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가스는 자산투자를 통해 단순 수입자가 아닌 시장의 설계자이자 조율자로 변신하려 한다. 그리고 그 무대는 북미 대륙이다. /이미지 편집
도쿄가스는 자산투자를 통해 단순 수입자가 아닌 시장의 설계자이자 조율자로 변신하려 한다. 그리고 그 무대는 북미 대륙이다. /이미지 편집

 

[투데이에너지 김은국 기자]

도쿄가스의 TGNR 인수는 단지 셰일가스 몇 개 유정을 인수한 사건이 아니다. 이는 일본이 에너지 지정학의 소비자 위치에서 벗어나, 생산과 유통, 기술과 규범을 함께 설계하려는 ‘전환적 의지’의 상징이다. 《일본의 북미 셰일 점령작전》은 현재진행형이다. 그 중심엔, 다시 한 번 ‘에너지’를 둘러싼 세계의 권력지도가 그려지고 있다.

[기획]일본의 북미 셰일 점령작전…LNG 시대의 새로운 동맹

①도쿄가스, 美 헤인즈빌 진격…셰일가스 판도 바꾼다

②日 에너지 대전환…러시아 대신 텍사스를 품다

③셰일가스 부활 신호탄…헤인즈빌의 시대가 온다

④"파이프는 넘치고, 수요는 요동친다"…日 기업의 LNG 리스크 관리법

⑤도쿄가스의 북미 전선은 어디까지 확장될까

도쿄가스(Tokyo Gas)의 TGNR 인수는 일본 에너지 산업의 북미 진출 흐름에서 단지 하나의 중간 경로일 뿐이다. 이미 JERA, ENEOS, 이토추 등 주요 에너지·상사 그룹은 북미를 단순한 연료 공급처가 아닌, 에너지 전환의 플랫폼으로 보고 움직이고 있다.

도쿄가스는 이번 헤인즈빌 셰일가스 자산 인수 이후, 수출 연계 터미널 투자 및 LNG 벙커링 시장 진입도 검토 중이다. 특히 TGNR이 보유한 가스가 멕시코만 인근 액화터미널(Freeport, Calcasieu Pass 등)과 직접 연결될 수 있어, FOB 거래 기반 장기계약 확보로 이어질 수 있다.

일각에선 도쿄가스가 플로팅 액화설비(FLNG) 프로젝트에 참여하거나, LNG에서 그린수소로 전환 가능한 허브형 터미널 개발에 나설 가능성도 제기된다.

JERA는 미국 벤처글로벌과의 LNG 장기계약 체결을 넘어, 암모니아 혼소 발전, 탄소포집(CCUS) 프로젝트 등 복합형 연료 모델을 추진 중이다. 또한 미 텍사스 일대에서 태양광 + 수전해 기반 그린암모니아 생산 파일럿 사업을 협의 중이며, 2030년까지 미국·호주·중동을 중심으로 탈탄소 연료의 글로벌 네트워크를 구축할 계획이다.

ENEOS는 북미 전력시장보다는 CCUS(Carbon Capture, Utilization and Storage) 및 블루수소 생산 기지로서의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미국의 IRA(인플레이션 감축법) 이후 탄소 포집·저장에 대한 세액공제 확대는 일본 기업들에게 북미 수소 프로젝트 진입의 진입비용을 낮춰주는 계기가 됐다.

ENEOS는 루이지애나와 뉴멕시코 일대에서의 소규모 수소합성 파일럿을 추진 중이며, 향후 이들 설비가 도쿄가스의 LNG 인프라와 융합될 가능성도 있다.

북미는 일본에게 단순한 연료 공급처를 넘어 미래 에너지 기술의 실증무대로 변모 중이다. 이유는 크게 △규제 유연성 △세제 지원 △기술 인프라 △파트너 다양성 등 크게 네 가지다. 도쿄가스·JERA·ENEOS 등이 셰일가스 자산을 기반으로 ‘LNG→수소→탄소중립’으로 이어지는 포트폴리오 확장에 나설 가능성은 더욱 커지고 있다.

과거 일본은 에너지를 '어디서 가져올 것인가'에 집중했지만, 이제는 '어떻게 만들고, 어떻게 통제할 것인가'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즉 LNG는 끝이 아니라 출발선이고 셰일은 단기 수익이 아니라, 수소와 CCUS로 가는 다리다. 도쿄가스는 자산투자를 통해 단순 수입자가 아닌 시장의 설계자이자 조율자로 변신하려 한다. 그리고 그 무대는 북미 대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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