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진 LNG 기지 조감도./ 두산중공업 제공
당진 LNG 기지 조감도./ 두산중공업 제공

[투데이에너지 윤철순 기자] 한국이 세계 3위 수준의 LNG 터미널 용량을 보유한 상황에서 정부와 공기업이 대규모 LNG 인프라 확장을 지속하고 있다는 사실에 심각한 경고가 제기됐다.

기후위기 대응을 내세운 정부 국정과제와 정면 충돌하는 가운데, 수조 원대에 달하는 좌초자산 발생 가능성이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는 분석이다.

기후위기 대응 비영리법인인 기후솔루션은 20일 발표한 보고서 ‘수요는 줄고, 설비는 남고: 한국 LNG 터미널 좌초자산의 경고’를 통해, 특히 한국가스공사의 당진 LNG 터미널 2단계 확장 사업을 중심으로 국내 LNG 인프라가 좌초자산 리스크에 직면해 있다고 밝혔다.

보고서에 따르면, 당진 LNG 터미널 사업에서만 최소 6376억원에서 최대 8770억원 규모의 자산 손실이 발생할 수 있으며, 국내 전체 LNG 터미널을 합산할 경우 그 규모는 최대 12조 3000억 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됐다.

수요는 줄고, 설비는 남는다...이용률 30% 미만
핵심 쟁점은 수요 감소와 설비 과잉의 역설이다. 보고서는 국제에너지기구(IEA)의 2024 세계 에너지 전망과 정부의 제15차 장기 천연가스 수급계획을 인용, 전 세계 천연가스 수요는 2050년까지 최대 79% 감소하고 한국도 2036년까지 16.5% 줄어들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나 한국은 이미 세계 3위 수준의 LNG 터미널 용량(재기화 포함)을 갖춘 상황에서 추가 확장을 강행 중이다. 특히 당진 LNG 터미널의 경우 향후 대부분의 기간 동안 시설 이용률이 25%를 넘지 못할 것으로 분석됐다. 2050년 이후엔 탄소중립 정책에 따라 사실상 0%에 수렴할 것이란 전망이다.

이는 단순 설비과잉을 넘어 공공자산의 비효율적 투자와 구조적 손실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정부 에너지 정책과의 충돌은 불가피하다는 지적이다.

LNG 저장탱크./ 기후솔루션 제공
LNG 저장탱크./ 기후솔루션 제공

정책은 탄소중립, 공기업은 화석연료...엇박자 불가피
문제는 이 같은 수요 예측과는 반대로 정부와 공기업이 여전히 천연가스 인프라 확대에 예산을 투입하고 있다는 점이다.

정부는 최근 ‘기후위기 대응 및 에너지 전환’에 7조원을 투자하겠다고 발표했지만, 동시에 한국가스공사는 당진 LNG 터미널 2단계 확장에만 5800억원 규모의 계약을 추진 중이다. 이는 명백한 정책 엇박자라는 비판이 나오는 대목이다.

기후솔루션 김서윤 연구원은 “LNG 수요가 감소하고 2050년까지 국내 LNG 터미널의 대규모 좌초자산이 예상되는 만큼, 당진 LNG 터미널의 2단계 사업을 포함한 신규 확장은 중단되어야 한다”며 “이제는 탄소중립과 에너지 전환의 흐름에 맞추어 화석연료가 아닌 재생에너지와 그린수소 중심의 인프라로 나아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LNG 신규 투자 전면 재검토와 함께, 기존 화석연료 인프라에 대한 탄소중립 정합성 점검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지역 반발도 확산...법적 대응 나선 당진시민사회
한편, 가스공사는 지난 13일 당진 LNG 2단계 공사의 최종 낙찰자 선정을 강행했다. 이에 대해 기후환경단체와 당진환경운동연합은 법원에 ‘계약체결금지 가처분 신청’을 제출했다.

당진환경운동연합 김정진 사무국장은 “당진은 전국 최대의 온실가스 배출지로서 석탄발전에 따른 환경적 피해를 오랫동안 감내해 왔다”며 “그런데도 좌초가 예정된 LNG 터미널까지 떠안아야 한다는 것은 당진을 다시금 화석연료 거점으로 전락시키는 것과 다르지 않다”고 반발했다.

이어 “지역의 탄소중립 전환 노력이 무너지고 미래가 발목 잡히지 않기 위해서는 당진 LNG 터미널의 무분별한 확장 공사는 반드시 중단되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기후솔루션은 이 같은 상황이 단순한 인프라 논쟁을 넘어 기후위기 대응의 정책 일관성을 시험하는 시금석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향후 정책 방향 전환 없이 인프라 확장이 계속된다면, 수조 원대의 공공 자산이 무용지물로 전락하는 ‘기후 리스크’의 대표 사례로 기록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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