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P 해상풍력발전단지/CIP제공
CIP 해상풍력발전단지/CIP제공

 

[투데이에너지 김은국 기자]   독일 해상풍력 시장이 사상 초유의 '무응찰(No Bids)' 사태를 맞이했다.

독일 연방네트워크청(Federal Network Agency, BNetzA)은 최근 실시한 해상풍력 발전 부문 신규 입찰에서 단 한 건의 응찰도 접수되지 않았다고 공식 발표했다. 이는 독일 내 해상풍력 입찰 역사상 처음 있는 일로, 그간 축적된 정책 신뢰와 민간 투자 기대를 송두리째 흔드는 사건이다.

이번 사태는 지난 6월 입찰 당시 입찰 참여 저조 현상이 감지된 데 이은 결정적 경고로, 업계는 이를 “정부의 투자 리스크 분산 실패가 한계에 도달한 결과”라고 평가하고 있다.

■ 사업자 리스크 급증… “해상풍력도 수익성 장담 못 해”

이번 무응찰 사태의 배경에는 지정학적 긴장, 공급망 압박, 전력시장 불확실성이라는 복합 요인이 자리잡고 있다. 먼저,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및 홍해 해상 물류 차질로 인해 해상풍력 핵심 자재(터빈, 케이블 등)의 납기와 가격이 동시에 불안정해졌고, 이에 따라 총사업비 증가와 수익률 저하가 불가피해졌다.

더불어, 유럽 전력시장에서는 △장기 전력구매계약(PPA)의 유효성 약화 △전력가격 예측의 어려움△과잉공급 우려 등으로 인해 미래 수익성을 산정하기 어렵다는 점이 투자 유보로 이어졌다.

한 업계 관계자는 “지금은 입찰 자체가 ‘비용 리스크 게임’이 돼버렸다”며, “국가가 규제·시장·수익 모델 3가지를 동시에 리포지셔닝하지 않는다면 추가 무응찰도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 2030년대 로드맵 차질… 30GW 목표 달성 ‘2031년’으로 지연 전망

독일 정부는 2030년까지 해상풍력 설비용량을 30GW까지 확대한다는 목표를 제시해 왔다. 그러나 이번 무응찰 사태로 인해, 이 일정은 최소 1년 이상 지연될 가능성이 공식 언급됐다. 독일 에너지청은 목표 달성 시점을 2031년으로 조정할 수 있다는 입장을 내비쳤으며, 이는 그린전환 속도 조절 신호로도 해석된다.

올해 상반기 기준, 해상풍력 터빈 수는 1639기로 정체 상태를 유지하고 있으며, 신규 프로젝트 승인도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이로 인해 해상풍력 생태계 전반—터빈 제작사, 시공사, 금융기관 등—에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 유럽 해상풍력 전환기의 경고… 한국도 타산지석 삼아야

이번 독일의 무응찰 사태는 단지 한 국가의 실패 사례가 아니다. “재생에너지 확대는 공급망·금융·정책 전부를 리스크 관리할 수 있을 때만 가능하다”는 국제적 경고이자, 국내에서도 K-해상풍력 프로젝트의 수익모델 구조화, 공급망 내재화, 전력시장 안정성 확보가 병행되어야 함을 강하게 시사한다.

특히 한국 역시 2030년까지 14.3GW 해상풍력 보급 목표를 설정한 상황에서, 독일 사례는 '목표'보다 '실행 가능한 경로' 설계가 더 중요함을 명확히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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