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투데이에너지 김은국 기자] 국제에너지기구(IEA)가 전 세계 천연가스 수요의 4분의 1을 바이오가스로 대체할 수 있는 잠재력을 확인했다. 하지만 현재 생산 규모는 잠재력의 5%에 불과해 제도적·경제적 장벽을 해소하지 않는 한 본격적인 상용화는 지연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 바이오가스, 매년 1조㎥ 생산 잠재력…현 수요의 25% 충족 가능
IEA가 최근 발간한 「바이오가스와 바이오메탄 전망(Outlook for Biogas and BioMethane)」 보고서(2025년 7월 2일, IGU Gas in Transition_July 2025)는 폐기물 등 지속 가능한 공급 원료를 활용할 경우 전 세계적으로 연간 최대 1조㎥의 바이오가스를 생산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는 2024년 기준 세계 연간 천연가스 소비량의 25%에 해당하는 규모다.
보고서는 바이오가스 잠재력의 80%가 신흥국과 개발도상국에 집중돼 있다고 강조했다. 농업 잔여물, 가축 분뇨, 음식물 쓰레기 등 현지에서 다량 발생하는 폐기물을 활용할 수 있어 ‘현지 자원 순환형 에너지’로서의 가치가 크다는 설명이다.
■ 실제 생산량은 5%에 불과…허가·경제성 장벽 여전
그러나 현실은 잠재력에 크게 미치지 못한다. IEA에 따르면 현재 전 세계 바이오가스 연간 생산량은 약 500억㎥로, 잠재력의 5% 수준에 불과하다. 보고서는 "바이오가스 프로젝트 개발에는 평균 2~5년이 소요되지만, 각국에서 요구하는 복잡한 인허가 절차로 인해 필요한 허가를 받는 데만 최대 7년이 걸리는 경우도 있다"며 규제 장벽을 가장 큰 걸림돌로 꼽았다.
경제성 문제도 상용화를 가로막는 주요 요인이다. 초기 설비투자 비용이 높고, 장기 계약 구조가 확립되지 않아 자금조달이 어려운 상황이라는 지적이다.
■ 천연가스 가격 이하로 공급 가능…부수적 편익 고려해야
보고서는 바이오가스 잠재력을 확대할 경우 현재 도매 천연가스 가격과 같거나 더 낮은 수준으로 바이오메탄을 공급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농업 부문의 메탄 배출 감축 △지속 가능한 비료 활용 △지역 폐기물 처리 비용 절감 등 다양한 부가적 효과가 정책적으로 인정된다면 바이오가스의 경쟁력이 더욱 높아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IEA는 "바이오가스가 세계 에너지 전환에서 핵심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국가별로 허가 절차를 단축하고, 보조금·세제 혜택 등 정책적 지원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 용어 설명 :
· 바이오가스 = 음식물 쓰레기, 가축 분뇨, 하수 슬러지, 농업 폐기물 등과 같은 유기성 폐자원이 산소가 없는(혐기성) 환경에서 미생물에 의해 분해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가연성 가스 혼합물로, 메탄(CH₄)과 이산화탄소(CO₂)가 주성분이다. 이외에도 소량의 황화수소, 수분, 암모니아 등 다양한 성분이 포함될 수 있다. 바이오가스는 주로 다음과 같은 과정을 통해 생산된다. 우선 유기성 폐기물이 적절한 전처리를 거친 후 반입저장조로 이동해, 혐기성 소화조에 투입된다. 여기서 미생물의 혐기성 발효 및 분해 과정을 통해 메탄과 이산화탄소가 생성된다. 생성된 바이오가스는 이후 정제 과정을 거쳐 메탄 비율을 높인 '바이오메탄'으로 활용되기도 하며, 부산물인 이산화탄소도 제조 산업 등에서 사용된다. 한국에서는 바이오가스가 주로 자체 열과 전기(발전) 생산, 도시가스 공급, 압축천연가스(CNG) 차량 연료 등 다양한 용도로 활용되고 있다.
2023년 기준, 국내 유기성 폐자원 바이오가스화시설은 112개소로 집계되었으며, 연간 약 3억8300만㎥의 바이오가스가 생산되고 있다. 이 중 85% 이상이 발전, 열, 도시가스 등으로 이용되고 있다. 바이오가스의 가장 큰 장점은 재생 가능한 에너지원이라는 점이다. 유기성 폐기물 처리가 필요 없는 청정에너지를 생산할 수 있으며 온실가스 감축에도 기여한다.
실제로 바이오가스를 대규모로 활용할 경우, 온실가스 배출량을 2030년까지 10% 이상 감축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또한, 바이오가스 산업은 지역 농업, 임업, 축산업 등과 연계돼 일자리 창출 등 부가적인 경제효과도 기대된다. 그러나 바이오가스 분야는 높은 초기 시설투자비와 경제성 부족 등으로 인해 빠르게 확산되지 못하고 있으며, 제도적·경제적 장벽 해소가 상용화 확대의 주요 관건으로 지적되고 있다.
· 바이오메탄 = 유기성 폐기물이나 바이오매스에서 나온 바이오가스를 고도 정제하는 과정을 거쳐 생산되는 고순도 메탄가스로, 주로 메탄(CH₄) 함량이 95% 이상에 달한다. 혐기성 소화조에서 유기물이 미생물에 의해 분해되면 메탄과 이산화탄소가 혼합된 바이오가스가 생성되는데, 이 바이오가스에서 이산화탄소, 황화수소, 수분 등 불순물을 제거하는 ‘고질화’(Upgrading) 공정을 통해 순도 높은 메탄만을 분리해낸 것이 바로 바이오메탄이다.
바이오메탄은 기본적으로 천연가스와 유사한 성분을 가지고 있으며, 도시가스망에 그대로 주입해 가정용·산업용 가스로 활용하거나, 자동차 연료(CNG), 발전 및 열병합 발전 연료 등 다양한 분야에 사용된다. 또한 바이오메탄은 생산 시점부터 연중무휴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는 재생에너지로서, 태양광·풍력과 달리 기상조건에 영향을 받지 않는다는 점이 특징이다.
온실가스 감축 효과 역시 매우 크다. 원래 대기 중으로 방출될 수 있는 메탄을 포집·활용함으로써 기후변화 대응에 큰 역할을 하며, 천연가스 대체를 통해 화석연료 사용과 이로 인한 탄소배출 역시 줄일 수 있다. 바이오가스에서 메탄을 분리하고 남는 이산화탄소는 다양한 산업과 농업 분야에서 부가적으로 활용 가능하다. 바이오메탄 생산에는 물리흡수, 화학흡수, 분리막 등 여러 정제 기술이 상용화되어 있으며, 유럽과 미국 등에서는 도시가스 및 자동차 연료용으로 활발하게 쓰이고 있다. 한국에서도 바이오메탄 확대를 위해 관련 설비와 기반 구축이 진행되고 있으며, 순환경제와 재생에너지 확대, 온실가스 저감 등 다각적인 효과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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