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가스연맹과 글로벌 에너지 전문 컨설팅사 ICIS가 6월11일 공동 개최한 「제3회 KGU 정례세미나」에서 강정욱 한국가스공사 책임연구원이 주제 발표를 하고 있다. /김은국 기자 
한국가스연맹과 글로벌 에너지 전문 컨설팅사 ICIS가 6월11일 공동 개최한 「제3회 KGU 정례세미나」에서 강정욱 한국가스공사 책임연구원이 주제 발표를 하고 있다. /김은국 기자 

 

[투데이에너지 김은국 기자]

오는 2027년부터 글로벌 LNG시장이 공급과잉 국면에 진입하면서, 2032년까지 최대 연간 69MT(Million Tonnes) 규모의 초과공급이 예상된다는 전망이 나왔다. 이 기간 스팟 가격(장기 계약이 아닌 단기·일회성 거래에서 결정되는 현물 가격)은 MMBtu(Million British Thermal Units)당 5달러까지 하락할 것으로 보이며, 에너지 지정학적 이점을 가진 한국에는 새로운 전략적 기회가 열릴 수 있다는 분석이다.

한국가스연맹 글로벌 에너지 전문 컨설팅사 ICIS가 6월11일 공동 개최한 「제3회 KGU 정례세미나」에서 알렉스 시우 ICIS 아시아 가스 수석 애널리스트는 “2027년은 공급 과잉 국면이며, 특히 2032년 정점에 이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시기 미국의 연간 LNG 공급량은 126MT까지 증가하며 글로벌 시장의 3분의 1 가까이를 차지할 전망이다.

시우 애널리스트는 “한국은 미국산 LNG 장기계약 비중이 이미 19%에 달하며, 중국과 일본 사이에 위치한 지정학적 강점, 그리고 저장·환적 인프라를 활용하면 트레이딩 허브로서 성장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진단했다.

■ 공급 과잉이 부르는 가격 하락과 구조 변화

이번 세미나에서는 ‘공급 증가 – 가격 하락 – 시장 다변화’의 구조적 흐름이 상세히 분석됐다. ICIS에 따르면 2026년 말부터 본격적인 공급 확대가 예상되며, 2037년까지 연간 11~69MT의 공급과잉이 누적된다. LNG 현물가격은 MMBtu(Million British Thermal Units) 5달러 수준으로 하락할 것으로 전망되며, 이는 수요 측 국가에 전략적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

특히 미국은 LNG 수출국 중에서도 선도적 위치를 점하고 있다. 2024년 기준 미국의 수출량은 88.4MT로 전년 대비 3.9MT 증가했으며, 잠재적 액화용량(LNG 생산 설비가 연간 최대한 생산할 수 있는 LNG의 총량)은 전체의 32.7%를 차지한다.

즉, 전세계 LNG 액화 설비 중 미국이 보유하거나 확충 예정인 설비의 최대 생산능력이 약 3분의 1에 달한다. 이에 따라 향후 글로벌 LNG 공급의 중심축이 미국으로 더욱 기울 가능성이 높다.

■ 한국, 동북아 허브로 도약 가능성

한국은 지리적으로 동북아 LNG 수입국 중심에 위치해 있으며, 선박·저장·트레이딩 등 부대산업 전반에 걸친 인프라를 갖춘 점에서 ‘아시아형 JERA(Japan Electric Power Development Company and Tokyo Electric Power Company Fuel & Power Incorporated)’로의 전환 가능성이 언급됐다. 특히 공급과잉 국면에서는 선박과 저장시설, 유지보수 서비스 수요가 확대돼 한국 산업계에 새로운 시장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

일본의 JERA처럼, 한국이 동북아 LNG 수입국 중심에서 선박, 저장, 트레이딩 등 부대산업 인프라를 종합적으로 갖추고, LNG 구매력과 시장 영향력을 결집한 통합 에너지 기업 또는 컨소시엄을 의미한다. JERA는 일본의 두 대형 전력회사(도쿄전력과 주부전력)의 연료·발전 부문이 합작해 설립한 회사로, 전력 생산과 LNG 조달, 트레이딩 등 에너지 밸류체인 전반을 통합 관리하며 글로벌 시장에서 강력한 협상력과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

강정욱 한국가스공사 책임연구원은 국제가스연맹(IGU) 연차보고서를 분석하며, “2023년부터 LNG 현물가격 변동성이 확대되었고, 유럽의 수입량 감소 및 아시아의 교역량 확대가 주요 흐름”이라고 진단했다.

