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NEOS 수소사업 축소 전후 구조 비교도
ENEOS 수소사업 축소 전후 구조 비교도

 

[투데이에너지 김은국 기자]

일본의 대표 정유사들이 수소·암모니아 등 탈탄소 에너지 투자에서 한발 물러서고 있다.

에너지 안보, 비용 상승, 정책 불확실성 등의 복합 요인이 맞물리며, 글로벌 에너지 기업들이 ‘넷제로 전환’에서 ‘에너지 현실주의’로 기조를 수정하는 흐름에 일본도 본격 편입된 것이다.

일본 최대 정유사인 ENEOS홀딩스는 최근 발표한 중기 경영전략에서 “대규모 수소 및 암모니아 프로젝트의 우선순위를 낮추겠다”고 밝혔다. 미야타 토모히데(CEO)는 “탄소중립 흐름이 당초 기대보다 약화됐으며, 에너지 전환의 분기점도 2030년 이후로 늦춰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ENEOS는 당초 2040년까지 연간 400만 톤의 수소 공급을 목표로 했지만, 해당 목표를 철회하고 석유 및 LNG 등 비용 대비 안정적인 에너지원에 집중할 방침이다.

■ 이데미쓰도 2조엔→8천억엔 축소…"유연한 접근으로 리스크 대응"

일본 2위 정유사 이데미쓰코산(Idemitsu Kosan)도 수소·합성연료 등 탈탄소 에너지 분야 투자 계획을 대폭 축소했다. 기존 2030년까지 1조 엔(약 6.9조 원)을 투입하겠다는 계획을 8천억 엔 규모로 하향 조정했다.

사카이 노리아키 사장은 “지금은 고정된 목표보다 상황에 따라 전략을 조정하는 유연성이 필요하다”며, 탈탄소에 대한 글로벌 추동력 약화를 이유로 들었다.

이 같은 기조 전환은 일본뿐 아니라 전 세계 주요 에너지 기업에서도 감지되고 있다. BP는 최근 재생에너지 투자 비중을 축소했고, 노르웨이 에퀴노르(Equinor)도 2030년 저탄소 에너지 투자목표를 철회했다.

3월 미국 휴스턴에서 열린 CERAWeek 에너지 콘퍼런스에서는 “에너지 전환(Energy Transition)”에서 “에너지 추가(Energy Additions)”로 패러다임을 바꿔야 한다는 주장이 다수 제기됐다. 즉, 재생에너지만으로 수요를 감당하기 어려운 만큼, 기존 화석연료도 병행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 "넷제로, 선언보다 현실"…日 에너지기업, 장기 목표 재조정 본격화

이번 일본 정유사들의 전략 수정은 단순한 감축이 아니라, 현실적 수익성과 에너지 공급의 안정성을 최우선에 둔 의사결정으로 해석된다. 특히 일본은 러시아발 에너지 수급 리스크, 전력요금 상승, 국제 탈탄소 규범 강화 등 복합적 변수에 대응해야 하는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이번 발표를 “탈탄소 전환의 속도 조절 신호”로 해석하면서도, 기술 혁신과 정책 일관성이 회복될 경우, 다시 중장기 탄소중립 로드맵이 강화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본다.

저작권자 © 투데이에너지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