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빌헬름스하펜 LNG 터미널에 부유식 저장 및 재기화 설비(FSRU)가 계류해 있다. 수요 증가 속에서 LNG 공급 확대 조짐이 나타나며, 신뢰할 수 있는 연료로서 천연가스의 역할이 부각되고 있다.
독일 빌헬름스하펜 LNG 터미널에 부유식 저장 및 재기화 설비(FSRU)가 계류해 있다. 수요 증가 속에서 LNG 공급 확대 조짐이 나타나며, 신뢰할 수 있는 연료로서 천연가스의 역할이 부각되고 있다.

 

[투데이에너지 김은국 기자]   국제가스연맹(IGU: International Gas Union)이 최근 발표한 Global Gas Report 2025에 따르면, 미국과 카타르는 2022년 러시아발 가스 공급 축소 이후 발생한 유럽 에너지 위기를 안정화시키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 이 보고서는 단순히 유럽 차원에서의 위기 극복을 넘어, LNG가 글로벌 에너지 안보와 시장 유연성의 ‘핵심 자산’임을 강조하고 있다.

■ 러시아발 충격, LNG가 막아낸 ‘에너지 블랙아웃’

러시아가 2022년 이후 파이프라인 가스 공급을 크게 줄이면서 유럽은 심각한 전력난과 인플레이션 압력에 직면했다. 그러나 미국은 셰일가스 기반 LNG 수출 인프라를 대폭 가동하며 단기간에 세계 최대 LNG 수출국으로 부상했고, 카타르는 장기 계약 물량을 재조정해 유럽으로 돌리며 공급 안정망을 구축했다.

IGU는 “미국과 카타르가 없었다면 유럽은 더 깊은 에너지 위기에 빠졌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 동아시아, 현물 LNG 의존도 확대

보고서는 한국·일본 등 동아시아 주요 수입국의 상황도 조명했다. 이들 국가는 계절적 수요 변동(겨울철 난방 수요와 여름철 냉방 수요 급증)을 맞추기 위해 현물(spot) LNG 구매에 의존했다. 이는 가스가 단순한 연료를 넘어 전력망 안정성, 산업 경쟁력 유지, 사회적 리스크 완화라는 다층적 기능을 수행함을 보여준다.

IGU는 “LNG 무역은 공급 불확실성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수단”이라고 강조했다.

■ 270bcm 규모 신규 액화 설비, 2030년 공급 지형 재편

가장 주목할 점은 공급 능력의 중장기 확대다.

IGU 분석에 따르면 미국과 카타르가 주도하는 약 연간 270bcm 규모의 신규 액화 설비가 승인 또는 건설 단계에 있으며, 이는 2030년까지 순차적으로 시장에 투입될 전망이다. 단기적으로는 시장이 타이트한 상황이 이어지겠지만, 2027년 이후 물량이 본격적으로 유입되면 2030년 전후로는 공급 잉여 국면으로 전환될 것으로 내다봤다. 이는 수년간 정체기를 이어온 LNG 산업이 다시 ‘성장 사이클’에 진입했음을 의미한다.

■ 리스크 요인: 프로젝트 지연과 지정학

IGU는 공급 확대에도 불구하고 불확실성이 여전하다고 지적했다. 프로젝트의 최종투자결정(FID) 지연, 규제·기술·금융 리스크, 그리고 호르무즈 해협과 같은 주요 항로의 지정학적 위험이 LNG 공급망 안정성을 흔들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LNG 시장이 단순히 투자 규모만으로는 설명되지 않는 복합적인 지정학·경제학적 변수에 노출돼 있음을 시사한다.

■ 에너지 안보 자산으로서 LNG

이번 IGU 보고서는 LNG가 단순한 교역 상품을 넘어 글로벌 에너지 안보의 핵심 수단임을 재확인시킨다. 미국과 카타르가 향후 10년간 공급 구조를 주도하는 가운데, 유럽과 동아시아의 전략적 선택 또한 이들의 수급 전략에 종속될 가능성이 높다. 이는 한국을 포함한 LNG 의존도가 높은 국가들이 중장기 에너지 안보 전략을 새롭게 정립해야 함을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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