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전 전경 / 한전 제공
한전 전경 / 한전 제공

[투데이에너지 박명종 기자]  한국전력공사(한전)의 재무위기가 반복되는 근본 원인으로 총괄원가 보전제도가 지목되면서, 이 제도의 전면 폐지를 통한 구조개편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기후솔루션이 7일 발간한 '탈한전 시대 한국전력의 과제: 2025년 부채위험 진단' 보고서는 한전이 지난 25년간 유지해온 기형적 구조가 현재의 부채위기를 초래했다고 진단하며, 총괄원가 보전제도 폐지를 핵심 해법으로 제시했다.

총괄원가 보전제도, 한전 위기의 뿌리 총괄원가 보전제도는 한전이 발전 자회사들로부터 전력을 구매할 때 연료비, 운영비, 투자비 등 모든 비용을 보장해주는 제도다. 이 제도로 인해 한전은 화력발전소의 손실을 고스란히 떠안을 수밖에 없는 구조에 갇혀있다.

실제로 2021년부터 3년간 석탄과 LNG 가격이 40조원대에서 68조원대로 폭등했을 때, 한전의 부채는 60조원에서 120조원으로 두 배 늘었다. 발전 자회사들의 연료비 상승분을 한전이 모두 부담했기 때문이다. 

한가희 기후솔루션 전력시장계통팀장은 "한전이 지난 25년간 기형적 구조를 유지한 결과, 재무위기가 반복되고 있다"며 "화력 중심 발전 자회사에 총괄원가를 보전하는 제도를 폐지하고, 재무적 연결을 끊어 한전이 독립적인 송배전망 사업자로 전환하도록 구조 개편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25년간 지속된 기형적 구조, 이제 한계"

전문가들은 현재의 총괄원가 보전제도가 시장경제 원리에도 맞지 않을뿐더러, 한전의 재무건전성을 근본적으로 해치고 있다고 지적한다. 발전 자회사들은 비용 절감 동기가 없고, 모든 손실은 한전이 떠안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이 같은 구조적 문제는 수치로도 확인된다. 현재 한전의 부채비율은 619%로 자본금의 6배에 달하며, 채권 발행 잔액만 75조원에 이른다. 매년 이자비용만 3조원을 지출하는 상황이다.

더 큰 문제는 2년여 후 사채발행한도 초과 위기가 현실화된다는 점이다. 2027년 말부터 사채발행한도가 현재의 5배에서 2배로 축소되면서, 한전의 자금조달에 법적 제약이 가해질 전망이다.

송배전 전문기업으로의 전환이 해법

보고서는 총괄원가 보전제도 폐지와 함께 한전을 독립적인 송배전망 사업자로 전환하는 구조개편을 제안했다. 발전 부문과 송배전 부문을 분리해 각각의 경영 책임을 명확히 하자는 것이다.

현재 한전은 전력 판매량의 절반 이상을 차지했던 산업용 전기 수요마저 급감하는 상황에 직면해 있다. RE100(재생에너지 100%) 대응을 위해 기업들이 한전을 거치지 않고 직접 재생에너지 사업자와 전력구매계약(PPA)을 맺는 '탈한전' 현상이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보고서는 이런 추세가 지속될 경우 한전의 산업 부문 마진이 2024년 9.6조원에서 2030년 8조원으로 줄어들 것으로 전망했다. 수익은 감소하는데 발전 자회사 손실은 계속 떠안아야 하는 악순환이 심화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용량요금제도 개편도 병행 필요

전문가들은 총괄원가 보전제도 폐지와 함께 용량요금 등 화석연료에 유리한 전력시장 구조 전반의 개편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현재의 제도들이 화석연료 발전에 과도한 특혜를 주면서 한전의 부채를 키우는 요인이 되고 있다는 것이다.

고동현 기후솔루션 기후금융팀장은 "한국전력의 화석연료 의존에 따른 부채위험이 만성화되고 있다"며 "새 정부에서 총괄원가 보전제도 폐지를 포함한 근본적인 해결책을 마련하지 않으면, 한전채 블랙홀과 같은 금융위기가 다시 반복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좌초자산 정리도 동반 추진해야

보고서는 총괄원가 보전제도 폐지와 함께 좌초자산 위험이 큰 석탄발전소의 자산 정리와 유관 발전공기업의 재무구조 및 사업 개편도 동반 추진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석탄발전소는 탄소중립 정책과 글로벌 탈석탄 흐름 속에서 좌초자산이 될 가능성이 높아, 미리 정리하지 않으면 더 큰 손실을 초래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새 정부가 출범하면서 전력시장 구조개편에 대한 정치적 의지를 보여야 할 때라고 강조하고 있다. 25년간 지속된 기형적 구조를 방치할 경우 한전의 부채위기는 국가 전체의 금융위기로 번질 수 있다는 것이 이들의 공통된 진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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