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투데이에너지 김은국 기자] 독일 에너지 규제 당국이 천연가스 전환 비용을 둘러싼 시장 조작 의혹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다. 이번 조사는 올해 5월 중순부터 6월 중순까지 약 한 달간 발생한 총 6천만 유로(약 874억 원)의 전환 비용 청구가 적정했는지를 검증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 ‘열량 전환’이란… 공급 안정성과 소비자 안전 위한 필수 절차
독일은 주요 가스 공급국인 노르웨이와 네덜란드에서 서로 다른 종류의 천연가스를 수입하고 있다. 노르웨이는 주로 높은 열량의 H-가스(high-calorific gas)를 공급하는 반면, 네덜란드는 상대적으로 열량이 낮은 L-가스(low-calorific gas)를 공급한다. 두 가스의 연소 특성이 달라 가정·산업 현장에서 안전하게 사용하기 위해서는 일부 공급분을 높은 열량의 가스로 전환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이 전환 작업에는 가스 혼합·압축·품질 조정 설비 가동 등 부가 비용이 발생한다.
문제는 이번 조사 기간 동안 전환 비용이 평소보다 과도하게 부풀려졌을 가능성이 제기됐다는 점이다. 독일 규제 기관은 특정 사업자나 거래 주체가 시장 가격 형성 과정에서 의도적으로 비용을 높였는지 여부를 면밀히 살피고 있다.
■ 소비자 요금 인상 가능성… 정부는 ‘가스저장 부담금 폐지’로 대응 시사
전환 비용이 실제보다 높게 책정됐다면, 그 부담은 고스란히 소비자 요금 인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미 독일 가계와 산업계는 러시아산 PNG(파이프라인 가스, Pipeline Gas) 공급 중단 이후 급등한 가스 수입가격 부담을 떠안고 있는 상황이다.
독일 정부는 가스 공급 비용 부담 완화를 위해 ‘가스저장 부담금’(Gas Storage Levy) 폐지에 지지를 표명했다. 해당 부담금은 러시아산 가스 공급이 끊긴 이후 겨울철 공급 부족을 막기 위해 저장시설 채우는 비용을 전력·가스 소비자에게 전가하는 구조로 운영돼 왔다. 정부가 이를 폐지하면 단기적으로 가계와 산업의 비용 부담은 줄어들 수 있지만, 장기적인 에너지 안보 차원에서는 재원 확보 방안이 새롭게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 러시아 이후의 독일 가스 시장, 규제·감시 강화 불가피
전문가들은 이번 조사 결과가 독일 가스 시장 규제 정책 전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전망한다. 독일은 러시아 의존에서 벗어나 노르웨이·네덜란드·미국 LNG 등 다변화된 공급망을 구축했지만, 공급원별 품질 차이에 따른 전환 비용 관리가 새로운 과제로 떠올랐다. 특히 고비용 구조가 고착되면 에너지 전환(에너지벤데, Energiewende) 추진 과정에서도 소비자 부담이 커질 수 있다.
규제 당국의 이번 조치는 시장 투명성과 신뢰 확보를 위한 신호탄으로, 향후 유럽연합(EU) 차원의 가스 시장 감시 강화 논의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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