지난해 LNG 교역량은 411.2MT로 전년 대비 9.8MT 증가했으며, 미국(88.4MT), 호주(81.0MT), 카타르(77.2MT), 러시아(33.5MT)가 주요 수출국이었다. 수입 측면에서는 중국(78.6MT), 일본(67.7MT), 인도(26.1MT) 순이었다. 반면 유럽의 수입량은 전년보다 21.2MT 감소한 100.1MT를 기록하며 2022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다.

■ AI기반 시장정보 활용…'Ask ICIS' 주목

이원준 ICS 신사업 총괄매니저는 ICIS의 AI기반 마켓 인텔리전스 서비스 ‘Ask ICIS’를 소개하며, “AI는 검색을 넘어 시장 분석 파트너로 진화하고 있다”며 “한국 고객 맞춤형 실시간 해석형 데이터 서비스도 강화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이 총괄매니저는 "복잡한 글로벌 시장 흐름에서 빠르고 정확한 의사결정을 돕기 위한 기술적 접근이 핵심이 될 것"이라며, "향후 에너지 트레이딩에서도 AI 기반 정보 해석의 중요성이 더욱 커질 것"으로 내다봤다.

 

■ 용어 설명 : 

· ICIS(Independent Commodity Intelligence Services)  = 150년 이상의 역사를 가진 독립적인 커머더티 인텔리전스 서비스기업. 본사는 영국 런던. 에너지와 화학 산업 분야에서 데이터, 시장 분석, 가격 정보, 전략 컨설팅 등을 제공하며 전 세계 주요 기업들이 시장을 이해하고 전략적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지원한다. ICIS의 주요 전문가들은 에너지, 화학, 원자재 시장 등 관련 산업 분야에서 다년간의 시장 분석, 데이터 인텔리전스, 가격 평가, 전략 컨설팅 경험을 갖추고 있다.
글로벌 정보·분석 기업 RELX(Reed Elsevier PLC)의 자회사로, 신뢰성 높은 데이터와 시장 인텔리전스 제공을 통해 국제 상품 시장에서 경쟁 우위를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주요 수익원은 에너지, 석유화학, 비료 등 원자재 시장의 가격 데이터 및 벤치마크 제공, 시장 분석 및 전망 보고서, 고가치 뉴스와 인사이트, 맞춤형 컨설팅 및 데이터 솔루션 판매 등에서 발생한다. 이러한 서비스는 주로 기업, 금융기관, 정부 등에서 구독 또는 프로젝트 단위로 구매하여 거래, 위험 관리, 전략 수립에 활용된다.

· MMBtu(Million British Thermal Units) = 100만 브리티시열단위(BTU). 주로 천연가스와 LNG 등 에너지 상품의 열량 또는 거래 단위를 나타낼 때 사용된다. 1 BTU는 물 1파운드의 온도를 1°F 올리는 데 필요한 에너지. 천연가스는 생산지, 운송 방식, 생산 방식에 따라 열량이 달라질 수 있어, 단순히 부피나 무게로 거래할 경우 동일한 양이라도 실제 사용할 수 있는 에너지량이 다를 수 있다. MMBtu 단위는 서로 다른 물성이나 거래 조건에도 불구하고 에너지 가치를 직접 비교하고 표준화할 수 있는 기준을 제공한다. 즉, 서로 다른 국가, 시장, 계약 간에 에너지 함량을 동일하게 환산해 가격을 산정할 수 있게 해주므로, 글로벌 시장에서 가격 투명성과 비교 가능성을 높여준다.
LNG 가격이 MMBtu당 5달러 수준으로 하락한다는 것은 글로벌 LNG 시장에서 공급이 수요를 초과하는 공급과잉 현상이 발생했음을 의미한다. 이로 인해 에너지 기업들의 원가 부담이 줄어들고, 발전사 등 에너지 수요처의 이익률이 개선되는 등 시장 전반에 비용 절감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 또한, 낮은 가격은 시장 내 경쟁 심화, 거래량 증가, 미국 등 주요 생산국의 수익성 저하, 일부 생산설비의 가동 중단 가능성 등 구조적 변동을 유발할 수 있다.

· JERA(Japan Electric Power Development Company and Tokyo Electric Power Company Fuel & Power Incorporated) = 공식 명칭은 "JERA Co., Inc.". JERA는 일본의 두 대형 전력회사인 주부전력(Chubu Electric Power)과 도쿄전력(TEPCO) 연료·발전 부문이 합작해 설립한 에너지 기업.  일본 전체 전력의 약 30%를 생산하며 연료 조달부터 발전, 신재생에너지 개발까지 에너지 밸류체인 전반을 운영하는 글로벌 통합 에너지 기업이다. LNG 사업 확대와 더불어 암모니아·수소 혼소, 재생에너지 투자, 2050년 넷제로(탄소중립) 달성 등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다양한 사업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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