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에너지 윤철순 기자] 정부 조직 개편안이 윤곽을 드러내면서 산업통상자원부 산하 한국전력공사 등 주요 에너지 공기업들이 환경부로 이관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환경부가 산업부의 에너지실을 흡수하는 형태의 ‘기후환경에너지부’로 확대 개편될 경우 단순한 소속 부처의 변화 그 이상으로 에너지 공기업의 역할과 운영 원칙, 정책 우선순위까지 대전환이 예상된다.

환경부가 에너지정책을 총괄하게 되면, 지금까지 공급 안정성과 산업 연계 중심으로 돌아가던 에너지 공기업들은 기후·환경 중심의 정책 방향에 맞춰 움직이게 된다.

정부 관계자는 “정책 기획 단계에서부터 환경·기후·에너지가 통합돼 일관성을 가질 수 있게 된다”고 설명한다. 실제로 한전 및 발전5사, 가스공사 등의 운영성과 평가 기준도 온실가스 감축 실적이나 재생에너지 확대 및 친환경 기술 도입 등으로 재편될 가능성이 높다.

이로 인해 에너지 공기업들은 규제 중심의 정책 환경에 노출되며 기존의 시장·산업 중심 전략에서 벗어나야 할 가능성이 크다.

◇예산·조직 체계 ‘지각변동’...내부 혼선 불가피
조직 체계와 예산 구조에도 변화가 불가피하다. 산업부 중심의 예산 편성과 투자 계획은 환경부가 주도하게 되며, 탄소중립과 연계된 환경 목표 달성을 위한 투자 우선순위 재편이 예상된다.

업계 한 관계자는 “산업부 체계 아래에서는 시장 경쟁력과 에너지 안보가 중시됐지만, 환경부는 정책 평가 기준 자체가 다르다”며 “공기업 내부의 전략 기조를 전면 수정해야 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또 환경부 내부에 충분한 에너지 전문성과 산업 이해가 축적돼 있지 않다는 점도 우려로 지목된다. 실무 인력과 전문성이 함께 이관되지 않을 경우, 정책 추진력과 현장 대응력에 공백이 생길 수 있단 얘기다.

◇산업계 “에너지산업 진흥기능 약화”...기후계 “정책 일관성 강화”
이번 구조 개편은 산업계와 기후환경계의 시각차가 극명하게 갈리는 지점이다. 재생에너지업계는 “에너지 정책이 환경부에 포획되면 에너지 산업의 진흥 기능은 실질적으로 사라질 수 있다”며 강한 우려를 표했다.

특히 “한국전력과 발전공기업이 환경부 산하가 되면, 내부 정책 충돌이 더 커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반면, 환경계는 “산업부 중심의 정책으로는 기후위기 대응이 불가능하다”며 환영하는 분위기다. 녹색연합은 “산업 진흥이 아닌 기후 대응을 중심으로 정부 운영 체계를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하며 환경부 중심 통합안을 지지했다.

◇공룡 부처 탄생?...기후·에너지 정책의 진정성 시험대
환경부가 기후·에너지 전반을 관장하게 되면 ‘공룡 부처’ 논란과 함께 정체성 혼선 우려도 나온다. 한 환경부 내부 관계자는 “자연보전, 물관리, 대기질 개선 등 본래의 환경 업무들이 기후·에너지 이슈에 밀려 소외될 수 있다”고 말했다.

결국 이번 개편은 단순한 기능 통합이 아닌, 정책 철학의 방향성과 공기업 체계의 재설계를 동반하는 대수술로 평가된다.

정부는 오는 13일 국정과제와 함께 정부조직 개편안을 공식 발표할 예정이다.

한국전력 등 에너지 공기업의 향배는 기후위기 대응과 산업경쟁력 간 균형을 어떻게 잡을 것인가라는 국가적 과제를 그대로 반영하는 셈이다.

공약의 ‘진정성’과 행정의 ‘실현 가능성’ 사이에서 정책의 무게추가 어디로 기울게 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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