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1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전국 시·도지사 간담회에서 참석자 발언에 귀를 기울이고 있다./ 대통령실 홈페이지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1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전국 시·도지사 간담회에서 참석자 발언에 귀를 기울이고 있다./ 대통령실 홈페이지

[투데이에너지 윤철순 기자] 이재명 대통령의 공약 중 하나였던 ‘기후에너지부 신설’이 사실상 무산 수순을 밟고 있다는 분석이다.

대신 산업통상자원부의 에너지정책 기능을 환경부로 이관, ‘기후환경에너지부’(가칭)로 확대 개편하는 방안이 유력해지면서 기후·에너지 컨트롤타워의 형태가 근본적으로 바뀔 가능성이 높아졌다.

7일 관련 업계와 정부 관계자 등에 따르면 국정기획위원회는 60일간의 조직개편 로드맵을 사실상 마무리하고 대통령실에 산업부 2차관 산하 에너지정책실의 환경부 편입을 포함한 통합안 보고를 마쳤다.

대통령실의 최종 결정만 남은 상황에서, 방향은 새 부처를 만드는 방식보다는 기존 환경부를 확대하는 쪽에 실릴 것이란 관측이다.

한 정부 관계자는 “기후환경에너지부 방향으로 파악되고 있다”며 “대통령의 정책 추진력과 현실적 행정 여건을 고려한 결정”이라고 전했다.

◇환경부의 ‘탈규제 이미지’ 전환?...“이젠 진흥도 한다” vs “정체성 혼란 불가피”
이번 개편 논의는 김성환 환경부 장관이 취임하면서부터 본격화됐다.

김 장관은 그간 “환경부는 규제 부처라는 이미지에서 벗어나 탈탄소 녹색 문명을 선도하는 부처가 될 것”이라며 환경부의 질적 변화를 지속적으로 강조해 왔다. “환경부 업무는 규제라기보다는 (탈탄소) ‘전환’의 안내”라는 발언도 같은 맥락이다.

환경부 내부에서도 기대감은 크다. 한 관계자는 “산업부는 에너지를 산업 진흥의 수단으로, 환경부는 기후를 규제의 관점에서 접근해 왔다”며 “정책 현장에서 양쪽 끝단에서 중간을 겨우 맞추던 방식에서 벗어나 처음부터 통합된 정책 설계가 가능해질 것”이라고 밝혔다.

실제로 국토교통부의 물관리 기능을 환경부가 흡수해 무리 없이 수행했던 전례를 거론하며 “업무와 실무자가 함께 이관되는 만큼 큰 문제는 없을 것”이라고도 자신했다.

김성환 환경부 장관이 지난 7일 경북 영주시 소재 영주댐과 대구 달성군 강정고령보를 방문해 녹조 발생 상황을 점검하고 선제적 대응을 당부하고 있다./ 환경부 제공
김성환 환경부 장관이 지난 7일 경북 영주시 소재 영주댐과 대구 달성군 강정고령보를 방문해 녹조 발생 상황을 점검하고 선제적 대응을 당부하고 있다./ 환경부 제공

◇진흥은커녕 규제 강화만?...재생에너지 업계 ‘환경부 포획’ 우려
반면 재생에너지 업계는 “환경부가 에너지정책을 흡수하면 진흥 기능은 사실상 사라진다”고 반발하고 있다.

정우식 한국재생에너지산업발전협의회 사무총장은 “환경부는 규제를 중심으로 설계된 부처이기 때문에 에너지정책이 환경부에 포획되면 제대로 된 에너지 산업 진흥 정책을 펴기 어렵다”고 비판했다.

그는 “한국전력과 발전공기업이 환경부 소속이 될 경우 조직 내부에서의 기능 충돌과 정책 비효율이 더 커질 수 있다”며 “현 체계보다 오히려 후퇴”라고 강조했다.

해당 협의회는 지난 6일 성명을 통해 “기후위기 극복과 글로벌 탄소중립 산업강국 대한민국을 위해 대통령 공약대로 기후에너지부를 신설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산업-에너지 분리, 제조업 경쟁력 저하 우려”...학계 “신설이 낫다”
전문가들도 우려를 감추지 않는다. 유승훈 서울과학기술대학교 교수는 “기후와 산업이 떨어져 있으면 산업을 고려하지 않는 목표가 설정돼 제조업을 무너뜨릴 수 있다”며 “영국과 독일도 산업과 에너지를 분리한 결과, 에너지 비용 상승과 경쟁력 약화로 이어졌다”고 지적했다.

그는 “기후와 에너지를 통합하려면 오히려 환경부의 전통적 기능은 그대로 두고, 산업부에 기후 기능을 붙이는 것이 국가경쟁력 유지와 탄소중립 추진 측면에서 더 합리적”이라고 주장했다.

전의찬 세종대학교 교수도 “원전은 방사성폐기물 등 환경과는 다른 관리 체계가 필요하다”며 “산업계와의 연결이 중요한 전력·에너지 정책은 독립된 부처, 즉 기후에너지부 신설이 더 합리적”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국정기획위는 오는 15일 이전 정부 조직 개편안의 윤곽을 마무리할 계획이다. 남은 건 대통령실의 최종 선택이다. 기후·에너지 정책의 통합과 실효성 확보라는 시대적 과제를 안고 있는 만큼, 공약 이행의 진정성과 현실적 실행력을 모두 아우르는 방안이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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