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 해안가에 버려진 플라스틱 쓰레기 /WWF 제공
태국 해안가에 버려진 플라스틱 쓰레기 /WWF 제공

 

[투데이에너지 김은국 기자]   국제사회가 기대했던 최초의 플라스틱 오염 방지 법적 구속력 있는 조약(legally binding plastics treaty) 체결이 또다시 무산됐다. 11일간 이어진 제네바 유엔 회의에서 각국은 플라스틱 생산 억제 여부와 유해 화학물질 규제 범위를 두고 끝내 합의점을 찾지 못한 채 협상을 종료했다. 지난해 한국에서 열린 회의에 이어 두 번째 좌초다.

■ 유럽·태평양 도서국 "깊은 실망" 표명

노르웨이, 호주, 투발루 등은 협상 결렬 직후 "깊은 실망"을 표명했다. 유럽연합 환경·수자원 회복력 및 경쟁적 순환경제 담당 집행위원 제시카 로스월(Jessika Roswall)은 "완벽이 선(善)의 적이 되어서는 안 된다"며 협상 텍스트 자체는 미흡하지만 의미 있는 진전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프랑스 생태전환부 장관 아녜스 파니에-뤼나셰르(Agnès Pannier-Runacher)는 "플라스틱은 바다·토양·인체를 오염시키는 치명적 독성 물질"이라며 "단기적 재정 이해에 매몰된 일부 국가가 전 세계인의 건강을 외면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 산유국 "생산 규제는 조약 범위 밖"

사우디아라비아와 쿠웨이트 등 산유국들은 조약 초안이 "균형을 상실했다"며 플라스틱 생산 억제를 조약 범위에 포함시킬 수 없다고 주장했다. 협상 의장 루이스 바야스 발디비에소(Luis Vayas Valdivieso)가 제시한 두 개의 초안 중 최신안은 생산 상한선을 명시하지 않았지만, 현재의 생산·소비 수준이 "지속 불가능"하다는 점과 글로벌 차원의 대응 필요성을 인정했다. 다만 184개국 대표단은 이 문건을 협상의 기반으로 삼는 데도 합의하지 못했다.

■ 환경단체 "협상은 철저한 실패"

국제환경법센터(Center for International Environmental Law)의 데이비드 아주레(David Azoulay)는 이번 협상을 "철저한 실패(abject failure)"라 규정했다. 그는 "일부 국가는 애초부터 합의할 의사가 없었다"며 "현 체제는 합의(consensus) 강박 때문에 합리적 진전을 막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린피스 대표단 역시 "투표제를 도입하지 않는 한 협상은 같은 원을 그릴 뿐"이라고 지적했다.

■ 향후 전망: "리셋이 필요하다"

국제연합환경계획(UNEP)의 잉거 안데르센(Inger Andersen) 사무총장은 "목표에는 도달하지 못했지만 각국의 금지선(red lines)을 명확히 한 것은 진전"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현재의 합의 중심 구조로는 협상이 반복적으로 좌초될 것이라 우려한다. 아주레는 "재탕이 아닌 리셋이 필요하다"며, 뜻을 같이하는 국가들이 ‘의지 있는 국가들의 조약(treaty of the willing)’을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용어 설명 :  

· 제네바 플라스틱 조약 협상 = 전 세계 180여 개국이 참여해 해양과 육상을 오염시키는 플라스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국제 법적 구속력 있는 협약을 마련하기 위한 정부간 협상. 2025년 8월 5일부터 15일까지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제5차 정부간협상위원회 추가 협상회의(INC-5.2)에서는 플라스틱 생산 감축 의무화, 규제 범위와 방식, 재원 마련 및 지원 방식 등의 주요 쟁점에 대해 각국 간 첨예한 이견이 계속돼 협약 문안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산유국과 미국 등 몇몇 국가들은 플라스틱 생산 감축에 반대하며 폐기물 관리와 재활용 강화에 더 집중하자는 입장을 고수했고, 이에 반해 유럽연합, 캐나다 등은 플라스틱 생산 감축과 독성 화학물질 단계적 금지를 요구했다. 한편, 우리나라는 부산에서 열린 이전 회의의 개최국으로서 국가 간 입장 조율과 절충 역할을 적극 수행하며, 조약 타결을 위한 건설적인 협상 분위기 조성에 기여했다. 협상은 미완으로 끝났으며, 회원국들은 후속 협상을 열고 계속 논의를 이어가기로 합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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