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투데이에너지 김은국 기자]
[기획]일본의 북미 셰일 점령작전…LNG 시대의 새로운 동맹
도쿄가스의 TGNR 인수는 단지 셰일가스 몇 개 유정을 인수한 사건이 아니다. 이는 일본이 에너지 지정학의 소비자 위치에서 벗어나, 생산과 유통, 기술과 규범을 함께 설계하려는 ‘전환적 의지’의 상징이다. 《일본의 북미 셰일 점령작전》은 현재진행형이다. 그 중심엔, 다시 한 번 ‘에너지’를 둘러싼 세계의 권력지도가 그려지고 있다.
①도쿄가스, 美 헤인즈빌 진격…셰일가스 판도 바꾼다
②日 에너지 대전환…러시아 대신 텍사스를 품다
③셰일가스 부활 신호탄…헤인즈빌의 시대가 온다
④"파이프는 넘치고, 수요는 요동친다"…日 기업의 LNG 리스크 관리법
⑤도쿄가스의 북미 전선은 어디까지 확장될까
일본의 대표적 에너지 기업 도쿄가스(Tokyo Gas)가 미국 체브론(Chevron)의 동텍사스 가스 자산 70%를 5억2500만 달러(약 7200억원)에 인수하며, 북미 셰일가스 산업의 중심지인 헤인즈빌(Haynesville)에서 전면전에 돌입했다.
도쿄가스가 간접 지분을 보유한 TG 내추럴 리소스(TG Natural Resources, 이하 TGNR)는 이번 인수로 250개 이상의 시추 가능 구역을 확보하게 됐으며, 이는 현재의 개발 속도 기준으로 20년 이상 생산 가능한 물량이다. 무엇보다도 이 지역은 아직 미개발 상태의 유망 자산으로 평가받는다.
이번 인수 구조는 단순 매입이 아닌 복합형 구조다. TGNR은 인수 대금 중 7500만 달러는 현금으로, 나머지 4억5000만 달러는 '개발비 선지급(capital carry)' 형식으로 부담한다. 개발 파트너였던 체브론의 지분 상당 부분을 넘겨받는 동시에, 향후 운영권 전환의 주도권도 확보하게 됐다.
이는 생산주체로서의 역할 강화를 노리는 전략적 행보다. 해외에서 천연가스를 ‘사는 나라’였던 일본이, 이제는 자원 투자-생산-수출까지 통합하는 에너지 밸류체인 구축에 나선 것이다.
TGNR은 이번 인수를 통해 헤인즈빌 내 기존 자산과 연계 가능한 구역에서 약 250개 시추 지점(gross locations)을 확보하게 됐다. 현 개발 속도라면 20년 이상 운영 가능한 자산 규모다.
특히 해당 지역은 보지어(Bossier) 및 코튼밸리(Cotton Valley) 등 인근 셰일층도 함께 상업성이 확보된 지역으로, 도쿄가스의 중장기적 자산가치는 이보다 더 클 것으로 예상된다. 게다가 이 지역은 이전 시추가 적은 미개척지로, 인접 유정 간 간섭(parent-child effect) 문제가 크지 않다. 이는 셰일가스 개발에서 시추 효율을 좌우하는 핵심 요소다.
TGNR의 크레이그 자르코우(Craig Jarchow) CEO는 "체브론 자산과 기존 TGNR 자산의 운영 구간 중첩이 커서, 1억7천만 달러(약 2300억원) 이상의 개발 시너지가 기대된다"고 밝혔다. 단순히 자산 규모만 확대된 것이 아니라, 운영 효율성, 물류 최적화, 시추 장비 통합 운용 등을 통해 생산단가를 낮추는 구조로 재편된다는 의미다.
도쿄가스의 이번 결정은 천연가스 시황 변화와도 맞물린다. 미국 헨리허브(Henry Hub) 기준 가스 가격은 2024년 초 MMBtu당 1.83달러에서 2025년 4월 현재 4달러를 돌파하며 2배 이상 올랐다.
여기에 트럼프 전 대통령의 LNG 수출 확대 기조 재등장, 멕시코만 일대 신규 액화터미널 착공, 유럽·아시아 수요 증가 등은 헤인즈빌 자산의 중장기적 가치 상승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헤인즈빌은 미국 남부 내륙에서 가장 안정된 파이프라인망을 갖춘 지역으로, LNG 수출항과의 접근성이 뛰어나 수출 지향형 가스 생산에 최적화된 지역으로 평가받는다.
일본의 이번 행보는 단순히 자산 확보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도쿄가스를 필두로 JERA, 이토추, ENEOS 등 일본계 에너지기업들은 러시아 리스크 이후 북미로 LNG 공급선을 전환하고 있다. 도쿄가스는 이미 2020년 TGNR에 대한 첫 투자를 단행한 바 있으며, 이번 인수는 ‘셀프 LNG 소싱’ 시스템 구축을 위한 두 번째 큰 발걸음이다.
에너지 전문가들은 "도쿄가스는 향후 이 자산을 기반으로 LNG 장기계약, FOB 거래, 자체 터미널 수출까지 아우르는 통합 전략을 구상하고 있다"고 분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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