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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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데이에너지 윤철순 기자] 국내 주요 온실가스 다배출 기업 10곳이 지난 2011년부터 2023년까지 배출한 온실가스 총량이 41억톤을 넘는 것으로 조사됐다. 포스코는 10억톤 가량을 배출해 1위를 차지했다.

이로 인한 글로벌 폭염 피해 기여분을 경제적 손실로 환산할 경우 약 161조원에 달하며, 지금처럼 대응하지 않을 경우 2050년까지 누적 손실기여액은 720조원까지 불어날 것이란 분석이 나왔다.

국제사법재판소(ICJ)가 최근 "모든 국가는 기후위기에 대한 법적 책임이 있다"고 권고한 가운데, 개별 기업 차원의 온실가스 배출과 기후 재난 피해 간 책임 관계를 정량화한 국내 첫 보고서가 공개돼 향후 국내외 기후 소송과 정책 설계의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배출은 곧 책임”...기업별 손실기여액 첫 산출
이번 분석은 국내 기후 전문 NGO인 기후솔루션이 11일 발표한 ‘기후 위기, 누가 얼마나 책임져야 하는가: 한국 10대 배출 기업의 폭염 손실기여액 분석’ 보고서를 통해 밝혀졌다.

보고서는 미국 다트머스대 크리스토퍼 캘러한 박사와 저스틴 맨킨 교수가 국제학술지 네이처(Nature)에 발표한 논문 방법론을 적용, 국내 10대 온실가스 배출 기업이 2011~2023년 배출한 온실가스가 글로벌 폭염 피해에 미친 경제적 기여도를 산출했다.

대한민국 10대 온실가스 다배출 기업(한전 산하 발전사 포함) 누적 배출량과 손실기여액./ 기후솔루션 제공
대한민국 10대 온실가스 다배출 기업(한전 산하 발전사 포함) 누적 배출량과 손실기여액./ 기후솔루션 제공

이들 기업의 누적 배출량은 총 41.2억톤, 이로 인한 폭염 피해 손실기여액은 약 1196억달러(한화 약 161조원)에 달한다.

이 중 한국전력 산하 5개 발전자회사(남동·남부·동서·중부·서부)의 총 배출량은 25억톤으로, 약 93조원의 손실 책임을 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단일 배출 1위 기업인 포스코(9.6억톤, 약 281억달러)보다 2.6배 많은 수준이다.

보고서를 집필한 기후솔루션 임소연 연구원은 “이번 분석은 단순히 경각심을 주는 것을 넘어, 정책과 소송, 투자 판단의 기준으로서 손실기여 계산이 활용될 수 있는 출발점”이라며 “이제는 배출량뿐 아니라 배출로 인해 발생한 피해도 기업 책임에 포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후 책임도 과학이 증명...소송 시대 근거될 듯
이번 보고서는 기존의 '배출량 중심 평가'를 넘어 폭염이라는 구체적 결과를 중심에 둔 ‘손실기여액’ 산출이라는 점에서 획기적이다. 과학적 방법론을 기반으로 온실가스 1톤당 약 29.07달러의 폭염 피해비용을 책정했고 이에 따라 기업별 기후비용이 추정된 것이다.

기후솔루션 조정호 연구원은 “본 연구는 특정 기업의 온실가스 배출이 폭염 등 기후 피해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를 과학적으로 입증하는 근거로 활용될 수 있다”며 “국가 차원을 넘어 기업에게도 배출 책임을 물을 수 있는 구조가 처음 마련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밝혔다.

실제 유럽과 북미에서는 다국적 석유기업을 상대로 ‘기후 손실 배상 소송’이 본격화되고 있으며, 일부 소송에서는 감축 명령 판결이 내려진 사례도 있다. 전문가들은 이번 보고서가 국내에서도 유사한 소송의 법적·정책적 근거로 활용될 수 있다고 전망하고 있다.

Net-zero 시나리오를 따랐을 때 감축 가능한 온실가스 배출량과 10대 다배출 기업 비중./ 기후솔루션
Net-zero 시나리오를 따랐을 때 감축 가능한 온실가스 배출량과 10대 다배출 기업 비중./ 기후솔루션

◇“에너지 전환 안 하면 2050년까지 720조 원 부담”
보고서는 향후 배출 시나리오에 따른 미래 손실 전망도 제시했다. 정부의 탄소중립계획(Net-zero)을 충실히 이행할 경우, 10개 기업의 2025~2050년 손실기여액은 약 300조원으로 줄어든다. 반면 현행 수준의 정책을 유지할 경우, 720조원에 이를 것으로 분석됐다.

즉, 지금부터 선제적 감축과 에너지 전환을 시작할 경우 약 420조원의 경제적 손실을 줄일 수 있다는 의미다. 보고서는 “한국전력과 그 자회사들이 화석연료 중심의 발전 체계에서 재생에너지로 전환하지 않는다면, 수백조원 규모의 기후 손실을 떠안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해 보고서는 “한국의 배출 구조에서 발전 부문은 ‘중간 공급자’가 아니라 ‘핵심 배출 책임자’로서 기능하고 있으며, 이 구조를 개혁하지 않고는 탄소중립 달성이 불가능하다”고 강조했다.

◇“폭염만 포함된 수치...기후 피해 총액은 훨씬 클 것”
이번 보고서는 폭염에 의한 피해만을 기반으로 산정된 수치다. 홍수, 폭우, 태풍, 산불 등 다른 기후 재난은 포함되지 않았다. 향후 기후 귀속 과학(climate attribution science)이 다른 재난 유형에도 적용되면, 기후 책임 비용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보고서는 “기후위기가 헌법상 환경권과 생존권을 침해하는 사안이라는 점을 수치로 입증한 사례”라고 평가하며 정부와 국회 차원의 기후 책임 법제 정비가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이번 보고서는 단순한 경고가 아닌 기업 경영, 정책 수립, 법적 책임 구조 전반에 새로운 기준을 제시한 전환점으로 평가받고 있다.

과학적 수치를 통해 “누가 얼마나 책임져야 하는가”를 정량화한 이 연구는 앞으로 한국 사회의 기후 대응 방식에 구조적 변화를 요구하는 출발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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