다.
기후솔루션에 따르면, 삼척블루파워는 최근 발전소 이용률 저하로 인해 전력시장 정산금이 총괄원가에 미치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하자 이를 내년도 ‘정산조정계수’ 등을 통해 회수 가능하다는 전제하에 전액을 자산으로 계상했다. 그러나 문제는 이 금액이 아직 수취되지 않았고, 회수 여부 또한 불투명하다는 데 있다.
기후솔루션은 삼척블루파워의 이 같은 회계처리가 자본시장법상 ‘허위공시’에 해당한다고 판단, 회사채를 인수하거나 매입하는 개인투자자에게 위험이 전가될 수 있다는 점에서 심각한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미래에 받을 수 있을지 모르는 돈”...자산? 희망?
문제의 핵심은 전력시장 내 ‘정산조정계수’ 제도에 있다. 이는 원료비와 가동 상황 등을 고려해 발전소의 과도한 수익을 회수하거나 일정 손실을 보전해 주는 조정 장치지만, 해당 정산금이 언제 얼마나 보전될지에 대한 확정적 보장이 없다.
특히 삼척블루파워가 위치한 강원 동해안 지역은 수도권으로 전력을 전송하는 주요 송전망의 부족으로 가동 중단 사태가 이미 발생한 바 있고, 신규 송전망 건설도 지연 중이라 실질적인 전력 판매 회복 가능성은 불투명한 상황이다.
이관행 기후솔루션 외국 변호사(미국 캘리포니아주)는 “삼척블루파워가 정산금 회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수많은 리스크를 축소하고 과도하게 낙관적으로 평가했다”며 “이는 회계 기준의 합리적·객관적 범위를 넘은 것”이라며 위법 소지를 지적했다.

“반 ESG 채권”...기관 외면에 개인이 떠안는 위험
삼척블루파워는 현재까지 총 5조원가량의 사업비를 출자 및 회사채를 통해 조달해왔다. 그러나 최근 몇 년 간 기관투자자들의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기준 강화에 따라 철저히 외면받고 있는 실정이다.
2022년 신용등급 하락(AA- → A+)과 함께 회사채 금리도 6~7%대까지 치솟아 재무적 부담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올해부터 2027년까지 매년 수천억원 단위의 만기가 도래할 예정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삼척블루파워는 오는 25일 새로운 회사채 발행을 계획 중이다.
이번 회사채 발행을 두고는 6개 기존 인수 증권사 중 5곳이 탈석탄 금융 원칙에 따라 빠지며 키움증권만이 남게 됐고, 여기에 DB·흥국·부국증권 등 3곳이 새로 합류했다. 이에 대해 기후솔루션은 “기후위기라는 사회적 부담을 개인 투자자에게 떠넘기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기후솔루션 고동현 팀장은 “삼척블루파워의 채권은 이미 대표적인 ‘반 ESG 채권’으로 낙인찍혔고, 위험에 대한 설명 없이 고금리를 내세워 개인들에게 판매돼왔다”며 “이번 허위공시 의혹은 단순한 회계 이슈를 넘어, 투자자 보호와 기후 금융의 원칙에 대한 본질적 도전”이라고 지적했다.
허위공시 여부, 투자자 신뢰 시험대 오르나
삼척블루파워의 정산금 회계처리가 자본시장법상 허위공시에 해당하는지는 향후 금융당국의 판단에 달렸다. 그러나 ‘실현되지 않은 금액을 자산으로 계상’해 재무 건전성을 부풀렸다는 의혹 자체만으로도 투자자 신뢰에 타격을 주기에 충분하다.
특히 이미 환경적·재무적 위험이 높은 사업구조 속에서 자산 부풀리기 의혹까지 더해진 이번 사태는, 기후위기 시대를 맞은 에너지 전환 과제와 맞물리며 한국 자본시장이 직면한 구조적 문제를 다시금 드러내고 있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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