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투데이에너지 김은국 기자] 일본의 원유 수입 구조가 지정학적 리스크에 지나치게 취약하다는 인식이 본격 제기되고 있다.
2025년 상반기 기준 일본의 하루 원유 수입량은 241만 5000배럴이며, 이 중 중동산 원유는 무려 229만 9000배럴(약 95.2%)을 차지했다. 일본이 전통적으로 유지해온 중동 의존 체제를 여전히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을 보여주며, 최근 중동 정세 불안이 고조됨에 따라 공급선 다변화 필요성이 다시 부상하고 있다.
■ 이란-이스라엘 긴장 속에도 ‘물류 안정성’은 유지… 그러나 경고는 울렸다
2025년 6월 기준, 이스라엘-이란 간 군사적 긴장이 최고조에 달했음에도 일본으로 향한 중동산 원유 물량의 대다수는 큰 차질 없이 도착한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일부 Suezmax급 및 초대형 원유운반선(VLCC) 선적 물량은 최대 40시간까지 운항 지연을 겪었으며, 수에즈 운하(Suez Canal) 및 아라비아해 항로의 불확실성이 공급망의 잠재 리스크로 확인됐다.
이러한 사례는 공급 중단의 ‘직격탄’은 아니지만, 일본의 에너지 안보가 얼마나 좁은 경로와 제한된 파트너에 의존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경고 신호로 해석된다.
■ UAE·카타르 비중 확대, 사우디 감소… 중동 내부 공급구조도 변화
국가별 수입 데이터를 보면, UAE(아랍에미리트)산 원유는 전년 대비 20.4% 증가한 하루 103만 5000배럴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고, 카타르산 원유는 무려 42.6% 증가해 하루 11만 5,867배럴로 나타났다. 반면, 사우디아라비아산 원유는 23.6% 감소해 66만 2370배럴 수준에 그쳤다.
이같은 변화는 일본이 전통적 우방국 중심에서 보다 다변화된 중동 내 포트폴리오를 확대하고자 하는 의도를 반영한 결과로도 풀이된다. 그러나 전체 수입 중 중동 비중이 여전히 95%를 넘는다는 점에서, 본질적인 공급 리스크 해소로는 미치지 못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 “중동 의존 90% 아래로 줄여야”… 북미·아시아 태평양 연계 논의 시동
전문가들은 일본의 원유 수입 구조를 90% 이하의 중동 의존도로 낮추기 위한 전략적 전환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특히 미국·캐나다의 비중 확대, 호주 및 동남아 일부 원유 공급선 확보, 비전통 유전 중심의 스팟 거래 확대 등이 대안으로 제시된다.
일본 정부도 재생에너지와 LNG 중심의 전환 정책과 병행해, 석유 수입선 다변화 전략을 공식 아젠다화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으며, 향후 에너지 안보를 경제안보 차원에서 통합 관리하는 정책 방향 전환이 본격화될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