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투데이에너지 윤철순 기자] 국내 기후시민단체가 지난 10여년간 온실가스 누적 배출량이 가장 많은 것으로 조사된 한국전력공사 그 산하 발전 5개사(한전 포함)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이들은 전 세계 배출량의 약 0.4%, 국내 배출량의 최대 27%를 차지해온 한전 계열 공기업이 기후위기 피해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기후솔루션과 법무법인 위온은 12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전국의 농업인 6명이 원고로 참여한 민사소송을 서울중앙지법에 제기했다고 밝혔다. 이는 농업 분야 기후피해에 대해 국내 온실가스 최다 배출 기업을 상대로 법적 책임을 직접 묻는 첫 사례다.
소송 대리인 김예니 변호사는 “농업인은 기후위기 최대 피해자 중 하나지만 피해 책임은 온실가스를 대량 배출한 발전 공기업에도 있다”며 “피고들은 국내 누적 배출의 약 27%, 전 세계 배출의 0.4%를 차지하면서도 재생에너지 전환을 미루고 해외 석탄 투자까지 확대해 왔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번 소송은 국제·국내 규범 위반에 대한 책임을 국내 법원이 판단하는 중요한 시험대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소송에서 원고들은 각자의 재산 피해 중 피고 기업들이 책임져야 할 비율만큼의 손해액과 함께 상징적 위자료로 ‘2035원’을 청구했다. ‘2035’는 현 정부의 2040년 탈석탄 목표보다 5년 앞선 ‘2035년까지 석탄발전 퇴출’을 촉구하는 의미가 담겼다.
경남 함양의 사과 농부 마용운 씨는 “4월 말이나 5월 초에 피던 사과꽃이 4월 초에 피기 시작하면서 갑작스러운 눈과 추위로 얼어 수확을 망치는 일이 잦아졌다”며 “농사를 더는 이어갈 수 없을지 모른다는 불안 속에서 살고 있다”고 전했다.
충남 당진에서 벼농사를 짓는 황성열 씨도 “병충해와 잦은 강우, 폭염 피해가 해마다 심해지고 있다”며 “수확량이 줄고 품질이 떨어져 생계가 위태롭다”고 강조했다.

한전·발전자회사 석탄발전 비중 71.5%
기후솔루션은 이번 소송에 앞서 지난 4월 학술지 ‘네이처(Nature)’에 게재된 미국 다트머스대 연구 결과를 근거로 활용했다. 해당 논문은 100년간 주요 배출 기업의 온실가스 데이터를 분석해 각 기업의 기온 상승 기여도와 폭염 피해액을 정량화하는 방법론을 제시했다.
기후솔루션의 분석에 따르면, 이 연구 프레임워크를 적용할 경우 한전 발전 자회사들이 2011~2023년 동안 배출한 온실가스로 인한 손실기여액은 약 98조1000억원에 달한다.
원고 측은 이 수치를 통해 피고들이 전 세계 배출의 0.4%를 차지하는 만큼, 기후위기로 인한 농업 피해에 상당한 법적 책임이 있다고 주장했다.
한편 전체 발전량의 95% 이상을 여전히 화력발전에 의존하고 있는 한전과 발전 5사의 석탄발전 비중은 71.5%에 달한다.
이에 대해 원고 측은 “공기업으로서의 전력공급 책무가 과도한 온실가스 배출 책임을 면제해줄 수는 없다”고 지적하며 “오히려 해외 공기업들처럼 재생에너지 전환을 선도할 수 있었음에도 이를 방기한 책임이 크다”고 지적했다.
이번 소송은 향후 기후위기와 기업 배출 간 인과관계 인정 여부에 따라 국내외 기후소송의 중요한 선례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기후솔루션은 “이번 소송은 몇몇 농업인만의 문제가 아니라 기후위기를 만든 자들이 끝내 책임을 지지 않는 구조를 바꾸기 위한 첫걸음”이라며 “기업과 정책당국이 온실가스 감축과 에너지 전환을 보다 실질적으로 추진하도록 촉진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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