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가스의 움직임은 단발성 인수가 아니라 ‘가스 생산 포트폴리오 재구성’의 시그널이다. /이미지 편집
도쿄가스의 움직임은 단발성 인수가 아니라 ‘가스 생산 포트폴리오 재구성’의 시그널이다. /이미지 편집

 

[투데이에너지 김은국 기자]

도쿄가스의 TGNR(TG Natural Resources) 인수는 단지 셰일가스 몇 개 유정을 인수한 사건이 아니다. 이는 일본이 에너지 지정학의 소비자 위치에서 벗어나, 생산과 유통, 기술과 규범을 함께 설계하려는 ‘전환적 의지’의 상징이다. 《일본의 북미 셰일 점령작전》은 현재진행형이다. 그 중심엔, 다시 한 번 ‘에너지’를 둘러싼 세계의 권력지도가 그려지고 있다.

[기획]일본의 북미 셰일 점령작전…LNG 시대의 새로운 동맹

①도쿄가스, 美 헤인즈빌 진격…셰일가스 판도 바꾼다

②日 에너지 대전환…러시아 대신 텍사스를 품다

③셰일가스 부활 신호탄…헤인즈빌의 시대가 온다

④"파이프는 넘치고, 수요는 요동친다"…日 기업의 LNG 리스크 관리법

⑤도쿄가스의 북미 전선은 어디까지 확장될까

2020년대 초반, 팬데믹과 경기침체 여파로 주춤했던 미국 셰일가스 산업이 다시금 강한 반등의 기회를 맞고 있다. 특히 헤인즈빌 셰일(Haynesville Shale)은 생산성, 가격 연계성, 인프라 측면에서 뛰어난 전략적 위치를 차지하며 제2의 부흥기에 접어들고 있다.

이 시점에서 도쿄가스(Tokyo Gas)의 TGNR 자산 확대는 ‘기회 포착’이 아닌, 에너지 지정학적 타이밍을 정확히 읽은 투자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미국 천연가스의 벤치마크 가격인 헨리허브(Henry Hub)는 2024년 초 MMBtu당 1.83달러 수준이었으나, 2025년 4월 기준 4달러를 돌파하며 120% 가까이 상승했다. 이는 미국 내 전력수요 증가, LNG 수출 확대, 시추 감소에 따른 공급 둔화가 겹친 결과다. 특히 유럽·아시아의 장기계약 확보 경쟁이 미국산 가스의 시장가치를 끌어올리고 있다.

BP의 최고경영자 머레이 오친클로스 역시 지난 3월 미국 휴스턴에서 열린 세라위크(CERAWeek)에서 "이제는 헤인즈빌의 시대"("With rising gas prices, the time has come for the Haynesville.")라고 언급하며 상징적 선언을 남겼다.

헤인즈빌 셰일은 루이지애나 북부와 텍사스 동부를 중심으로 형성된 고온·고압의 셰일층으로, 단위면적당 가스 생산량이 뛰어나고 시추 밀도가 높다. 가장 큰 장점은 루이지애나의 새빈 패스(Sabine Pass), 캘커슈패스(Calcasieu Pass),텍사스의 프리포트(Freeport), 코퍼스 크리스티(Corpus Christi) 등 LNG 수출 터미널과의 인접성이다.

이들 수출항과 헤인즈빌은 100~300km 이내 거리로 연결되며, 이미 파이프라인과 액화 인프라가 완비되어 있다. 이는 도쿄가스를 포함한 투자자들에게 운송비·시간·가격 측면에서 이점을 제공한다.

헤인즈빌이 다른 셰일지대보다 투자자들에게 매력적인 이유는 명확하다. 도쿄가스가 체브론의 자산을 5.25억 달러에 인수한 것도 아직 미개발이지만 상업성이 입증된 자산을 최소 위험과 최대 수익의 조건에서 확보한 것으로 풀이된다.

미국은 2023년을 기점으로 세계 1위 LNG 수출국이 되었고, 2030년까지 40% 이상의 수출 확대가 전망된다. 헤인즈빌은 미국 내 유일하게 전통 수요처(전력용 수요) + 수출용 수요를 동시에 만족시킬 수 있는 위치다. 이는 도쿄가스처럼 LNG 수입국 출신의 기업이 자산투자를 통해 ‘수출거점’을 확보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도쿄가스의 움직임은 단발성 인수가 아니라 ‘가스 생산 포트폴리오 재구성’의 시그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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